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보 경 회원 〈경상북도4-H연합회〉
4-H가 처음 생겨난 곳. 미국으로의 국제파견은 나에게 상당히 흥미로웠다.
시험을 치고, 면접을 보고, 드디어 미국 와이오밍(Wyoming)주로 파견이 확정된 나는 주체할 수 없이 기뻤다.
와이오밍의 상징 마크가 카우보이인 것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와이오밍은 목축업이 상당히 발달되어 있었다.
소, 말, 염소, 양 등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가축부터 이름도 생소한 알파카나 라마까지 말이다. 다양한 종류에도 놀랐지만 키우는 모든 동물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것에도 크게 놀랐다.
두 번째 호스트 집에서는 소를 150마리 정도 키웠었는데, 대부분 이름이 있다고 했다. 가축으로 동물을 키우긴 하지만, 동물들에게 남다른 애정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멋있어 보였다.
와이오밍은 대부분 건조한 기후라서 농작물재배업을 하는 농가는 드물었다. 가축들을 위한 건초를 만들기 위해서 풀을 키우는 것이 전부였다.
미국의 4-H활동 중 무엇보다 부모님과 함께 하는 4-H활동, 청소년이 자발적으로 하는 4-H활동이 가장 부러웠다.
동물들을 얼마나 잘 키우고, 동물들과 얼마나 교감이 되어 동물들을 다루는지 보는 쇼맨십 대회를 보러 갔었는데, 4살, 5살 정도로 보이는 어린아이부터 18살, 19살 되는 아이들까지 자신이 키운 동물들을 뽐내며 쇼맨십 대회에 참가했다.
쇼맨십과 비슷한 카운티 단위로 진행되는 카운티 페어, 주 단위로 진행되는 스테이트 페어 등 많은 농업과 관련된 대회들이 많았는데, 모두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고, 부모님들이 적극적으로 모든 활동을 도와주고 지지해주는데 상당히 부러웠다.
그리고 4-H사무실도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들락날락하며, 4-H사무실에서 여가시간을 보내거나 취미생활을 하는 모습에 4-H가 미국 사람들에게는 아주 친숙한 단체라는 생각을 했다.
4-H가 시작된 미국이라 그런지 4-H활동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다양했다. 우리나라에도 쇼맨십이나 페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테이트 페어에서 16살의 여학생을 만났었는데 그 여학생은 돼지가 너무 좋다고 하면서 돼지와 함께 참가할 수 있는 페어가 좋다고 했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제대로 된 취미 생활도 없고 공부에만 집중하는데, 우리나라 학생들과 전혀 다르게, 소박하게 돼지가 좋다는 말에 깜짝 놀랐었다.
우리나라도 농업에 관심을 가지고, 농업을 꿈꾸는 학생들이 있다면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고, 미국처럼 학생들이 좋아하는 활동을 할 수 있게끔 많은 대회를 만들어주고, 흥미를 잃지 않게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쇼맨십이나 페어의 경우에는 참가하는 모든 학생들에게 리본으로 만든 상을 주고, 잘한 학생들에게는 다른 색의 리본이나 상장을, 특히나 잘한 학생들에게는 챔피언 벨트를 주며 시상을 하기도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다.
무조건 잘하기만을 강요하지 말고, 학생들이 스스로 더 잘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방법이 필요한 것 같다.‘괜히 선진국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각 도시의 4-H사무실은 개방적이어서 일반 학생들이 자주 들러 취미 생활을 하기도 하고, 숙제를 하기도 한다.
학생들이 4-H사무실을 편하게 생각하다는 것이 부러웠다. 우리나라의 경우 행사가 있어도 학생들이 4-H사무실을 방문하기가 쉽지 않은데 말이다. 우리도 사람들의 생활 속에 4-H가 깊숙이 박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원래 예정된 호스트 가정은 3곳이었지만, 스컹크 덕분에 새로운 호스트 가정 한 곳을 더 만났다. 처음엔 스컹크가 원망스러웠지만, 지내면서는 새로운 가족이 생긴 데에 감사하게 생각했다. 말이 잘 안통해서 깊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오랜 기간 동안 정을 나누었고, SNS의 발달로 언제, 어디서든지 연락이 가능하게 되어 좋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와이오밍을 한 번 더 방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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