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15 격주간 제769호>
[시 론] 글에 제목을 제대로 달게 하자

최 지 훈 (아동문학평론가)

"독서감상문의 제목은 ‘두 줄 제목’을 권하고 싶다"

최근 매우 권위 있는 글짓기 지도자 단체 주최로 전국 초등학생을 상대로 한 ‘독후감 대회’가 있었다.
그런데 그 지도회의 카페에 발표된 대회 결과와 함께 소개된 최고상(최우수상) 수상작으로서 저학년부와 고학년부 각 한 편씩 두 편의 작품을 읽을 수 있었다.
단 두 작품에 불과하지만 그것을 읽어낸 순간, 감히 이것이 오늘 현재 대한민국 초등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독서감상문(독후감) 지도에 대한 현실이라고 판단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우리나라 초등학교뿐 아니라 이 땅에서 이루어져 온 독서감상문 지도의 문제가 전혀 개선되기는커녕 고질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아주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사항만 지적하더라도 다섯 손가락이 부족하지만 오늘 이 자리에서 그중 딱 한 가지만 이야기하자. ‘글의 제목’에 대한 지도가 전혀 부재하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비단 독서감상문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글쓰기(글짓기) 지도 전반에 걸치는 기본 문제이다. 수십 년 전까지, 이 땅에는 글짓기 대회로서‘백일장’이라는 것이 학교를 중심으로 보편화되어 있었다. 그 백일장에는 으레 글 제목이 제시되었다.
그리고 글은 그 제목을 그대로 사용해야지 다른 제목을 쓰면 안 되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백일장이라는 말 자체가 글짓기(또는 글쓰기) 대회로 바뀌어가면서 제목을 자유롭게 붙이는 것으로 되어 갔다.
우스운 것은 어떤 대회장에서는‘제목 자유’라고 제시했기 때문에 글 제목을‘자유’라고 쓴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글에서 제목을 우습게 알아온 풍조다.
그런데 최근 십여 년 사이에 글짓기 대회는 독서감상문 대회로 바뀌어 있다. 그래서 이 대회에 자주 심사를 맡게 되는데 쓴 글마다 ‘무슨무슨 책을 읽고’라는 제목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자기 글에 대한 개성적 제목이 없다는 뜻이다. 이는 백일장보다 더 심각한 현상이라고 해야 한다. 이런 현상은 제목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잘못된 교육이 낳은 비극이다.
제목은 글의 이름이요 간판이다.
신문기자가 쓴 기사는 데스크에 올리기 전에 그 표제를 어떻게 다느냐로 최고의 고민을 하게 된다. 가게를 열면 막상 크게 고민하는 것이 간판이고, 사업장에서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내어도 작명 때문에 고민하게 된다.
기업에서 기업 명칭을 위해서 거액의 상금을 걸고 작명 공모도 한다. 아기를 낳으면 이름 짓는 일로 부모가 몇 달을 두고 고민한다.
작명가를 찾아가기도 하고 일가친지 어른들의 조언도 듣는다. 이토록 오늘날 세상만사가 이름에 걸린 것처럼 생각하고 생각해서 짓는다.
그런데 자신이 쓴 글에 붙여야 할 이름은 왜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인가?
제목을 짓는 것도 창작이요, 창의성 개발이다. 제목 잘 짓게 하기 위해서 이름 짓기 훈련을 시켜 보시라. 아이들이 쓰는 가까운 물건들마다 이름을 짓게 하라.
“우리 자동차 이름은 ‘사내말’이예요. 이건 숫말처럼 씩씩하게 힘차게 달리라는 뜻도 있구요. ‘사고 내지 말자’의 준말이기도 해요.”-하고 이름 붙이게 한다면 얼마나 멋질 것인가.
‘글짓기나 독서감상문 쓰기 지도하시는 선생님, 아무쪼록 글의 제목을 제대로 지어 붙일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함을 깨달아주소서’하고 간절히 빌고 싶다.
독서감상문의 제목은 ‘두 줄 제목’을 권하고 싶다.
독서감상문 제목을 그냥 ‘○○○○을 읽고’라고 천편일률로 붙이는 것은 정말 너무하다. 아기를 낳아서 이름을‘사람’또는‘아기’라고 붙이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무슨 책을 읽은 감상문인지 표시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래서 두 줄로 제목을 붙이라는 거다. 두 줄 제목이란 논문이나 기사문의 제목처럼 주표제와 부표제처럼 구성하라는 뜻이다. 즉, 주제목은 자기 글의 내용을 잘 나타내는 개성적인 것으로, 부제목은 읽은 책의 제목을 달게 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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