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01 월간 제745호>
[지도교사이야기] 4-H, 인생의 큰 전환점 되다

이 정 림 (경남 창원 진해세화여자고등학교)

2008년 3월, 교내 환경부로 보직 이동을 하면서 맡게 된 업무 중에 ‘목련4-H회’지도가 있었다.
당시는 대부분의 교사들이 과중한 업무와 휴일활동 등의 이유로 청소년단체 지도교사직을 기피하던 터라 이를 맡아도 형식적인 활동으로 그 명맥만 유지됐다. 학생들 역시 그다지 큰 관심이나 호응이 없던 때라 구성원들도 억지로 떠밀려온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나 역시 처음 4-H회를 만났을 때만 해도 그저 그런 단체쯤으로 인식하고 있었는데, 그 해 5월 진해시농업기술센터에서 주관한‘청소년의 달’기념행사로 의령 궁유면의 어느 농촌마을에 체험활동을 다녀온 뒤 이러한 나의 인식과 생각이 완전히 바뀌게 됐다.
평소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늘 지치고 무기력하게만 보이던 우리 아이들이었는데, 그 곳에서 짚풀 공예, 떡메치기, 흙길 걷기, 개울물에 발 담그고 물장구치기 등 평소 접하지 못했던 낯선 놀이와 활동들을 하는 동안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아 보였다.
어떤 일에도 흥미나 관심을 보이지 않던 아이들이 이렇게 눈빛이 반짝거리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던 나로서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학교로 돌아와 그 간의 4-H활동에 대해 전임자들을 찾아다니며 조언을 듣고 부족한 부분은 진해시농업기술센터의 담당자에게 문의하며 수시로 연락해 어떤 활동들을 우리 아이들에게 지원할 수 있는지, 우리 아이들이 어떤 새로운 체험들을 할 수 있는지, 또 지도교사인 내가 어떤 일들을 하면 되는지 등에 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했다.
그때 학교4-H회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고 기대와 희망에 부풀어 기쁘고 행복해 했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우리끼리만 활동하던 것에서 벗어나 야영대회에도 참가하고, 경진대회도 참가하며 우리들만의 활동이 아니라 지역 속에서 함께하는 활동이라는 깊은 의미도 알게 됐다.
내가 경험한 학교4-H회는 못하는 것이 없는, ‘지·덕·노·체’의 기본이념 속에서 못 할 것이 없는 그야말로 만능 청소년단체였다. 아이들이 하고 싶어하는 어떤 활동도 다 포용하는….
작년에 창원시로 통합되면서 처음으로 논농사 체험의 기회를 가지게 됐다.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답게 쌀나무가 어디 있느냐고 하더니만, 모심기와 벼베기 체험을 한 뒤로는 쌀의 소중함도 알고, 밥알도 함부로 버리지 않게 되었다기에 내친 김에 올해는‘1인 1벼화분 재배’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벼이삭을 심어 놓고 언제쯤 싹이 나올지를 학수고대 하며, 농부의 기다림과 자연의 생명력을 깨닫게 되리라.
경쟁에 시달리고 공부에 찌든 우리 아이들이 흙을 만지고 생명력을 가진 식물을 만지면서 사시사철 변화하는 그 모습에서 감동을 받으며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된다면 이보다 더 좋은 공부가 어디 있으랴!
한 뼘쯤 싹이 난 벼화분을 아침, 점심, 저녁마다 들여다보는 아이들의 기다림이 나를 또 한 번 행복하게 만든다.
아직은 5년차 풋내기 4-H지도교사지만 주변의 많은 베테랑 선생님들의 지도와 조언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더 많은 다양한 활동들을 체험하게 해주고 싶은 욕심이 있다. 나 역시 지역에 봉사하고 아이들에게 봉사하는 멋진 리더가 되고 싶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아가는 동안 자신의 인생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인생의 전환점을 몇 번은 거친다고들 한다.
나의 경우 그 한 번의 전환점이 바로 학교4-H회를 만난 것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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