<2013-12-01 격주간 제770호>
[제10회 세계IFYE대회 참가 소감문] 사와티 캅, 미소의 나라 태국

정 성 천 회원(충남 서천군4-H연합회)

미소의 나라, 태국. 비행기를 타는 순간부터 보라색의 남다른 복장을 한 승무원과 색색의 의자시트가 우리를 반겼다. 보라색은 태국 공주를 상징하는 색이고 우리가 타고 간 타이항공이 공주의 소유라고 한다. 이처럼 태국은 왕과 왕실이 있고, 총리가 정치를 돌보는 입헌군주제 국가다. 왕이 있는 나라는 처음 여행하는 것이라 어떤 점이 다를까 기대가 많았는데, 먼저 눈에 띈 건 태국건물 곳곳에 왕의 사진이 붙어있다는 점이다. 태국의 왕은 장기 집권한 것으로 기네스북에 올랐고, 태국 국민들의 오랜 사랑을 받으며 장수를 하는 왕이라고 한다.
우리가 태국에 간 이유는 바로 5년마다 개최되는 ‘제10회 세계IFYE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이피(IFYE)대회는 4-H국제교환훈련(IFYE)에 참가했던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컨퍼런스에 참가해 그간의 안부를 묻고 개최국을 함께 여행하며 각국의 문화를 교류하고, 소통하는 장이다. 나 또한 2011년 스위스로 4-H국제교환훈련을 다녀오면서 이피(IFYE)회원으로 등록이 됐고, 한국4-H본부의 도움으로 참가할 수 있게 됐다.
태국에 도착하자 우리를 반겨준건 한국 도우미 친구들(Liaison Officer)이었다. 한국어를 전공으로 배우는 대학생 5명으로 구성된 도우미 친구들은 너무나도 유창한 한국어로 우리를 안내했다. 4학년 졸업반인 도우미 친구들은 모두 한국이름을 갖고 있었다. 진시경, 강민설, 전옥함, 나성공, 구혜진. 이들과의 만남부터 일주일의 태국 일정이 시작됐다.
이피대회는 태국 촌부리의 파타야에 있는 엠베서더 관광호텔에서 진행되었다. 대략 360여명의 컨퍼런스 참가자들과 태국의 공무원과 연락담당자, 행사 관계자들도 호텔에 묵었다. 세계 최고의 휴양지라는 파타야 호텔 전경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뻥 뚫리는 넓은 바다와 파란 하늘이 맞닿는 곳을 향해 있었다. 이런 곳에 일주일이나 있을 수 있다니! 스위스에 국제교환훈련을 갔을 때 복권에 당첨된 것 같은 기분이 또다시 들었다.
첫 일정은 태국 공주의 방문이었다. 왕을 신처럼 섬기는 태국에서 왕족을 모시는 것은 대단한 행사였다. 하지만 방문하기로 한 공주님은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로 오지 못했고, 대신 왕가의 대표자가 방문했다. 대표자는 왕가는 아니지만 왕족의 대우를 받으며 조심스럽고 경건한 연설과 시상식이 이뤄졌다.이피대회에 참가한 국가들은 전시장에서 각국의 전시물과 홍보 부스를 꾸몄다. 한국은 4-H와 IFYE가 새겨진 버튼을 나눠주고 내년에 개최하는 ‘제1회 글로벌4-H네트워크 대표자대회’를 홍보했다. 홍보는 본부 선생님과 나, 같이 청년회원으로 참가한 일중이와 다희가 주로 맡았는데, 단언컨대 전시장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오색의 한복을 입은 어여쁜 소녀들은, 서로 사진찍기를 원하는 외국인들과 태국인들의 수많은 사진촬영 요청으로 나중에는 웃느라 힘쓴 안면근육에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고. 그만큼 한국의 전시는 돋보였으며, 다음에는 남자도 한복을 같이 입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워낙 폭풍같이 몰아든 사람들의 성원으로 이 전시회는 반나절만에 끝났다. 한국4-H본부에서 준비한 1000개의 기념품도 모두 소진됐고, 홍보도 잘 이루어진 듯하다.
건기가 시작되는 10월이라 여름보다는 습기가 적고 덜 덥다지만, 한국의 한여름 같은 날씨가 계속됐다. 그때마다 시원한 코코넛이 땀으로 잃은 수분을 신속하게 공급해줬다. 가장 더운 날로 기억되는 것은 태국에 처음으로 4-H가 시작된 프롬마누크로 학교에 방문한 날이었는데, 마침 손수건을 잃어버려서 흘러내리는 땀이 뚝뚝 떨어지며 힘들었다. 프롬마누크로 학교는 초등학생들이 농업과 관련된 4-H과제활동을 하고 있었다. 메기와 야생멧돼지를 기르고, 쌀과 허브식물을 가꾸는 학생들이 전문가처럼 설명했다. 미소의 나라답게 학생들은 무더운 날씨에도 수줍은 미소를 지어가며 말하는 것이 아직 머리에 선명하다.
