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15 격주간 제767호>
[지도교사 이야기] 염소 두 마리 이야기

이 승 영 (영월 주천고등학교4-H회)

"아이들에게 무엇이든 하려는 마음을 심어주고 싶다"

강원도 영월군에 위치한 주천고등학교는 참 아름답다. 하지만, 3학년 5명, 2학년 2명 그리고 1학년은 16명으로 초미니 학교다.
올해 전근 온 나는‘이렇게 적은 학생을 어떻게 가르칠까?’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도 할 건 다 하고 싶었다. 그 중 하나가 활동이 중지되었던 4-H를 새롭게 시작하는 일이었다. 아이들에게 무엇이든 하려는 마음을 심어주고 싶었다.
2학년은 미현이와 은숙이 단둘이서 외롭지만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나는 그 녀석들에게 추억을 하나 만들어 주고자 동문 선배에게 부탁해 염소 두 마리를 기증받았다. 그리고 각각 한 마리씩 녀석들에게 길러야 하는 작은 임무를 주었다. 미현이와 은숙이는 성질이 고약한 숫염소에게는‘하이드’라는 이름을, 두려움이 많아 사람을 매우 경계하는 소심한 암컷에게는‘꽃순이’라는 이름을 붙여 줬다.
미현이는 공부를 아주 잘하고 똑똑한 학생이다. 작년에는 전국 FFK대회에서 과제 이수로 딸기 재배의 경험을 발표해 전국 1등인 금상을 받아 유럽연수를 다녀왔다. 녀석은 그 경험을 평생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라고 한다. 그리고 다녀와서는 세상을 보는 안목이 확 달라졌다. 더구나 유럽연수를 바탕으로 쓴 기행문이 올해 한국4-H본부에서 실시한‘전국4-H회원사이버백일장’에서 으뜸대상을 받아 여성가족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은숙이는 공부는 조금 못하지만 성실하고 착하다. 다소 소심하긴 하지만 늘 배려하는 마음이 아름답다. 실습포장에서 실습이 끝나면 항상 뒷마무리는 이 친구가 솔선해서 한다.
우리 학교에는 까만 염소 두 마리가 있다. 그리고 그 염소들을 너무나 꼭 닮은 하이드처럼 저돌적이고 진취적인 미현이와 그 뒤를 얌전하게 따라 다니는 꽃순이 처럼 귀엽고 헌신적인 은숙이가 있다. 그래서 주천고등학교 2학년 4-H회원은 2명이 아니라 4명인 것이다.
“전국의 학생4-H회원 여러분, 염소 한 마리씩 길러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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