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6-01 월간 제744호>
[4-H회원 기고문] 나의 터닝포인트, 4-H

정 다 희 〈전국대학4-H연합회장〉

선생님의 권유로 4-H에 가입했을 때만 해도 나는 친구와 공부밖에 모르던 중학생에 불과했다. 4-H가 무엇인지 몰랐고, 4-H를 통해 내가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없었다. 그런 우물 안 개구리였던 나에게 4-H는 넓은 세계를 보여주었고, 도전과 가능성이라는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4-H를 만나게 된 것은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다.

농심 통해 생명의 소중함 배워

4-H를 생각하면 대부분 농업을 먼저 떠올린다. 그런데 대학4-H의 모든 회원들이 농업과 관련된 전공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며 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4-H회원들은 누구보다 농업의 참의미를 잘 알고 있다.
어릴 적 외할아버지께서는 밥을 먹을 때마다 나와 내 동생에게 밥 한 톨도 남기지 말고 다 먹어야한다고 말씀하셨고 밥풀을 흘리거나 깨끗하게 다 먹지 못할 경우는 어김없이 혼을 내셨다. 그 당시 나는 그것이 왜 혼나야 하는 일인지 알지 못했다. 그런데 4-H에서 실제로 모내기, 추수, 종이 씌우기 등의 활동을 하면서 내가 먹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귀한 것이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인지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교과서에서 보던 글과 사진이 말하는 것과 너무나 달랐다. 식탁 위의 쌀 한 톨, 배 한 조각의 소중함과 생명의 귀함을 몸으로 배울 수 있었다.
농심은 생명을 아끼고, 자연으로부터 배운 조화와 배려를 바탕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아름다움을 실천하는 마음가짐이다. 나는 4-H활동을 하며 생명의 신비와 소중함을 배웠고 나 역시 고귀한 생명임을 깨달았다. 곡식을 길러내는 농부의 마음을 이해함으로써 나를 사랑하는 부모님의 마음을 생각하게 해줬고, 나의 친구가, 나의 동생이,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귀한 존재임을 깨닫게 해줬다. 요즘 자신의 목숨을 쉽게 포기하거나, 타인의 목숨을 아무렇지 않게 빼앗는 사람들이 많다. 그럴 때마다 저 사람들이 쌀 한 톨도 생명이 있음을, 소중한 것임을 알았더라면 저렇게 쉽게 생명을 포기할 수 있었을까 생각한다.
4-H는 생명과 농업을 생생하게 배울 수 있는 교육활동이다. 내가 교과서 속의 벼 사진만 보고 자랐다면 국어에 나오는 황금 들판의 아름다움에 공감할 수 없었을 것이고, 과학에 나오는 계절의 변화를 쉽게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4-H를 통해 농업에 대해 배웠고, 또한 자연에 대해 배웠으며, 궁극적으로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에 대해 배웠다.

다양한 경험으로 나를 찾는 활동

많은 청년들이 전공을 정해 이미 대학에 입학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성과 진로에 대해 고민한다.
이러한 현상이 생기는 원인은 첫째, 경험의 부족이다. 많은 학생들이 자신이 뭘 잘하는지, 뭘 좋아하는지 모른다. 왜냐하면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4-H과제경진대회는 학생들이 자신의 열정과 재능을 뽐낼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다. 내가 4-H에 가장 고마운 것은 나의 세계를, 시야를 넓혀줬다는 것이다. 부디 많은 학생4-H회원들이 최대한 많이, 다양한 경험들을 학창 시절에 해봤으면 좋겠다.
두 번째 원인은 자신에 대해 생각할 시간의 부족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 주말에 이르기까지 학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할 시간조차 없다. 나는 4-H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나를 아는 사람들이 말하는 ‘나’에 대해 생각하게 됐고, 내 안의 ‘나’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경험들은 나를 성장 ·변화시켰고, 그 때마다 나는 내 자신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갖게 됐다.

클로버의 네 향기, 지·덕·노·체

인생을 살아가면서 좌우명이나 도움이 되는 글귀를 하나씩 가진다. 내 경우에는 지·덕·노·체가 그것이다. 이 네 가지 중 한 가지만 우세해서 좋은 것이 아니라 모두 조화롭게 갖추었을 때 진가가 나타난다. 모든 4-H프로그램은 네 가지 중 한 가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네 가지 모두를 고려한 것이어야 하며, 회원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지·덕·노·체 모두를 품고 가야한다.
4-H를 통해 나는 성장할 수 있었고, 4-H를 만나게 된 것에 감사한다. 나를 포함한 많은 대학4-H, 학생4-H회원들은 4-H를 알게 해주시고, 4-H활동에 많은 도움을 주신 선생님들께 감사드리고 있다.
4-H를 통해서 우리는 더 넓은 세계를 보고,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그래서 4-H의 좋은 점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다. 특히나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학생들, 우리들의 후배들과 좋은 기회를 나누고 싶다. 4-H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함께 그 길에 동참하고 싶다. 좋은 것을 더욱 좋게! 실천으로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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