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6-01 월간 제744호>
[시 론] 호국보훈의 달에 생각한다

이 재 익 <사>향토지적재산본부 이사 / 전 농민신문 편집국장

근래 도시민들의 가족단위 농촌관광이 활발해지면서 전국적으로 농촌체험마을, 농촌전통테마마을, 팜스테이마을 등 농촌의 새로운 변신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음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일부 선두주자 마을들은 알찬 프로그램과 짜임새 있는 운영으로 크게 성공하여 언론에 널리 홍보되면서 도시민들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이러한 마을들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특산물 판매에도 도움이 되고 있으며. 철따라 택배로 주문하는 단골손님까지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 특성은 별로 고려하지 않고 선두마을의 프로그램을 그대로 추종함으로써 도시민들로부터 외면을 당하여 실패하는 곳도 적지 않은 것 같다.
농촌 체험 프로그램을 보면 내용이 거의 비슷비슷하다. 감자·고구마 캐기, 도자기 빚기, 콩서리, 우마차 타기, 다슬기 잡기, 새끼 꼬기는 지역성과 관계없이 공통메뉴로 자리잡고 있다. 농촌 체험프로그램은 지역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여 차별화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우리 농촌은 어느 지역이든 노천박물관, 자연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향토자원이 다양하고 풍부하다. 농산물이나 그 가공품의 품질 및 특징이 본질적으로 그 지역의 토질·기후 등 지리적 특성에 기인하는 특산물, 특산품을 비롯하여 동제·당제·축제·문화제·설화·전설 등 민속과 풍속, 장인·명장·문화예술인물·독립운동가 등 유명인물의 고택·생가·묘소, 유적·사적·고분·능·성곽·정자·열녀문·비석·탑·장승·솟대 등 유물, 노거수와 희귀·보호 동식물의 서식·군락지, 산·강·섬·샘터·폭포·호수·해변·바위·고개·오경(五景) 또는 팔경(八景)의 자연 생태경관 등의 향토자원들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이러한 자원들을 조사·발굴, 정리하여 체계화하고 그 의미를 되살림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주민의 소득증대로 연결시키는 작업은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고 농협을 비롯한 생산자단체, 향토사학자, 주민,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해야한다. 무엇보다 지역의 주민들이 지혜와 힘을 모아 잊혀져가고 사라져가는 향토자원의 가치를 재창조하는 일은 주민들의 향토애와 자긍심을 고취하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향토자원을 활용하여 테마마을을 조성하거나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에는 폭넓은 연령층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고, 사계절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스토리텔링을 가미함으로써 방문객들에게 오래오래 기억에 남게 하고, 홍보효과도 거두도록 하는 작업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 6월. 호국 보훈의 달이다.
1950년 6월 25일 일요일 새벽 4시, 북한공산군은 당시 군사분계선이었던 38선 전역에서 기습적으로 자유대한민국을 불법 남침했다. 3년여에 걸친 동족상잔의 전화는 남북한을 막론하고 전국토를 폐허로 만들었으며,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냈다. 한국군 13만7000여 명, 유엔군 4만여 명이 전사했고, 4만여 명이 포로로 붙잡히거나 실종됐다. 민간인 37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고 38만7000여 명이 북으로 납치됐거나 행방을 알 수 없다. 북한의 민간인 120여만 명이 사망 또는 실종됐다.
6월을 맞으면, 주민들은 호국영령들을 추모하고 보훈가족을 찾아 위로와 고마움의 뜻을 전한다. 이런 기회에 4-H청소년들은 본격적인 영농철을 맞아 일손 돕기에 바쁘겠지만 삼삼오오 모여 마을 주변의 느티나무, 당산나무, 고개, 다리, 바위, 비석, 성벽, 전적비, 전승비 등을 돌아보며 오랜 세월로 희미하게 남아있는 전란의 흔적이나 애환의 이야기는 없는지 살펴보는 것도 매우 보람있는 일일 것이다. 풍성한 가을의 결실을 예비하는 6월의 산하는 녹음이 한창 짙푸르다. 영광의 상처, 비극의 상흔은 호국 보훈의 달을 맞아 새삼 우리들의 가슴마다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 뜨거운 애향심을 불러일으킨다.

목록
 

간단의견
이전기사   [서울특별시 학교4-H회] 수도 한복판에 펼쳐진 청소년 한마당
다음기사   국민농부 1만4000명 모집, 벼화분재배 콘테스트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