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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1 월간 제752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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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교사이야기]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
박 평 욱 (경남 하동 진교고등학교)
여러 사람들에게‘농업’이라는 단어를 제시한다면 무엇을 떠올릴까? 대다수의 사람이‘노동’,‘가난’,‘고통’이라고 답변할 것으로 짐작한다. 아마도 찢어지게 힘들었던 과거의 역사와 농업이 맞닿아 있기 때문이리라.
나 역시 처음에는 대다수의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으나, 4-H활동을 통해 생각들이 많이 달라졌다.
지금 누가 나에게‘농업’이라는 단어를 제시하고 생각나는 것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나는‘젊음·희망·행운을 뜻하는 녹색의 네잎클로버와 각 잎에 새겨진 ‘지·덕·노·체’ 네 글자를 떠올릴 것이다.
학생들과 함께할 수 있는 것만으로 행복했던 나에게 찾아온‘4-H’라는 녀석. 그리고 뜻을 같이하는 이들과 함께 떠난‘경남 4-H지도교사 유럽 3개국(영국, 프랑스, 독일) 연수’, 10일 간의 행복하고도 소중한 시간을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한다.
학기가 채 마무리돼기도 전인 2011년 7월 13일부터 22일까지 영국, 프랑스, 독일을 방문할 기회가 주어졌다. 앞서 언급한 3개국을 다녀왔다면 혹자는 이름난 유적과 관광지를 거론하겠지만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내 가슴 한 편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너무나 행복하고 풍요로워 보이는 농촌의 모습이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독일의 농촌 현실에 대해 몇 가지 소회를 담는다.
독일의 농촌은 국민의 쾌적한 삶의 터전으로 전 국민의 50% 이상이 소도시나 시골에 분산 거주하고 있으며, 농민은 농촌에 남아 농업을 통하여 자연경관을 가꾸고 보존하며 국민의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함으로써 균형 잡힌 소득을 보장 받고 있다.
또한 독일 정부는 주부들이 농가 경영에 있어 탁월한 판단력과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최근에는 농촌 부녀자들의 잠재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는 사업들, 예컨대 농산물의 가공 직판 및 농가민박사업 등 농가에서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사업들에 대해 다양한 정책지원을 하고 있다.
물론 이는 농가소득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지만 나아가 농촌주부들에게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고 농촌에서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의미가 더욱 크다 하겠다.
파괴되지 않은 자연 속에서의 휴양, 값진 전통의 보존과 계승은 오로지 농촌만이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독일정부가 농촌과 농민을 지키려고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풍요로운 삶의 질을 자손만대에 보장하려고 하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근래 정부차원의 농촌지도사업은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보급보다는 농촌과 농가의 삶의 질을 높이는 환경 및 생활개선 사업의 비중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아직은 독일과는 거리가 멀지만 미래의‘우리 농촌과 농업인의 모습이었으면’하는 생각을 해 본다.
9박 10일의 해외 연수를 통해 외국의 농촌 현실을 잣대 삼아 우리나라의 농촌 현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 하지 않던가. 불과 몇 십 년 전만 하더라도 국가 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했던 것이 농업인데 지금은 나 몰라라 하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말았다. 우리 고유의 것은 점차 자취를 감추어가고, 우리 것을 지켜나가야 하는 이들마저 농촌을 외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한참 현장에서 힘을 써야 할 젊은이들이 일자리가 없다고 하지만 가장 가까운 곳-농촌, 농업 관련 직업이 그 해법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에서 흙의 소중함, 그 속에서 삶의 참된 의미를 깨닫고 좋은 것을 더욱 좋게 만들고 실천으로 배워 행복을 누리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주인공들이 젊은 4-H회원들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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