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9-01 월간 제747호>
[아시아4-H네트워크 컨퍼런스 참관기] 나는 스태프다 !

아시아4-H네트워크 컨퍼런스를 마치고

정 성 천 회원 (서천군4-H연합회)

컨퍼런스를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휴대폰에 비친 내 모습을 봤다. 팬더 사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진한 다크서클과 부스스한 머리카락. 집에 가면 샤워부터 해야지. 아차! 아직도 뒤에 ‘STAFF’가 쓰여 있는 검정티를 입고 있다. 옷이 검정색이라 다행이다.
이렇듯 지난 5박 6일의 짧고도 긴 컨퍼런스 일정은 나의 26년 일생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최대의 ‘멘탈붕괴’의 연속이었다.

스태프 오리엔테이션

아시아4-H네트워크 컨퍼런스 스태프 제의를 받고 기쁜 마음으로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한 나는 컨퍼런스를 담당하는 1팀의 팀장 역할을 맡게 되었다.
스태프는 12개의 팀으로 나뉘었다. 스태프 인원의 대부분이 대학4-H회원들이었고, 나를 포함한 몇몇은 영농4-H회원들이었다. 오리엔테이션에서는 각 팀마다 업무분석과 발표를 통해 팀이 맡은 일을 이미지 트레이닝 하는 시간을 가졌다.
20명 남짓 되는 인원은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하지 못한 나머지 스태프 30명에게 업무를 잘 설명하고 실행해야 했다. 다 함께 참석하여 고민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그렇게 오리엔테이션을 마친 스태프는 각자의 일을 수행하러 컨퍼런스 전날부터 분주하게 움직인다. 드디어 시작이다.

컨퍼런스 윤활유, 나는 스태프다.

각각의 일정이 톱니바퀴라면 스태프는 윤활유이다. 매끄럽게 돌아가도록 톱니바퀴를 잘 감싸야 한다.
무주에 도착해 ‘STAFF’글자가 박힌 검정 티셔츠를 입고 나니 이제 제법 팀이 되었다. 그중 팀장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 있다. 무전기! 무전기에 연결된 투명 돼지꼬리 이어폰을 귀에 꼽고 멋있는 척을 해본다. ‘띠리로리’ 소리가 들리면 심각한 얼굴로 이어폰을 만지작거리며 경청해야한다. 멋지다! 무전기를 받으며, 책임감이라는 것도 하나 더 받아든다.
대형버스들이 무주리조트로 들어오고 14개국에서 온 외국인 대표자와 지도자가 속속 도착하자 로비가 꽉 들어찬다. 정신이 없다. 외국인 대표자들은 공항에서 방금 도착하여 여독이 풀리지 않은 상태이다. 스태프들은 최대한 친절하고 상냥하게 장미꽃 한 송이, 티셔츠 한 장, 가방 한 꾸러미를 나눠주며 되는 영어 안 되는 영어 다 동원해 외국인 참가자 등록을 받는다. 컨퍼런스에서 가장 중요한 손님들을 맞이하며 스태프의 본격적 업무가 시작되었다. 톱니바퀴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제 외국참가자들은 문제가 생겼을 때 검정 옷을 입은 스태프만 찾으면 안도를 할 수 있다. 다만 그들과의 의사소통수단인 영어가 완벽하지 못해서 조금은 버벅대고 오해하고 그랬지만, 바디랭귀지와 함께라면 가슴속의 맺힌 한이라도 금세 알 기세다.
스태프는 만찬에도 주인의식을 가지고 기다린다. 한편으론 음식이 남길 바라면서. 행사장 바닥이 넓은 식탁이 되기도 하고 나무젓가락은 숟가락이 되기도 한다.
하루일정이 끝나면 모든 스태프가 모여 회의를 한다. 시침이 12를 가리킨 시간에도 다음날 일정의 차질 없는 진행을 위해 눈 비비며 버틴다. 그중 우리 1팀은 아침에 가장 바쁜 팀 중 하나였다. 외국대표자 회의가 아침 8시 반부터 진행되는 날에는 아침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끼니를 때웠다는 것에 만족하며 회의를 준비했다. 마침 또 그 회의 중에 노트북이 멈춰서 팀원인 명석이는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었었다. 장비가 도와주질 않는다.
스태프는 이곳저곳에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 노력했지만 3천명이 모인 컨퍼런스의 꽃 ‘클로버의 향연’ 준비와 진행은 50명의 스태프로는 역부족이었다. 텐트담당인 팀은 줄에 넘어져 다치고, 식당에는 사람이 부족해 스태프가 아르바이트생처럼 일을 도왔다. 때마침 비까지 내려 젖은 몸으로 계속 일을 하던 스태프들은 많이 지쳤다. 가장 큰 행사가 가장 큰 고비였다.
이러한 힘든 일정 속에서도 반짝 즐거운 시간이 있었다. 학생4-H회원들과 외국인 참가자들의 문화공연으로 참가자와 스태프 모두 한마음이 되어 즐겼다. 같이 춤을 추고 서로 격려하는 동안 봉화식의 따뜻한 불꽃이 젖은 몸을 말려주었다. 힘들었던 만큼 보람 있다고 느끼는 순간이었다.

앞으로의 숙제. 소통하고 배우자.

제1회라는 중요한 타이틀로 개최된 아시아4-H네트워크 컨퍼런스. 행사를 진행하며 과연 누가 진짜 주인공이고 손님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초청국가의 외국대표자들에게는 더 많은 관심과 안내가 필요했다. 4-H본부(스태프)와 행사용역업체간 손발이 잘 맞지 않아 2% 부족한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 서로 준비는 많이 했지만 시너지를 이루지 못했던 것이 많이 아쉽다. 소통의 부재가 큰 원인이다. 무전기가 많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앞서 말했듯 스태프는 전체를 잘 흐르도록 하는 윤활유이다. 너무나도 빡빡했던 일정에 쉴 틈이 없어 스태프들이 많이 힘들어했다. 선생님들도 과한 업무로 일정 내내 많이 지쳐 보이셨다. 한명의 스태프가 60명을 맡아야 하는 절정 상황에서는 더 악화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진행요원의 적절한 인원배치와 본부의 행사진행 역량을 키울 필요성이 있다.
또한 참가하는 스태프는 국제적인 행사에 참여하는 만큼 영어 의사소통능력을 향상할 필요성이 있다. 앞으로 외국인 친구들도 많이 사귀게 될 텐데 바디랭귀지로 춤만 추고 있을 순 없지 않은가? 공부하고 배우자.
본부에서 나눠준 운영매뉴얼에 스태프 유의사항이 있다. 그중 4-H인의 생활원칙은 다음과 같다.
· 자주·자립·자율과 자발적 참여의 원칙
· 민주주의의 원칙
· 협동의 원칙

나는 스태프이다. 앞으로도 계속!

컨퍼런스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 보니 집에서도 내가 스태프이다. 농장이 잘 돌아가도록 준비하고 경영한다. 때론 지역에 봉사하는 모습 또한 스태프이다. 이런 구성원이 모여서 사회가 잘 돌아가는 게 아닐까? 누군가는 어떤 일을 위해 안 보이는 곳에서 봉사하고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도 기억하자.
첫 만남에서는 어색함으로, 일할 때는 힘듦과 고단함을 격려로 함께 버티고, 서운함과 아쉬움으로 헤어졌지만, 그 순간순간들을 함께 기억한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보람된 삶의 조각이 아니었나 싶다. 지금도 보고 싶은 팀원, 스태프 그리고 선생님들. 많이많이 수고하셨습니다.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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