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일 남 (명지대학교 청소년지도학과 교수)
지난해 봇물처럼 터져 나온 학교폭력의 심각성은 피해 학생 스스로가 자신의 삶을 이어나갈 돌파구가 없다는 자괴감이 극단적 행동으로 이어진 결과로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또 친구를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 유사한 피해 경험이 나 역시 계속될 것이라는 절망으로 같은 행동을 한 어린 청소년들을 지켜내지 못한데 대한 반성과 대안 제시가 처절해야 할 것으로 본다.
오늘의 청소년들이 벌이는 부적응행동의 원인은 입시와 진로에 대한 불안감, 목표의식의 부재로 인한 미래 희망의 결여, 사회적 무질서로 인한 세대 간의 인식차이 등이다.
폭력의 원인에 따라서 대책도 달라지겠지만 전문가들의 경우 대부분 가정, 학교 그리고 사회적 기능의 부재를 꼽고 있다. 즉 청소년들의 삶을 지배하는 공간이 전방위적으로 제 역할과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대책도 종합적으로 제시되어야 하는데, 논의되는 학교폭력의 대책은 아직 너무 허술하다. 주로 전학과 상담 그리고 법적 규제 등 처벌위주의 대책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이들이 왜 부적응 행동을 하고 있는가를 주목해야 한다. 학교폭력이 주로 중학생에게서 집중되고 있음도 주목해 보아야 한다.
청소년기는 신체적, 정서적 불안정성이 급격하게 나타난다는 데 모두가 동의한다. 그럼에도 이들의 분노와 갈등을 조절하고 이해하려는 대안은 적절하지 못하다. 대부분 교사나 정책관계자중심의 해법과 대안을 제시하기 때문에 청소년들의 진정성을 이해하는 대책은 거리가 멀다.
또 가정기능은 약화되어 문제에 노출되어 있다. 주5일제의 전면실시에 500만에 달하는 맞벌이가정의 부모는 나 홀로 자녀를 어떻게 돌봐야 할 것인지 고민이 심각하다. 아이들을 1주만 방치해도 게임과 인터넷 중독에 쉽게 매몰되며, 치료는 이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삶을 건강하게 만들어 갈 수 있는 대책은 상대적으로 적다.
학교폭력의 해결공간으로서 가장 중요한 곳은 1차적으로 학교이며 교사가 담당해야 한다. 이전에 비해 교사의 업무도 많아지고 학생지도 역할도 가중되는 등 힘든 업무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동시에 교권과 학생인권 사이에서 갈등과 신음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인권이 교권을 침해한다는 인식이 아니라 교사는 학생을 진실된 사랑과 믿음으로 지도하고 마음의 가교를 쌓는 관계를 맺어야 한다.
모든 학교폭력의 대안을 학교에서만 강구하는 것도 올바르지 않다. 학교가 안전해지고 가정과 지역사회는 함께 보완해 주어야 한다. 동시에 청소년 스스로가 자신의 폭력적 행동을 통제하고 조절하는 힘을 갖도록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바로 인성교육의 적합성인데 학교적응교육과 인성교육이 형식적 수준에서 탈피하여 진실된 마음을 나누고 공유하는 됨됨이를 쌓아가도록 해 주어야 한다. 인간의 본성은 자연과 더불어 행동하고 느끼며 마음을 정화할 때 가능해진다.
생물과 자연을 통해 지·덕·노·체를 균형 있게 갖추도록 하는 4-H활동은 청소년의 인성회복에 가장 적합하다. 꽃을 기르고 동물과 교감을 하면서 약자를 보살펴야 한다는 사실적 마음을 깨닫게 해 준다.
학교폭력의 문제에서 이들의 행동을 제한하는 대책에 그칠 것이 아니라 인성회복의 마음을 잡아 줄 것인가에 더 큰 고민을 해야 한다. 그래서 모든 학교에서 학생들이 꽃을 기르거나 동물과 함께 하면서 농심을 깨닫게 하는 4-H활동을 하게 한다면 청소년들은 자연과 같은 넓은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청소년들의 인성교육이 바르게 되면 약자를 돌보는 학교, 학교생활을 즐기는 학생이 되어 삶도 풍요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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