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6-01 월간 제744호>
[2012 핵심4-H지도자 해외연수기] 농업과 공업이 잘 어우러진 말레이시아

이 종 무 지도교사 〈울산 홍명고4-H회〉

해외연수의 묘미는 설렘이다. 가본 적이 없는 땅을 밟는 것은 누구에게나 동경의 대상이다. 그러면서 걱정이 싹트는 시작이기도 하다.
말레이시아. 열대의 나라. 쌀을 던져 놓기만 해도 일 년에 세 번은 추수가 가능한 나라. 밀림에는 열대과일이 무성하고, 인도양과 남지나해는 물고기가 물 만큼 많다는 나라.
공항에서 호텔로 이동하는 도로에는 미끈한 열대의 가로수가 군대 사열을 하듯이 이제 막 도착한 여행객을 환영한다.
본격적인 연수의 시작. 트라자야 행정수도로 달렸다. 안내인이 고속도로 내내 입담을 늘어놓았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열대 밀림 속으로 사라져 메아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끝없는 녹색지대를 달려 도착한 말레이시아 농무부.
융숭한 환영 인사에 예정에 없던 점심 식사까지 대접 받고선 칙사라도 된 듯이 우쭐대며 양국의 관심사에 관해 영양가 있는 얘기를 주고받았다.
다음 코스인 유피엠 대학은 말레이시아의 상위권 대학이고 캠퍼스가 너무 넓어서 숨박꼭질 하기엔 너무 벅찼다. 차를 타야 교내 이동이 가능하고, 캠퍼스내에 고속도로와 철도가 있으며, 골프장도 있다.
농대의 학생들은 실습 중에도 한국에서 오는 사람이면 모두가 가수나 요리사인양 환호를 한다. 한국말로 한마디 인사쯤은 기본이고.
농대의 실습법은 손해를 보면 졸업이 안 되게 되어 있어 팀별로 공부를 철저해 해야 하는 독특한 제도이다. 학생들이 계획하고 키우고 출하시켜 수익을 창출하도록 한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끼리 의견을 교환하고 계획을 세우며 행동하도록 하는 것을 중요시한다. 결국 수익을 내도록 유도해 실질적인 공부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준다.
3일차 새벽엔 일찍 일어나 청과물 시장으로 향했다. 연수단 버스기사는 새벽같이 나와 세수도 안 한 얼굴로 입이 삐죽 튀어나왔다. 말이 청과시장이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구경꾼을 환영해주는 인사는 한결 같다.“꼬레아”. 온갖 사진을 찍어도 일하는데 거치적거려도 꼬레아는 꼬레아였다.
아침을 호텔에서 먹고 팜 농장으로 갔다. 거리 자체가 밀림이다. 부럽다. 우리나라에도 밀림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여러 생각을 하며 따가운 햇살과 시원한 에어컨이 마음만큼 왔다갔다 한다.
팜농장은 플랜테이션의 대명사이다. 예전에는 고무나무나 바나나였으나 돈 되는 곳은 모두 팜이다. 키 큰 나무에서부터 개량종까지 붉은 알알이 박혀 있다. 큰 부자가 된 사람이 많다하니 부자나무다.
일렬로 선 팜나무들은 군대 열병식을 하듯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행렬을 반긴다. 노란 장화를 신고 오토바이를 탄 관리인들이 농장을 누비고 다닌다. 열매를 좋아하는 쥐를 잡기 위해 풀어놓은 뱀 때문이란다. 정글의 법칙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다.
공장 굴뚝 연기가 시커멓게 올라온다. 팜 가공 공장은 연신 트럭들이 실어오는 팜 열매들로 하역장 마당이 빼곡하다. 독특한 냄새와 미끈거리는 바닥이 오일 공장임을 알 수 있게 한다.
높은 열기 속에 작업자들은 열대에서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일을 한다. 과육과 씨를 분리해서 팜 오일을 짜내고 남은 찌꺼기는 잘게 쪼개 거름으로 재탄생된다. 팜은 버릴 것이 없는 밀림의 혜택이다.
사람들은 돈 안 되는 논을 팜농장으로 만들어 일 년 삼모작이 가능한 나라에서 벼 자급률이 70% 밖에 안 돼 쌀을 인근 태국에서 수입하지 않으면 가격이 폭등한다고 하니 팜 오일의 명암이다.
열대의 식물자원 역시 무궁무진하다. 선진국의 신약 개발 역시 미지의 식물 자원에서 추출한 원료를 바탕으로 고가의 약을 만들어 팔아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래서 후진국들의 자원 국유화가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 그중에서 우리나라 TV에도 소개된 적이 있는 통갓알리라는 독특한 뿌리 나무가 있다. 우리로 치면 산삼이라고나 할까. 스쳐 지나가는 식물 하나하나가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밀림만 있으랴. 현대적인 쌍둥이 빌딩으로 갔다. 페트로나스사 사옥인데 건축 당시 우리와 일본 건설사간의 경쟁이 볼 만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일본 쪽 건물엔 백화점이 들어서서 성업 중인데 멀리 내다보고 수익을 창출할 줄 아는 지혜를 배워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건물 내부는 예약이 되어야 들어갈 수 있어 못 가서 아쉽지만, 부설 쇼핑센터에서 우리나라 못지않은 쇼핑몰에 입이 벌어졌다. 향수에서부터 명품까지 없는 것이 없어 보였다.
비는 도시까지 쫓아왔다. 쫓아 온 비의 양 만큼이나 이번 연수를 통해 말레이시아의 수많은 정보를 섭취할 수 있어서 포만감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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