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옥 용 (제천문화예술학교 이사장)
"작은 봉사로 큰 기쁨 만들어 가는 4-H가 활성화 돼야…"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문화융성’을 국정의 3대 축으로 제시한 바 있다.
지금까지의 문화는 경제적 여유로 여기고 잉여적 소비의 대상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문화를 잘 먹고 잘 살게 된 이후에 누리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고 좋은 삶을 위한 인간의 기본적 권리로 보고, 이를 보장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다수의 문화향유에 지향점을 두고 있는 서구 문화를 받아들였으면서도 우리는 그 문화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경제를 누린 후 잉여시간을 문화에 투자한다는 기본 원리가 성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필자의 세대는 방학이 되면 시골 외가집에서 긴 방학을 보냈다. 그것이 바로 여름 휴가였다.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나가 어학을 연수하는 오늘날 풍토와는 비교되지 않는 서정적 휴가였다. 나무그늘 아래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뼉을 쳐주면 나는 노래를 부르며 재롱을 부렸던 기억이 있다. 그때의 시골은 살아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의 농촌은 살아 있을까 의문이 간다.
필자가 운영하고 있는 학교는 충북 제천의 아주 작은 마을에 있는 폐교를 개조한 것이다. 문화를 이야기하면,“먹고 살기도 힘든데 무슨 문화냐?”고 반문을 하는 곳이다.
주민이 통틀어 82명!
나는 81번째 주민이다.
가구 수는 약 40여가구!
그 중 절반이 혼자 사시는 어르신이다.
이 마을의 가장 큰 문제는 청년 수가 절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일을 할 수 있는 젊은이들이 모두 도시로 나가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농촌은 어르신들이 지키고 있다. 하루의 고된 일과를 천직으로 알고 살고 있다.
농촌의 문화!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얼마 전 필자의 학교에서 의료봉사단을 오시게 하여 마을 주민의 건강을 체크해 준 적이 있다.
젊은 봉사자가 절대 필요한 실정이었다.
봉양중학교에 봉사자를 의뢰했다.
4-H회원들로 구성된 봉사단이 왔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내가 어릴 적에 있던 그 4-H가 지금도 중학생들의 동아리로 운영되고 있었던 것이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조심스럽게 모시고, 기다리시는 어르신들께 노래와 춤을 추며 자신들의 개인기를 보여 드렸다. 이를 지켜보는 어르신들의 웃음소리가 오래 지속되었다.
정말 이곳에 온 후 처음 접해 보는 화기애애한 기운을 느꼈다. 그렇다 이것이 바로 농촌의 문화였다.
그 어느 연예인의 공연보다 더 값진 공연을 펼친 봉양중4-H회원들은 행복 전령사였다.
농촌문화는 잘 먹고 잘 살게 된 후 누리는 문화가 아니라 우리의 주변에서 가장 작은 행복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4-H가 그 행복을 유지하고 있었다.
프랑스는 보편적 접근을 국민에게 부여하는 문화정책을 썼고, 이 문화정책은 프랑스의 경제를 바꿔 놓았다. 프랑스는 국민의 행복한 삶을 이루어 낸 것이다.
문화향유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삼아 문화의 접근 기회를 확대하고 문화격차를 해소해야한다.
문화의 주체는 국민이다.
그런데 정부는 문화를 정치의 수단으로 이용하거나 경제적 잉여가치로 형성하려 했다.
문화를 접하는 주체의 특수성과 자율성을 고려하지 않았고 양적으로 확대하여 국민 개개인의 문화권을 신장하는 성과는 작았다.
시골마을에서 문화예술을 보급하기 위해서는 본질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중심을 시민에 두지 않으면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접근으로 이어져 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문화 예술의 본질을 따지기 이전에 가장 근본적인 문화는 앞에 서술했듯이 작은 봉사로 큰 기쁨을 만들어가는 4-H와 같은 조직이 활성화 되어 행복을 만들어 가는 신개념 농촌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문화는 크고 화려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 속의 작은 곳에서부터 전파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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