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사는 농업 이루는데 4-H인들이 중심에 서기를 …"
강 용 (한국농식품법인연합회 대표이사)
어릴 시절 집에서 서울을 가려면 버스 타는 시간만 아홉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먼 시골에서 농사와 축산을 주업으로 하며 살았지만 나의 꿈은‘농부’였다.
1992년 농과대학을 갓 졸업하고 자본금 30만원과 66㎡짜리 비닐하우스를 임대하여 전혀 연고가 없는 객지에서 처음 농사를 시작하였다.
당시에는 농과대학을 졸업했다고 하더라도 꿈만 가지고 농업을 시작하기엔 정보, 교육, 연수 등의 프로그램이 지금처럼 많지가 않았고, 무슨 농사를 어떻게 지어야 할지 선택하고 판단할 수 있는 지식이 없었다.
더욱이 부모님의 반대가 너무 심해 도대체 농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하나도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당연히 유기농업을 시작했고,‘항상 배우면서 일하자’해서 학사농장(學事農場)으로 이름 지었다.
조직화·규모화로 큰 꿈 꿔
팔아주는 곳이 없어 직접 판매하러 다니다 작은 판매코너를 만들어 직거래 유통을 시작했고, 혼자서 생산하기엔 소유한 농지가 없어 주변의 농가들과 함께 생산하여 조직화하고, 조직이 커지면서 자연히 규모화가 되어 더 큰 꿈을 꾸며 달려 나가고 있다.
최근 대기업의 농업참여문제로 농업계가 상당히 혼란스럽다.
대규모 생산을 위해 투자한 한 기업은 농민들의 조직적인 불매운동과 항의집회 등으로 몇 백억 들여 완공한 대규모 유리온실을 철수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농업을 맡겨준다면 삼성처럼 만들겠다고 장담한 대기업 회장도 있었으며, 많은 대기업이 우회하여 농업회사법인을 설립했고, 지금도 직접적인 참여를 위해 눈치를 보고 있다.
왜 농업인들은 힘들다고 아우성인데 대기업들은 그 많은 비난을 받으면서 진입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장 힘들다고 하는 것을 기업들은 돈 되는 산업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농업으로 먹고 살 수 있나?, 그것도 잘 살 수 있나?
농업계에 잠시 머물던 어떤 기자가 묻는다. 농업으로 잘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이야 다는 모르겠지만 이십년 농업을 하면서 가장 안타까운 요소 중 하나를 꼽으라면 너무 많이 듣는 구호지만‘조직화와 규모화’다.
농업 선진국과 비교하여 땅 넓이로만 생각한다면 평균 경지면적 1.3ha의 우리 농업은 절대 규모화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큰물고기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크게 보이려 떼로 모이는 작은 물고기들(schooling)처럼, 규모화는 우리 실정에 맞게 농기계 하나라도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효율적인 농지단위를 재정비하고, 그런 농업인들이 모여 공동으로 구매하고 노동인력을 운용하고 유통망을 개척하는 것이 우리 실정에 맞는‘조직화와 규모화’일 것이다.
합리적인 4-H인들에 기대 커
그 중심에 젊고 합리적인 정신으로 무장한 4-H청소년과 지도자들이 서 있기를 갈망한다.
안 된다고 말하지 말자.
학사농장은 많은 농지도 소유하지 않고, 대단한 유통센터나 유통망도 없으며, 매우 수준 높은 생산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상당히 많은 면적을 경작하고 있으며, 몇 개의 가공공장과 도·소매점들이 학사농장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아직 미약하지만 이만큼이라도 농업의 꿈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작든 크든 많은 농가들과‘함께’목표를 향해‘실행’을 했기 때문이다.
한국농업은 지금 우리 주변에 흔하게 널려진 농업의 조각들을 서로 모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사는 농업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의 중심에 4-H청소년과 지도자들이 서있기를 더욱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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