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3-01 월간 제753호>
[지도교사이야기] 어린 시절 소박한 꿈이 현실로!

김 상 동 (경남 김해생명과학고등학교 / 경남4-H지도교사협의회장)

80년대 초반 농촌의 작은 초등학교에는 어린 아이의 동심을 사로잡는 올망졸망한 토끼와 이름을 알 수 없는 작은 새들을 키우는 사육장들이 많이 있었다.
매일 동물들에게 물과 먹이를 주고 청소해 주는 당번 학생이 배치되어 어린 고사리 손으로 여린 생명을 지켜가는 아름다운 풍경이 그려졌던 시절이었다.
그럴싸한 공장 하나 없는 경남의 작은 시골 초등학교 사육장에서 노란 잉꼬의 날개 짓과 아름다운 소리가 마냥 신기하고, 매일 등굣길에 뜯어다 주는 클로버 잎을 맛있게 먹고 포동포동 살찌는 토끼가 좋아 사육장 당번을 도맡아 일하는 까까머리 소년이 있었다.
동물뿐만 아니라, 이 학생의 담임은 반 학생들에게 가을이면 아름다운 향기를 풍기는 국화화분을 키우게 하였고 이 학생은 국화 키우는 것이 또한 즐거웠다.
소년은 동물을 돌보고, 식물을 가꾸는 활동이 좋아 다른 사람들에게 농업과 관련된 내용을 가르치는 농업교사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소년이 바로 필자다.
그렇게 자연과 함께 생활할 수 있는 농업을 사랑했기에 농업교사의 꿈을 가졌고 지금은 고등학교에서 화훼장식과 애완동물을 가르치는 농업교사로 학생들과 만나고 있다.
우연히도 1999년 3월 농업교사로 첫 발령을 받은 곳이 3월 1일자로 다시 부임한 김해생명과학고등학교다.
이곳에서 4-H동아리 활동을 하게 되었는데, 어린 시절 마을 입구 표지석에 있던 초록색 클로버 마크를 만나는 순간의 반가운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어린 시절 미래를 꿈꾸게 했던 다양한 농업관련 활동들이 4-H활동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던 것이다.
분명 누군가 어린 시절의 나처럼 농업활동을 좋아하고 농업관련 분야에 꿈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4-H의 기본 이념인 지·덕·노·체 정신이 인간의 인격을 얼마나 건강하게 하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교직 경력 14년 동안 꾸준하게 4-H지도교사를 해오고 있다.
세계화·개방화라는 거대한 물결 속에서 우리의 농업은 위기에 봉착해 있다.
혹자는 우리의 농업을 사양 산업으로 간주하여 경쟁력 있는 다른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식량 없이는 아무도 살 수 없듯이 농업은 우리 생명의 근본이므로 농업을 포기하면 우리의 미래도 없다.
난 학교에서 우리 학생4-H회원뿐만 아니라 보다 많은 학생이 농업을 사랑하고 우리 삶의 바탕이 되는 흙의 소중함을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또한 우수한 미래 농업인을 육성해 나가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의 농업과 관련된 경험은 심신을 건강하게 한다.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고 학습해 나가는 다양한 경험은 문제해결능력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본인의 적성과 소질의 파악해 나가는 동시에 미래의 직업을 탐색해 나가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과제활동 중 숲 체험활동, 화훼장식, 지역문화탐방, 야생화 가꾸기, 동물사육활동, 학교 숲 가꾸기, 텃밭 가꾸기, 애완곤충 사육을 실시하였는데 처음에는 낯선 과제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힘들어하던 아이들도 차츰 재미를 느끼고, 과제를 수행해 나가는 모습을 보며 뿌듯함을 느꼈다.
무엇보다 올해엔 경남4-H지도교사협의회장을 맡게 돼 지금까지 경남의 학교4-H회를 이끌어 오신 분들의 열정과 희생을 거울삼아 더욱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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