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01 월간 제749호>
[시 론] 4-H정신과 제2의 녹색혁명

김 재 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최근 우리 농식품 수출촉진과 국제 곡물가격 상승에 대비한 대책마련을 위해 동남아시아를 방문하면서 동남아 주요 국가들의 경제수준이나 농업 현황이 우리나라 60년대나 70년대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그러나 이들 지역의 천연자원이나 넓은 땅은 식량 생산기지로서 무한한 가능성을 보이고 있으며, 사람들도 활력이 넘쳤다.
영국의 신경제재단(New Economics Foundation)이 올해 세계 151개국의 삶의 만족도와 기대수명, 환경오염 등을 평가한‘국가별 행복지수’에 따르면, 1위는 코스타리카, 2위는 베트남이었다.
국내총생산(GDP) 1위인 미국은 하위권인 105위였고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구 주요 선진국들도 대부분 40위권에 머물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중간수준인 63위다.
반면에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대부분 20위 안쪽에 자리하고 있다.
경제지표만 놓고 보면 동남아 국가의 위상은 낮지만 앞으로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농업 발전이 국가경제 발전을 선도할 동력이라는 인식을 갖고 농업에 대한 국가적 관심도 높다.
우리나라의 60~70년대 경제수준인 동남아시아는 우리나라의 경험에서 많은 시사점을 찾고 있다. 한국4-H의 활동도 좋은 모델이 된다.
4-H운동은 청년농업인 육성을 통해 해방 직후 우리 농어업의 기반조성 및 농어촌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우리나라도 1970년대까지는 식량 생산 부족으로 보릿고개를 경험했다.
1970년대 통일벼 개발을 통해 쌀 생산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키는‘식량 혁명’을 통해 고질적인 보릿고개를 극복하고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최근 국제적인 식량위기가 우려되면서 ‘제2의 식량혁명, 제2의 녹색혁명’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상기후에 따른 작황부진으로 옥수수, 대두 등 국제곡물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미국, 브라질, 러시아, 중국 등 주요 곡물수출국은 가뭄과 폭염으로 옥수수, 밀, 대두 등의 생산량이 감소했다.
농산물 생산감소와 가격인상은 전세계적으로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을 유발하고 물가상승과 함께 경기침체를 가져온다. 식량 수급불안은 폭동이나 사회분란, 정권교체, 국제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개발과 기술혁신에 더욱 매진하고, 농업기반을 재정비하여 식량안보를 구축해야 한다. 국내 상황이 어려우면 해외 식량기지 개발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지난해 민관합동으로 미국 시카고에 AGC(aT Grain Company)를 설립했다.
곡물가격상승과 식량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국제곡물사업은 진입장벽이 높고 천문학적인 자금과 시설투자가 필요하며, 전문인력 양성 등 종합적인 역량강화가 필요하다.
곡물사업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단기실적에 얽매이지 않고 긴 안목으로 다양한 방안을 추진할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식량의 안정적 확보야말로 가장 중요한 국가적 과제였다. 공자는 정치의 기본을‘식량을 풍족히 하는 것(足食)’이라고 강조하였다. 정조대왕은 화성 주위의 땅을 개간하여 대규모 국영농장을 만들고 수원 외곽에 대규모 저수지 만석거(萬石渠)를 파는 등 농사를 중요시했다.
우리는 녹색혁명을 통해 식량자급을 이뤄냈고 경제발전의 토대를 닦았다. 이제는 제2의 녹색혁명을 통하여 국가안보를 지켜나가야 한다. 제2의 녹색혁명은 우리 농어촌과 농어업, 국가경제에 여러 가지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농업발전을 통해 국가발전의 토대를 닦은 4-H운동의 뜻을 되새기자.
농어업 관계자들의 지혜와 뜻을 한데 모아 우리나라가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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