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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01 격주간 제766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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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교사 이야기] 한 송이 꽃에 담긴 정성 |
이 종 완 (강원도4-H지도교사협의회장 / 강릉 문성고등학교4-H회)
"뿌린 만큼 거두고 관심 가진 만큼 자라나는 꽃과 작물들…"
“선생님! 꽃들이 정말 예뻐요.”하며 밝은 웃음으로 인사하는 학생의 얼굴에는 따스한 햇살이 부서지고 있다.
언젠가 화단에 예쁘게 피어있는 국화를 뚝 따들고 친구들과 장난을 하고 있는 아이에게 다가가서 “꽃들이 많이 아프겠는걸. 너도 가만히 있는데 누군가 꿀밤 한대를 주면 아프지 않겠니. 사실 꽃들도 그냥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 죽을 힘을 다해서 다음 세대를 위해 피어난 것이기에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꽃송이를 따버리면 얼마나 허탈하고 힘이 들겠니.”
이런 인연으로 만난 아이가 4-H회원이 되어 봄에 함께 흙을 고르고 퇴비를 뿌려 주고 모종을 심고 매일 아침 점심으로 물을 주고 가꾸면서 하는 이야기가 “선생님 저는 그전에는 꽃이 아무렇게나 그냥 피어나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을 물도 주고 정성을 쏟아 부어야 꽃이 피어나는 줄 몰랐어요.”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필자 또한 4-H지도교사가 되기 전에는 그 아이와 똑같은 입장이었다. 전혀 농사라고는 모르고 공무원이신 부모님 밑에서 시내에서만 자란 나는 인문계 과목을 가르치고 인문계 학교에서 근무하다보니 농사와 전혀 관련을 지을 수도 없었고 꽃 한 송이 키워본 일도 없이 바쁘게만 생활을 했다.
그러던 어느 해 지금은 학교에서 환경부지만 그때는 새마을부라는 부서에 배치되어 청소 및 환경 업무를 배정 받았는데 그때 부장님께서 4-H회 지도를 한번 같이 해보자는 꼬임(?)에 발을 들여 놓은 것이 오늘날까지 꽃을 키우고 함께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사실 아는 것 하나 없어 하나, 둘씩 모르는 것들을 물어보고 배워가는 것이 쏠쏠한 재미가 있었고, 도시의 삶에 너무 젖어 버린 지친 일상들이 흙을 만나며 흙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저절로 풀어지니 삶의 많은 비밀들이 흙속에 녹아있는 것 같았다.
우리의 삶이 자연과 떨어져서는 결코 살아갈 수 없기에 결국 마음이 황폐해지고 건강을 잃고 나면 자연 속으로 찾아드는 것이 아닌가.
뿌린 만큼 거두고 관심 가진 만큼 자라나는 꽃과 작물들….
따뜻한 마음을 갖고 소중한 손길로 꽃을 돌보는 아이의 건강한 미소와 넉넉한 마음처럼 삶의 이야기가 함축적으로 담겨있는 농사일들을 조금씩 겪으면서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힐링(healing)’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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