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01 월간 제748호>
여유를 아는 복지국가 농민의 삶을 만나다

-경남4-H 핵심청년회원·지도자  선진농업연수를 다녀와서-

이 동 균 회장 〈경남 창원시4-H연합회〉

지난 8월24일부터 9월2일 9박10일 일정으로 실시된 경남4-H 핵심청년회원·지도자 선진농업연수에 참가하게 되었다. 연수국은 북유럽의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 4개국 이었다.
8월 24일 아침, 부산에서 9시 비행기를 타며 연수가 시작되었다.

자일리톨로 유명한 핀란드

처음 도착한 나라는 자일리톨로 유명한 핀란드였다. 핀란드는 유럽에서 유일한 아시아계 민족이고 주변 강대국 사이에 치여 스웨덴과 러시아의 식민통치를 받는 등 정말 힘든 삶을 살았었다는 것을 이번에서야 처음 알았다.
먼저 세우라사이 야외 민속촌을 찾아 핀란드의 장인의 가옥과 지역 전통 가옥들을 보았다. 그중에 신기한 형태의 곡물 창고가 있었는데, 곡물 창고의 문 귀퉁이에 네모 모양의 작은 구멍들이 뚫려 있었다. 그런데 그 구멍은 곡물을 지키기 위해 쥐의 천적인 고양이들이 마음껏 드나들 수 있도록 하는 고양이 통로였다. 전혀 생각치도 못했던 용도였기에 다들 놀랐다. 그야말로 천적을 이용한 친환경이 아닌가.
또 그곳에서는 나무의 진을 빼기 위해서 밑둥 근처에 흠집을 많이 내 놓은 걸 볼 수 있었는데 핀란드가 많은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여서 배를 물에 띄우고 잘 썩지 않도록 채취하기 위함이라 하였다.
나오는 길에, 민속촌이 현재는 국가가 관리하지만 원래 개인이 다 꾸며 놓은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나라의 전통을 후세에게 전하기 위한 한 사람의 노력이 실로 대단해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민속촌을 나와 핀란드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벨리우스를 기리는 시벨리우스 공원을 거쳐 헬싱키의 제일 높은 곳에 지어진 암석교회를 둘러본 후 바닷가에 마련된 재래시장을 방문했다.
약 30여 가지의 베리 종류가 생산되는 나라답게 재래시장에는 엄청나게 많은 베리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재래시장답게 반가운 인상으로 우리들에게 시식을 권유하기에 하나씩 먹어보고 사라베리와 블루베리를 샀는데, 우리와 비슷하게 덤을 더 주기도 하고 흥정을 해 돈을 깍기도 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좀 더 가보니 하얀 천막에 장인들이 직접 만든 목각 장난감과 악세사리들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임업이 발달한 나라라 목각공예가 발달해서인지 정교하고 멋졌다.
대형 크루즈를 타고 핀란드에 이어 스웨덴으로 이동했다.

노벨의 나라, 스웨덴

배에서 내려 노벨 시상식이 열리는 스톡홀롬의 시청사로 이동했는데 때마침 트라이에슬론 경기가 열리고 있었다. 출발지점이 시청사여서 선수들과 관중들로 붐볐다. 시청사 안에는 푸른 방과 황금의 방 두개의 방이 있었는데 노벨상 수상자들이 자기의 업적을 이야기하고 만찬을 즐기는 장소라 하였다. 황금의 방은 1900만개의 금박을 모자이크 한 방으로 은은한 빛에 비쳐 황금으로 뒤덮여 있었다. 벽에는 스웨덴의 역사가 벽화로 기록이 되어 있었다. 스톡홀롬의 시내도 수십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어 큰 건물들은 섬 하나를 다 차지한 경우도 있었다.
구 시가지인 감라스탄으로 들어가니 중세 영화에서 본 것 같은 그런 고풍스러운 풍경이 나타났다. 감라스탄에는 스웨덴의 첫 대학이 있었는데 지금은 노벨의 박물관이 되어 있었다. 감라스탄을 나와 보니 바다 건너편에 연극을 너무 좋아했던 구스타프 3세의 극장이 보이고 큰 동상도 서 있었다.
이어, 우리는 바사호 박물관에 갔는데 스웨덴의 힘을 보이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큰 배를 건조해서 띄웠는데 중심을 잡지 못해 침몰한 비운의 배가 있었다. 그 배를 인양할 기술이 없어 못하다가 우리나라 대우건설이 끌어올렸다는 말에 우리 기술이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 그 배는 거북선과 비슷한 시대의 배인데 엄청난 규모의 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바다 퇴적층이 진흙이라 유지가 잘 되어 있다고 한다.
스웨덴에 이어 노르웨이를 가기 위해 버스를 타고 약 3시간 반을 이동해 칼스타드로 향했는데 창밖으로 보이는 지형이 흙이 아닌 암석뿐이었다. 중간 중간 가용토에는 사일러지 작물들과 베리 농장들이 있었다.