대회 기간 중 홈스테이를 하는 일정이 있었다. 360여명의 각국 대표자들은 4개의 그룹으로 나뉘었고, 56명의 한국대표단은 그룹 3과 그룹 4로 나뉘었다. 나는 그룹 3으로 배정되어 빤방남풍 홈스테이로 가게 되었다. 빤반남풍에서는 객(Gac)이라 불리는 과일을 이용하여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개발했다. 맛이 없어 쓸모없는 과일로 인식되던 객이지만, 비누로 만들어 사용하면 피부미용에 효과가 좋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왕겨를 이용한 천연퇴비 만들기, 하수정화시스템을 소개했다. 그리고 이 지역에서 하룻밤을 자게 됐다. 빤방남풍은 수상가옥이고 이곳이 짜우프라야 강에 있는데 밤에는 강유역의 반딧불이를 볼 기회가 있었다. 해경의 안내를 받으며 20여명이 탄 배는 강 주변의 반딧불이를 찾았고, 배에 탄 사람 모두가 크리스마스트리처럼 깜박거리는 반딧불이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수백 마리가 마치 전구처럼 한 번에 반짝 거리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나중에 태국 관계자가 반딧불이를 카메라에 많이 담아간 만큼 행운이 따를 거라고 했는데, 내 카메라에는 50여 마리가 찍혀서 그 행운이 언제 올지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그날 밤은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 숙소에서 간단하게 모임을 만들어 안주거리 심부름을 간 주언이와 도우미 친구인 시경이는 그 빗속에 오토바이를 구해 맥주와 안주거리를 공수해왔다. 그날 밤 우리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그들은 알랑가몰라. 수상가옥에서의 하룻밤이 폭우와 함께 그리 쾌적하지는 않았지만 호텔에서만 지내다가 실제 태국의 민박을 해보니 색다르고 재미난 경험이었다.
파타야는 베트남 전쟁 때 미군이 태국앞바다로 군인들을 보내면서 군인들의 쉼터가 됐고, 자연스럽게 유흥가가 형성됐다고 한다. 파타야 시내에 있는 워킹스트리트는 밤에 사람들이 붐볐다. 클럽과 술집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호객행위를 하는 여자들이 있는데, 나중에 알았지만 대부분이 트랜스젠더라고 했다. 이피 컨퍼런스 일정 중에서 러이끄라통축제에 참가해서 트랜스젠더 쇼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 공연 후에 나와 사진 찍은 진한 화장의 키 큰 배우가 트랜스젠더라는 걸 나중에 알고 한동안 멍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가 참가한 이 축제는 태국의 큰 명절중 하나라고 했다. 남쪽지방에서는 물의 여신인 프라매공가에게 강물을 지켜주는 고마움으로 등불을 띄우며 소원을 빌고, 북쪽지방에서는 등불을 하늘로 보내 부처님께 소원을 비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이 광경은 영화 ‘라푼젤’을 연상시키며 또 한 번의 장관을 이뤘다.
컨퍼런스는 여행 외에도 각국 파견단의 대표자회의도 있었다. 2년마다 열리는 아스팍이피(아시아-태평양지역의 이피)대회 개최지는 인도로 결정됐고, 5년 후에 열릴 ‘제11회 세계IFYE대회’는 대륙 순서에 따라 아프리카의 우간다에서 열기로 했으며, 미국이 준비를 돕기로 했다.
이피대회는 세계 각지 사람들의 마음을 통하게 해줬다. 나는 스위스에서 온 참가자를 만나 국제교환훈련으로 갔다 온 스위스 호스트가족의 안부를 묻기도 했고, 한국으로 파견됐던 태국파견자 ‘에이’를 만나 반가운 인사와 선물교환도 할 수 있었다. 태국 파타야의 멋진 휴양지에서 일주일 머무는 동안 나의 눈으로 본 것은 멋진 바닷가, 맛있는 코코넛과 파파야, 고급스러운 호텔이지만, 가슴에 남는 것은 우리 한국대표단을 반갑게 맞이해준 한국 도우미 친구들과 태국 사람들의 ‘정’이다. 태국에도 ‘정’이란 말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떠나는 날 공항까지 먼 길을 배웅 나온 친구들을 보며, 그들의 미소와 눈물 속에 담긴 정을 발견했다.
한국에서 꼭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뒤로 하고 더운 태국을 벗어나 첫눈이 내린 한국에 도착했을 때, 몸은 추웠지만 마음은 여전히 따뜻했다. 코쿤캅(고맙습니다).

목록
 

간단의견
이전기사   4-H다이어리
다음기사   ‘젊은 4-H와 함께하는 창조농업 콘테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