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10-01 월간 제748호> |
|
[지도교사이야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 가르치는 4-H |
하 은 종 부산 동래원예고등학교
부산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동래구 중심 한복판에 자리한 우리 학교는 도시 원예교육의 메카라고 할 수 있다.
씨 없는 수박으로 유명한 우장춘 박사의 원예시험장 자리에 세워졌으며, 1974년 개교 이래 수많은 졸업생을 배출하여 부산지역 농업교육의 ‘산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유서가 깊은 학교다.
하지만 대부분의 농업계고등학교가 안고 있는 문제점인 농업에 대한 낮은 인식 때문에 농업에 관심이 있거나, 직업으로 선택하기 위해 본교에 진학하는 경우보다 중학교 성적에 맞추어 진학하는 학생들의 비율이 매우 높은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농업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정적이거나, 졸업 후 타 분야에 취업하거나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전문계고등학교는 가정적인 문제, 학습의욕 결여, 경제적 곤란 등의 어려움을 가진 학생들의 비율이 일반계고등학교와 비교하여 매우 높은 수준이다.
중학교 때 문제아로 낙인찍히거나, 단 한 번도 선생님의 주목을 받아 보지 못한 경험, 소위 주변의‘엄친아’와 항상 비교 당했던 부정적인 경험들 때문에 학생들은 자신감 없고 주눅이 들어 있는 모습이나 이유 없는 반항으로 자기 자신을 표출하는 것을 자주 발견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학교4-H 과제활동인‘원예·식품가공 활동을 통한 자아정체감 향상 프로젝트’를 도입해‘학생 기(氣) 살리기’에 몰입했다.
본교의 교육과정과 접목해 원예와 식품가공을 활용, 학생들에게 직접 도움이 되면서 동시에 자기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과제활동을 시행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아이들의 자아정체감을 향상하고, 전공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가장 적절한 15종류의 주제를 선정하여 실시됐다.
원예와 식품가공을 동시에 접목 가능한 채소 가꾸기 및 허브 가꾸기를 통해 수확물을 이용, 요리 및 제과·제빵과 연결함으로써 학생들의 과제활동 참여도를 높일 수 있었다.
직접 가꾼 허브 재료로 허브 빵 및 각종 건강빵을 제조하여 학교 주변의 양로원과 요양병원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했다.
자기가 사는 지역의 노인요양시설과 장애인복지시설에 여러 가지 봉사활동을 하면서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함께 지역에 관한 관심도 갖게 했다.
원예활동 심화과정에서는 부산의 명산인 금정산 생태탐방활동을 시작으로 금정산 숲 가꾸기 활동, 범어사, 감전동 야생화 단지, 온천천, 수영천, 오륙도, 이기대 식물 군락조사를 했다.
식물 군락조사를 통해 부산에만 있는 희귀식물을 관찰하게 되었고, 이 식물을 학교 안 화단에 심어 많은 학생에게 부산의 희귀식물과 멸종위기의 식물을 알리고 싶은 마음에 50여 개의 화분을 만들어 멸종위기 식물을 심고 가꾸는 활동도 병행했다.
이러한 활동들이 다른 학생들과 교직원에게 알려지면서 학생들이 점차 학교4-H활동에 관심을 갖게 됐고, 학교4-H활동을 홍보하는 가장 좋은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점심시간에 자율적으로 조를 편성해 학교4-H 농심포인‘그린 핑거 텃밭’에 삼삼오오 모여 작물을 재배하고, 수확물을 집에 가져다 드렸더니 부모님께서 대견해하시더라는 말을 건네는 아이들의 모습에는 행복감이 흠뻑 묻어 있었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결코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을 것이다.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자아개념은 삶을 살아가는데 커다란 원동력이 될 것이며,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적 삶 속에서도 주어진 소임을 성실히 수행해 내는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