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01 월간 제741호>
[지도교사이야기] 4-H, 혁신학교 붐 이끌어

마 완 근  경기 남양주 마석고등학교

처음 4-H를 만나게 된 것은 2006년 진건중학교 근무 당시 환경부에 배치되면서 부터다.
4-H는 환경부 업무중 하나로 반별로 환경지킴이 학생을 선발하여 분리수거를 하게 하는 것이 있었다. 매일 아침마다 엄청난 폐지가 쏟아져 나왔다.
학생들도 모두가 적극적인 것이 아니라서 출석 체크하랴, 할 일을 지시하랴 정신없었다. 더군다나 열심히 나오는 몇몇 학생들이 늘 땀을 뻘뻘 흘리며 무거운 폐지를 운반해야 했다.
그러면서도 가끔은 학교아저씨에게 지저분하게 일한다고 욕을 먹기도 해 나를 속상하게 만들기도 했다. 일반 학생들은 사회에서 환경미화원 보듯 환경지킴이 학생들을 그런 눈으로 바라보는 것 같았다. 이들 환경지킴이 학생들은 거의 4-H회에 가입하는 것이 의무사항이었다.
그 밖에 4-H활동 중에는 화분가꾸기 과제가 있었다.
봄철 방과후에 꽃을 심어야 했고 점심시간에 조별로 물주기를 하며 화분을 가꾸었다. 땡볕에 화초가 시들기라도 하면 물조리를 들고 시도 때도 없이 뛰어야 했다.
주어진 업무가 4-H와 관련되다 보니 남양주 4-H지도교사협의회의 일원으로 각종 회의에 참석하게 됐고, 여러 해 동안 4-H활동을 한 교사들의 활동사례를 귀담아 들었다.
우리처럼 환경부 업무로 마지못해 참석한 학교가 있는가하면 여러 명의 지도교사가 과제별로 구성된 학교도 있었고, 텃밭을 꾸준하게 관리하는 선생님도 있었다.
교육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학생들을 이끄는 것이라고 했지만 도대체 바람직한 방향이 뭘까 늘 고민했는데 해답을 찾은 기분이었다.
4-H활동을 통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체험활동과 노동의 신성함을 느끼게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면 스스로 삶의 방향과 자세를 찾아가는 적극성을 길러줄 수 있을 것이란 확신도 들었다.
사실 교실 내에선 늘 공부 얘기나 규칙을 잘 지키고 사고치지 말라는 식의 이야기만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칭찬보다는 야단치기에 급급했고 딴 짓을 하는 학생들을 단속하느라 늘 수업의 맥이 끊겨서 고민하던 차였다.
내가 속한 학교는 서울과 그리 멀지 않은 곳이지만 그린벨트 지역이라 보이는 것은 거의가 논과 밭이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아파트나 연립에 살고 집에서 농사짓는 학생들은 반에서 한두 명에 지나지 않았다. 콩이 뭔지 팥이 뭔지 모르기는 도시 아이나 별다름 없었다.
농촌도 아닌, 도시도 아닌 어정쩡한 지역이어서 농촌도 알고 도시도 알 수 있도록 4-H활동의 목표를 잡았다.
유기농 딸기따기 체험, 모내기 체험, 다산정약용 유적지 탐방, 남양주 영화종합촬영소 탐방, 모란미술관 견학, 사릉, 광해군묘, 홍유릉 탐방, 대학교 탐방, 환경사업소 탐방, 재활용센터 체험학습, 천연비누, 천연염색 만들기, 사물놀이 익히기 활동 등 몸을 움직일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4-H를 만난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고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다양한 활동은 학생뿐 아니라 교단에서 지친 나를 일깨워 주었고 학생들과 함께 행복한 교육활동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교사는 끊임없이 배워야 학생들에게 줄게 있다고 생각했는데 4-H활동은 일방적으로 주는 활동이 아닌 함께 배우고 함께 땀 흘리는 활동이었고 경쟁보다는 협동이, 꼼수보다는 진정한 노동의 소중함을 알게 해주었다.
요즈음 혁신학교 붐이 불고 있는데 내가 만난 4-H는 이미 학생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혁신적인 교육활동이었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은 지도교사의 노력과 열의가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 아닐까?
곧 새 학기가 시작된다. 올해 과제활동으로 텃밭가꾸기를 하려고 하는데 벌써 우리학교에서만 5명의 교사가 같이 하겠단다. 교내 텃밭엔 아직 녹지 않은 눈이 듬성듬성 있는데 마음속엔 벌써 새 생명의 싹들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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