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01 월간 제741호>
[4-H지도자 활동수기] 농심·인성 쑥쑥 자란 44농부프로젝트

김 숙 희  〈경남 창원 산호초등학교 4-H지도교사〉

요즘의 교육현장은 도시나 농촌 할 것 없이 사교육 열풍이고 학내에는 방과 후, 보육 프로그램들이 넘쳐난다. 이로 인해 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학생들은 교실을 벗어나 어디론가 달려간다. 교사는 수업 준비에도 시간이 모자라는데 잡무는 또 왜 이리 많은지, 학생과 교사가 수업 외에 마음을 모아 뭔가를 이루기엔 하루가 늘 짧다.
그러던 가운데 한국4-H본부에서 시행하는 4-H청소년농심학교(초등)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행정적 업무는 최소화되어 있고 학생들에게는 인성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기대로 참가신청을 했다. 나와 우리 반 32명의 꼬맹이들은 농부가 되어 일 년을 제대로 농사지어 풍년을 맞아보기로 했다.

4층 서쪽 창가에서 자라는 벼

교사에 대한 사전교육 때 공지했던 대로 벼재배 화분 40명분이 택배로 도착했다. 막상 화분을 인수해서 살펴보니, 아무리 화분재배라 해도 4층 교실에서 재배가 제대로 될지 의문이 생겼다. 그래서 1층 현관 앞에 두자고 제안했지만 학생들은 불안하다고 가까이에 두겠다며 거절했다. 모두들 호기심 가득한 초롱초롱한 눈으로 설명에 따라 벼 파종을 했다.
교실 안에는 재배 화분을 둘 자리가 없어서 고민 끝에 복도 신발장 위에 올려놓았다. 학생들은 틈만 나면 달려가서 싹이 몇 개 났는지, 얼마나 자랐는지를 살폈다. 오며 가며 누가 꺾기라도 한 날은 4층 전체가 시끄러웠다. 자기 것에 대한 애착이 이렇게 진할 줄 몰랐기에 놀라울 따름이었다.
벼는 아이들처럼 무럭무럭 잘 자랐다. 물통에 이끼처럼 녹조가 끼면 친구의 물통도 닦아주며 우정도 키워갔다. 무엇보다도 학생들이 생명에 대한 소중함, 새로운 농사방법에 대한 호기심, 뭔가 남다른 학습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자신감은 대단한 수확이었다.

관찰일기(과제장) 쓰기 지도

식물 기르기는 의외의 관심을 가졌지만 관찰일기는 정말 귀찮다고 했다. 마침 과학 교과에 식물을 심어 기르며 한살이 과정을 관찰하는 단원이 있어 실제로 식물의 키도 재어 변화 정도를 비교하고 그림도 그리며 일일이 기록하게 했으나 학생들은 몹시 힘들어했다. 그래도 끈기 있는 몇몇 여학생들은 방학 중에도 지속적으로 관찰해 나갔다. 그 결과 한국4-H본부로부터 3명이 상과 부상을 받고 뿌듯해 했다.

교내 벼 품평회 실시

고사리 손으로 지은 농사를 그냥 보고 넘어가기 아쉬워 교내 품평회를 열면서 허수아비 만들기 대회도 곁들였다. 가을의 운치를 느낄 수 있는 행사라서 학부모나 지역 주민들도 좋아했다. 두 행사 모두 학교장상과 부상으로 도서상품권 1장씩을 주었다. 다 자라 누렇게 익은 벼와 허수아비 만들기대회 작품을 같이 교정에 전시해서 호평을 받았다.

다양한 체험활동 병행 교육효과 높여

학생들이 학교에서 벼화분을 이용해 벼를 키워보고 있어 농촌과 농업에 대한 관심은 더 컸다. 아이들의 벼화분 재배 활동이 체험활동과 연계되어 농업과 농촌에 대한 이해를 높여갈 수 있도록 농촌체험 활동을 진행했다. 프로그램은 노작활동과 농사체험, 그리고 봉사활동과 자연보호활동까지 염두에 두고 구성했다. 예상대로 학생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
계발학습 시간에 이루어지는 농심학교 프로그램이 진행됨에 따라 아이들의 농업·농촌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증가되었다. 그리고 그간 느끼고 배웠던 것을 주제로 전국4-H회원 사이버백일장과 UCC공모전에 참가해 입상하는 좋은 결과도 얻었다.

생명공학자 꿈 키우는 모습 흐뭇해

자연사랑 생명사랑 청소년 농심학교는 학생들의 메마른 가슴에 촉촉이 내려주는 단비 같은 것이다. 단조로운 지식 습득 위주의 일상에서 벗어나 벼를 기르며 마음속 꿈과 희망을 키우고 농촌체험활동을 통해 농촌 현실을 이해하고 새로운 영농법에도 관심을 가져 농심을 함양시키는 계기가 됐다.
우리학교 회원 중에는 이런 활동을 통해 생명공학자가 되겠다며 야무진 포부를 밝히는 회원도 나오고 있어서 우리나라의 농촌 현실이 결코 암담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잠시 흐뭇해하며 글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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