산과 빙하의 나라, 노르웨이

노르웨이에 도착하니 평야 지대가 아닌 악산이라 부를만한 산들이 험준하게 있었다. 굽이 굽이 길을 돌아 하마르에 처음 내렸다. 하마르는 동계 올림픽이 열렸던 지역으로 우리나라의 국가대표란 영화에서 나온 번지점프대가 있는 지역이다. 그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빙하지대가 있는 브릭스달 이었는데 방목되어 있는 양과 소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동하는 곳곳 산꼭대기에 빙하와 눈이 녹아 흐르는 폭포가 많이 있었고, 지구의 온난화로 인해서 눈이 많이 녹아 폭포로 내리는 줄기도 많이 말랐다고 한다. 이동하던 중 사과농장에 들러 농장주와 인터뷰도 하고 사과농장을 둘러봤는데 교배를 위해 사과농장 주변 테두리로 자두나무를 심었다고 했다.
페리에 탑승해 플롬으로 이동했다. 플롬에 도착해 플롬라인을 타고 험준한 산을 오르는데 자연이 훼손되지 않은 풍경이 맘을 아늑하게 해주었다.
다음날 오슬로에 도착, 세계적으로 유명한 구스타프 비겔란의 비겔란 조각공원에 들어갔다. 공원의 모든 동상이 나체여서 조금 민망함이 있었으나 그것은 잠시뿐, 동상 하나하나를 볼 때마다 기쁨, 슬픔, 알 수 없는 감정들의 오묘한 느낌이 생생하게 재현되는 것 같았다. 멈춰 있는 동상인데 움직이는 동상같이 말이다. 주로 가족의 중요성 그리고 사회는 사람과 사람이 얽혀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 같았다.
노르웨이 일정을 정리하고 마지막 행선지인 덴마크를 향해 크루즈로 이동을 했다.

인어공주가 사는 덴마크

덴마크에 내려 오전에 축산 농장을 방문했는데 젖소 361마리를 기르는 회사라고 했다. 30ha의 초지를 가지고 있고 자동 착유기 4대와 깔끔한 시설로 크게 냄새도 나지 않고 청결했다. 덴마크도 면적에 비해서 농사 지을 수 있는 땅이 협소하지만 산이 없어 큰 트렉터를 가지고 편히 농사를 지을 수 있었다.
그리고 덴마크의 베르사이유 궁전이라 불리는 브레데릭스보그성의 바로크 양식의 정원이 정말 아름다웠다. 한 치 오차도 없이 각이 져 있고 그림을 그려놓은 듯한 풍경에 감탄을 그칠 수 없었다.
정원을 지나서 우리는 덴마크의 마스코트라 할 수 있는 인어공주 동상을 보러 갔다. 해변가에 초라하게 있는 모습이 생각했던 아름다움이 아니었다. 슬픈 동화의 주인공이라 그런지 애처롭기까지 했다.
이제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집으로 가기위해 공항으로 이동하는데 약 7일간의 연수가 많이 아쉬웠다. 조금 더 시간을 넉넉히 가지고 척박한 지역에서 어떤 농업을 하고 있는지 자세히 볼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바쁘게 돌아본 4개 나라는 다 국토의 10%미만의 농토를 가지고 있고 복지국가로서 세금이 어마어마했다. 그러나 그 돈으로 농업인의 생산품을 나라가 적자를 보면서까지 사서 농업인을 살리는 모습이 정말 부러웠다.
농업인이라고 해서 바쁘고 부지런하게만 사는 것이 아니라 여유를 가지고 삶을 즐기는 여유를 배워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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