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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01 월간 제742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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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교사이야기] 4-H통해 가고 싶은 학교 만들다 |
박 제 연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서중학교
어릴 적 여름방학 때만 되면 시골에 있는 작은아버지댁에서 지내다오곤 했다.
지금은 대도시로 변해버린 노형이라는 마을.
작은아버지댁 골목 입구에는 커다란 연자방아 모양의 현무암 돌에 클로버 잎사귀와 4-H란 글자가 새겨져 있어서 늘 궁금해 하곤 했었다.
지금 기억으론 작은아버지댁에 4-H란 글자가 들어 있는 얇은 책자도 여러 권 있었던 것 같다.
지금으로부터 9년 전 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지난 3월 1일자로 다시 부임한 제주서중학교에서, 그것도 예전의 작은아버지 댁의 마을 출신인 선배 선생님의 권유로 4-H에 입문했다. 이게 얼마나 신기한 우연의 일치인가.
주무를 맡으신 선생님을 도와 보조역할을 하며 학생들의 과제활동 모습을 지켜보고 때론 지도도 해보며 차츰차츰 4-H지도경력을 쌓아나갔다.
그런 중에 4-H경진대회가 있어서 학생들이 준비에 열을 올렸다. 방과 후에 남아서 과제활동 연습이랑 장기자랑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보고는 굉장히 흥미로웠다.
다른 학생들은 학원으로 가는 시간인데 4-H회원들은 스스로 남아서 연습하는 걸 보니 4-H이념은 시골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도시 아니 모든 지역에서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시간은 흘러 3년 뒤,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게 됐다. 4-H회가 조직되지 않은 상태여서 같이 부임한 일명‘4-H베테랑’선생님과 의논하여 4-H회를 조직하였다.
역시 이번에도 보조역할을 하면서 활동을 했는데, 다양한 과제활동 교육을 도입하시는‘4-H베테랑’선생님을 보고 많은 걸 배웠다.
물론 학생들도 굉장한 흥미를 가지며 참여를 했다.
그 때 활동했던 결과물을 학교 구석구석, 창가 등에 비치를 해 놓았더니 썰렁하고 운치 없던 남학교 실내가 부드러운 녹색 식물들로 풍성함을 이뤘다.
실내 정원 관리를 하는 학생들 또한 매일 기쁨에 넘쳐 스스로 알아서 물주기를 꾸준히 한 결과 교정 곳곳의 창가는 온통 녹색 넝쿨로 채색이 되었다.
그러자 학교에서 4-H회는 모두가 가입하고 싶어 하는 동아리 1순위가 되어서 회원 모집을 할 때면 탈락자들이 많이 생기게 되는 불상사까지 발생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아마도 교내에서 학생들이 4-H활동을 하면서 학교 환경을 손수 가꾸고 때로는 자기 작품을 집에 가져가서 키워보기도 하면서, 이를 통해 아이들 스스로 자기의 마음이 녹색식물처럼 싱그럽고 활기차게 변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화단에 예쁘게 핀 금잔화나 공작초처럼 색동 꿈을 꿀 수 있는 계기로 인해 모두가 가입하고 싶은 동아리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해석을 나름 해봤다.
뿐만 아니라 학교 밖 활동 가운데 하나인 야영교육은 전교생이 부러워하는 활동이었다.
입시위주의 학습체제로 바뀌면서 청소년 동아리들이 하나 둘씩 자취를 감추게 되었고, 야영교육이란 것은 더더욱 없어져 버렸다.
야영활동을 통해 얻어오는 결과물을 눈으로 볼 수는 없어도 아이들 마음속엔 ‘야영’그 자체가 큰 축복이 되었을 것이다.
4-H활동을 하다보면 알게 모르게 지·덕·노·체의 소중함이 몸에 스며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학생들도 그런 것들을 확연히 느낀다. 명석한 머리, 충성스런 마음, 봉사하는 손과 건강한 몸.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인간상을 말하고 있는가!
요즘 입에 담기도 어려운 일들이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대다수 국민들이 언론을 통해 접했을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치유할 수 있는 특효약이 4-H정신에 담겨 있다고 자부한다.
앞으로 전국의 학교4-H회는 전교생이 활동하는, 아니 전교생이 활동해야만 하는 동아리로 자리매김할 날이 찾아온다는 기대감을 가져본다.
제주의 드넓은 쪽빛 바다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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