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3-01 월간 제753호>
[4-H 지도 현장] 참된 전인교육의 장(場)에 서다
<정 현 채 지도사>
농촌지도사로 16년을 살았지만 4-H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지술지도과에서만 근무를 해 왔기 때문이다.
그때는 농촌지도사라면 자기 분야에서 농업인보다 앞선 기술자이어야 한다고 굳게 믿고 그렇게 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작년부터 4-H업무를 맡게 되면서 4-H를 보다 자세히 들여다 보기 위해 또 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4-H를 처음 맡은 후, 연간 약 3000만 원 정도의 예산이 학교4-H회에 투입된다는 것을 알고 그 평가를 핑계로 관내 학교4-H회를 돌아봤다.
학교를 돌아보면서 요즘 중·고등학생들에 대한 나의 선입견을 깨는 신선한 장면들을 맛볼 수 있었다.
연일 뉴스에서는 중학생이 담임선생님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선생님을 경찰에 고발하는 등 학교폭력을 보도하고 있다. 또한 스마트폰에 빠져 사는 학생들의 심각성도 보도하고 있다. 머릿속이 온통 학교의 위기라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
그런데 지금 여기 4-H회원들은 방과 후 수업으로 자발적으로 모여서 악기들을 연주하고 있다.
그것도 학생들에게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징, 꽹과리, 장구, 북, 아쟁, 가야금 등 우리 전통악기, 사물놀이가 아니던가.
스마트폰에 피자 먹는 것만 좋아하는 것이 요즈음 학생들인줄만 알았는데, 나에겐 너무도 신선한 광경이었다.
지도교사님의 소개로 회원들 전체가 입을 맞춰 “안녕하세요”라고 하는 눈망울이 아름답다. 명랑하고 맑다. 회원들 스스로 리더의 지휘에 맞춰 악기를 연주하면서 서로 상의하는 모습에 전국에 있는 우리 학생4-H회원들의 맑은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리고 이제야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가락을 몸에 익히는 이 학생들에게서 어느 한 구석에서 학교폭력을 찾을 수 있을까?’,‘왕따를 상상할 수 있을까?’,‘선생님을 경찰에 고발할거라고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하는 그냥 아름답다는 생각만이 내 머릿속에 가득 찼다.
이렇게 수업 후 짬짬이 익힌 사물놀이, 관현악, 전통무용의 실력으로 지역사회 불우이웃을 방문하여 위문공연을 하고, 지역축제에 기념 공연을 가고, 각종 대회에 나가 실력을 겨루는 시간도 갖는다고 4-H담당 선생님이 귀띔한다.
어느 중학교 4-H회원은 봉사활동을 하고나서 행복해 하는 분들의 미소를 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고 소회를 말한다. 지·덕·노·체 4-H활동의 이념 중 덕(德)을 실천하면서 배운 보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보다 많은 전국의 학교에 4-H를 퍼뜨리자. 지·덕·노·체 4-H 이념을 전파하자. 학교폭력을 근절할 수 있는 해답은 진정한 전인교육의 장인 ‘4-H’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얼마 되지 않는 예산을 지원했을 뿐인데 이런 것이 동기부여가 되어 어린 학생들이 삶의 지표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는 얘기가 감동으로 다가온다.
전국에 4-H활동을 하는 이 어린 친구들이 있는 한 우리의 전통가락은 결단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아름다운 우리 선율을 가슴에 담고 있는 학생들이 자라서 사회에 나가면 우리 사회가 훨씬 평화롭고 행복한 사회가 될 것 같다.
훗날 이 친구들이 아이를 가지면 그 아이들에게 자랑스럽게 우리의 가락을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을 생각하니 이 친구들이 부럽다. 나는 지금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4-H는 나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했다. 배우게 했다. 깨닫게 했다. 고로 대한민국에서 4-H가 더욱 발전했으면 좋겠다.
 〈용인시농업기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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