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영 석 회원〈충남 홍성 광천고등학교 3학년〉
도시문화체험학습에 참가하기 위해 서울의 4-H회관에 처음 도착했을 땐 기대보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처음에 조를 나눠서 조장을 정하고, 서로 자기소개를 했을 때 무척 부끄러웠다.
그래도 막상 조원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조금 친해지니까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져 기분이 좋았다.
조 이름을 정할 때도 다 같이 머리를 맞대어 다양한 생각을 내놓았다.‘뭘로 정할까?’,‘어떻게 정할까?’하다가 결국‘We Great 3, 우리는 위대한 3조’라고 정했다.
막상 정하고 나니 오글거리기도 했지만, 나름 보람이 있었다.
잠 잘 시간이 되어 숙소에 들어가서도 여러 친구들과 친해져서 같이 놀게 되었는데, 흥미진진했고‘학교와 학년은 달라도 역시 청소년들은 청소년들이다’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 다음날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조별로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는 코스프로그램의 날이었다.
조장인 내가 인도를 잘해야 하는데, 워낙 길치라서 좀 미안하기도 했다.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 가서 사람들에게 질문하고 사진 찍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사람들 중에 조금 무서운 아저씨가 있어서 특히 힘들었던 것 같다.
대학생 형, 누나들에게 질문하고 사진 찍는 것은 아주 떨리면서도 은근 재미있었다. 사촌형이 한양대에 다녀서 전화를 해 봤지만, 아쉽게도 받지 않았다.
드디어 기다리던 점심 먹을 시간이 되었다.
조원들끼리 스스로 해결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돈이 넉넉하지 못해서 점심은 2000원짜리 샌드위치로 해결했다.
4-H회관을 출발하기 전에 한국4-H본부 선생님으로부터 받았던 1인당 활동비 2만 원의 절반 이상이 지하철 비용으로 사용됐기 때문이다.
교보문고를 가는 길은 지하철을 잘못 타서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그 곳에 도착해서 수많은 책들을 구경하고 베스트셀러를 조사하는 삼매경에 빠지다 보니 시간가는 줄 몰랐다.
시간이 되자 다시 조원들과 북촌 한옥마을로 향했다. 너무 힘들어 중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던 코스였다. 나는 순간‘런닝맨’을 촬영하는 것처럼 빙의가 되기도 했다.
조원들 또한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니 택시라도 잡아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윽고 북촌 한옥마을에 도착했다.
지나가는 길에 일본인 관광객들에게‘곤니찌와’라고 인사했다. 그 일본인들에게 여러 가지 말을 걸고 싶었지만 일어를 잘 못하는 데다가 자신감도 없어서 주저했다.
다시 외국인 관광객들을 만나기 위해 골목길 여기저기를 누빈 끝에 캐나다 관광객을 만났다.
캐나다 관광객은‘배키’라는 여성인데 4-H에 대해 잘 알고 있어 매우 신나게 과제수행을 마칠 수 있었다.
다음 일정은 마지막 프로그램인 문화공연관람의 시간.‘미라클’이라는 뮤지컬을 관람하게 됐다.
솔직히 처음엔 재미도 없고 지루할 줄 알았지만 감동과 웃음이 가득 찬 뮤지컬 공연이었다. 간호사와 의사들의 코미디 연기를 보고 배우 지망생인 나로서는 무척 보기 좋았고 소름이 돋았다.
뮤지컬을 보는 내내 여러 생각이 들었다.‘정말 배우들의 연기실력은 일품이다’, ‘나도 저렇게 연기하고 싶다,‘나도 저렇게 사람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주고 싶다’라는 생각 등….
조원들도 무척이나 신나고 재미있게 보면서 많이 웃는 걸 보니 조장인 나도 힘들었던 것들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2박 3일간의 일정이 끝났다. 전체적으로 너무 아쉬우면서도 빠듯한 일정이었다. 처음으로 그룹의 리더가 된 탓에 조원들에게 잘 해주려고 해도 뭔가 부족한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면서 아쉬운 마음이 컸다.
하지만 나중에 나의 장래희망인 훌륭한 연기자가 되어 이곳 4-H회관을 꼭 다시 찾아오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10, 20년 후에 4-H회관을 찾아 후배들에게 유익한 말들을 해주고 있을 내 모습을 그려보니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