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9-01 월간 제747호>
[시 론] 한국 농촌 재건은 4-H운동에서 찾아야

원 철 희 (한국4-H본부 고문)

4-H운동이 시작된 지 110주년이 되는 해가 올해다. 이 운동은 공업화가 진행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위축되어 가는 농촌을 부흥시키기 위해 시작된 운동이었다. 19세기말 미국 사회에서는 교사들과 농촌 지도자 등 농촌젊은이들 사이에서 새로운 각성이 일면서 미국 농촌에서 확산되기 시작했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각국에 파견된 4-H클럽 출신 고문단들에 의해 세계적으로 퍼져 나갔던 것이다.
지금 세계적으로 80여 개국에서 이 4-H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1954년 한국4-H구락부로 출발하여 활발하게 추진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산업근대화에 어느 정도 성공하게 되자 보다 나은 그리고 보다 많은 기회를 찾아 농촌의 젊은이들이 도시로 몰려들고 농촌은 노령화, 과소화로 활력을 잃어 가는 나라로 변모되기 시작했다. 농촌이 활기를 잃으니 새마을운동도 활기를 잃고, 4-H운동도 활기를 잃었다. 지금은 농과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 4-H라는 말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세월이 된 것이다.
필자는 1980년대에 4-H후원회의 사무총장으로 일한 적이 있다. 그때 4-H회장들과 만날 수 있었고 그분들에게 우리 농촌과 농업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무엇보다 먼저 독농가로서 성공하고, 지역 농협의 조합장이 되어 농민과 농업을 지키는 협동조합을 성공시키는 사람들이 되어 달라고 당부를 한 바가 있다. 이 생각은 나의 신념이며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 때에 만난 사람들 중에 오늘 한국4-H본부 회장을 맡고 있는 이홍기씨가 있고, 또 김천에서 농업경영인으로서 성공하고 김천농협의 조합장으로 당선되어 조합을 아주 잘 이끌어 가고 계시는 이기양씨가 있다. 이들의 모습에서 나는 4-H운동의 재점화를 위한 불씨를 발견할 수가 있다.
경제의 물질만능주의는 지금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들을 신음하게 만들고 있고, 생태계가 파괴되는 환경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런가 하면 아직도 지구상의 많은 사람들이 한편에서 누리고 있는 물질적인 풍요와 달리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새마을운동이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에 가장 본받을 귀감이 되고 있는 것은 바로 근면, 자조, 협동을 통해 이룩한 농촌의 부흥이고, 사람이 매일 먹고 살아야 하는 먹거리를 생산해 자기 나라와 사회를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들었다는 그 성공의 사례인 것이다. 여기에 우리 4-H운동의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역사는 되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삶의 가치를 농촌과 농업에 두면그 위에서 근면과 자조와 협동을 배우며 자라나는 후세들이 바른 나라를 만들고 인간의 참된 가치를 존중하고 추구하는 사회를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목회자로서 일찍이 빈민촌 살리기 운동에 뛰어들어 두레 마을 만드는 데 성공한 김진홍 목사가 운영하고 있는 수련원에서 정신적으로 방황하던 젊은이들이 땀 흘려 일하는 농업 활동을 통해서 치유되고 건전한 심신으로 사회에 복귀하는데 성공한 사례들을 볼 때, 우리나라를 계속해서 건전하게 번영하는 나라로 이어 나가게 하기 위해서는 이제 부터라도 농촌의 부활운동이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 다 함께 4-H운동을 재건하자! 그리고 올바른 협동운동도 부활시키자. 농촌이 살고 농업이 주는 인간 영성의 훈련이 잘되어, 땀 흘리고 정직하고 친환경적이고 건강한 삶이 유지되고 계승되는 나라, 요즘 정치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경제의 민주화가 제대로 실현되는 나라와 사회를 위해서는 이러한 농촌운동이 다시 점화되어야 할 것이다.
21세기는 녹색산업의 시대라고 한다. 이 녹색산업에는 농업이 빠져서는 안 된다. 농업은 가장 중요한 먹거리 산업이기 때문이다. 녹색 산업의 시대와 4-H운동의 재 점화는 가장 필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점에 착안해서 나라를 이끌어 나가는 국가적 지도자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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