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숙 영 (국립중앙청소년 디딤센터 원장)
"4-H운동은 청소년문제를 사전 예방할 수 있는 훌륭한 생활운동이다."
내가 자란 곳은 아름다운 자연환경과‘여주쌀’로 유명한 경기도 여주다.
마을에는 언니와 오빠들이 매일 뭔가를 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며 일을 했는데, 그것이‘4-H경진대회’를 위한 준비라는 것을 훨씬 나중에 알았다.
당시‘4-H경진대회’준비는 지역의 중요한 일중 하나였으며, 언니와 오빠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도와줬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내 어릴 적 기억에 남아있는 4-H회원은‘부지런하고 똑똑한 언니와 오빠들’이다.
당시 4-H회원으로 활동하던 언니와 오빠들의 활동은 농촌의 변화를 이끄는 큰 힘이 됐고, 이후 지금까지 우리 여주시의 농업은 물론 지역사회를 이끄는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내가 태어났을 때 대한민국은 정말 가난하고 어려운 나라였다. 그러나 지금 현재의 대한민국은 G20의 회원국으로 활동하는 큰 나라로 발전했으며, 그 바탕에는 바로 4-H운동과 1970년대에 일어난 새마을운동이 있다. 더욱이 4-H운동은 1970년대에 일어난 새마을운동보다 20여년이나 앞서 시작됐고, 새마을운동의 큰 디딤돌이 되었으니 전국에서 활동하던 그 시절의 4-H회원들은 정말로 앞선 선각자들이다.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는 우울증, 불안, 분노,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등 심리적, 정서적 어려움이 있는 청소년들이 기숙생활을 하며 전문적인 상담치료를 받는 국립시설이다.
우리 디딤센터가 청소년들의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고 대인관계를 회복하는 체험중심의 활동으로 운영하는 프로그램들은 4-H의 지(智, Head)ㆍ덕(德, Heart)ㆍ노(勞, Hands)ㆍ체(體, Health)의 이념과 닮아 있다.
즉 4-H운동이 과거 어려운 농촌과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한 운동을 통해 우리나라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었던 것은 4-H가 추구하는‘지·덕·노·체’이념의 교육과 실천을 생활화하여 인격을 수양하고, 자연과 농촌사랑의 마음을 가지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협동하도록 교육을 했기 때문이다.
이런 4-H운동은 우리 농업과 농촌사회를 이끌어갈 전문농업인 육성뿐 아니라 시대 변화에 따라 창조적 미래를 열어갈 주역들을 배출하는 프로그램으로 변화와 발전을 하고 있다고 본다.
내가 어릴 때는 마을에서 어려움에 처한 가정이 있으면 많은 이웃들이 관심을 가졌고, 아이들이나 청장년이라도 사회통념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 호통으로 가르치는 속칭 ‘호랑이 할아버지’라는 분이 계셨다.
그러나 경제 성장과 함께 개인이 공동체에 헌신하면서도 개인의 권리를 지키며, 타인에 대한 배려를 하는 가치가 함께 성장해야 하지만, 우리 사회의 급속한 개인화는 사회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부분도 있다.
경제적 이익증대에만 골몰하며 성장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타인에 대한 관심부족과 공동체 가치의 손상은 모든 문제를 당사자만의 문제로 치부해 버림으로써 사람과 사람, 사람과 공동체간의 사랑과 소통이 부족한 가운데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것의 하나가 청소년 문제일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께서 우리 사회 공동체의 가치를 침해하고 민생을 위협하는 4대 사회악에 학교폭력이라는 청소년문제를 포함시켜야 할 정도로 현재의 청소년 문제는 심각한 지경이다. 현재의 청소년 문제는 미래의 사회문제가 된다는 점에 그 심각성이 더하다.
자연과 농촌을 사랑하는 4-H정신은 지금도 변함없이 높은 가치를 가졌으며, 시대정신에 맞는‘농업ㆍ환경ㆍ생명운동’을 통해 앞으로도 국가발전과 지역발전은 물론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심각한 청소년문제 해결책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지·덕·노·체’의 4-H이념과 이를 생활화하는 4-H운동은 청소년문제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매우 훌륭한 실천적인 교육철학이며 생활운동이기 때문이다.
4-H운동이 농촌을 넘어 도시와 많은 공동체를 통해 전개됨으로써 우리 대한민국의 변화를 이끄는 창조적인 미래를 위한 의식 변화 운동의 주축이 되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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