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현 옥 지도교사 〈경남 창원 중앙중학교〉
한 역사학자는“자신이 먹을 것을 직접 길러냄으로써 사람은 비로소 동물과 구별된다” 고 말했다.
작은 텃밭 가꾸기로 생각할 문제가 아니었다.
치열한 입시 경쟁에 지쳐가는 학교에 활력을 불어넣고, 삭막해져 가는 아이들의 인성을 치유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렇다. 생명의 문제였다.
4-H회 발대식을 마치고, 공터에 텃밭을 가꾸면서‘학교학습원(도시농업시범학교)’사업은 시작되었다.
물론 쉬운 작업은 아니었지만 학교의 헌신적인 도움과 주위의 관심, 학생들의 적극적 참여 속에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학교 구성원 모두 참여
학생4-H회원들뿐만 아니라 점차 전교생, 전교직원이 함께 활동하며 학습원은 아름다운 결실을 맺어갔다.
학생들은 토요일뿐 아니라 등·하교 길마다 잡초를 뽑고 나무에게 말을 걸었다.
모내기를 한 벼가 하늘이 높아짐에 따라 점차 노랗게 익어가고 아이들의 양 볼도 붉게 상기되었다.
학교는 미래세대의 교육을 위해 존재한다. 이는 결코 ‘점수 잘 받기 위한 훈련’에 국한 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학교학습원은 그런 의미에서 현대판‘농업혁명’이라 하겠다.
이 사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비로소 진정한 인성교육을 할 수 있었다.
막연히 도덕률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흙과 자연을 체험하며 스스로 깨닫는 인성의 도약대가 된 것이다.
고된 일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교사로서 얻는 보람과 즐거움이 더 컸다.
흙의 가르침은 생명을 만나 보물이 된다.
흙속의 씨앗이 여린 새싹으로 자라고 그 새싹이 햇빛을 받고 바람을 맞으며 초록으로 자란다. 그 사이 아이들은 생명의 존엄성을 배우고 그들이 키우는 생명처럼 푸르고 강하게 성장해간다.
자연의 소중함, 노동의 가치, 창의적인 문제해결능력, 공생과 협력, 그리고 건강한 생명.
이것들은 읽고 쓰기만 해서는 알 수 가 없다.
손으로 흙을 가꾸고 자연을 오감으로 체험할 때 바른 정서는 배양된다고 믿었고, 1년이 지난 지금 그 믿음은 더욱 확고해졌다.
결실들이 보물이 되어 빛나고 있다.
옛날에 ‘사람을 키우는 건 팔할이 흙’이라 했다.
이제 학생들은 흙 속 보물을 머금고 미래를 활짝 꽃피울 것이다. 이미 학생들에게 생명의 힘이 전해졌기에.
시멘트에 갇혀 있던 아이들이 뜰로 나오고, 게임만 찾던 아이들이 흙장난을 한다.
자신만을 생각하던 아이들이 흙에서 자라는 작은 생명에 관심을 갖고 사랑을 준다. 친구들과 함께 흙을 만지고 새싹을 키우고 꽃을 보고 미소지으며 나무처럼 커간다.
경쟁할 줄만 알던 아이들이 자연에서 공존과 조화를 배우고, 외울 줄만 알던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학생들에 생명의 힘 전해
계곡에서 방향이 1도가 다른 강은 바다에 이르러 정반대로 흐른다.
비록 작은 변화지만 나는 학교학습원 활동이 학생들의 앞으로의 인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을 알고 있다.
요즘 학교 현장에서는 입에 담기조차 무서운 일들이 자주 벌어지고있다. 그 근원적인 문제는 청소년 교육에 있어서 인성함양 측면에 홀대받는 것에 기인한다. 학교 가정 일반 청소년 단체의 올바른 역할이 무엇보다 절실한 시기다. 그 중에서도 전인적 인간 교육을 선도하는 4-H회가 앞장서야 한다.
토마토는 태양을 시기하듯 붉은 빛을 뽐내고 벼는 수줍게 고개 숙여 웃고 있다.
황무지가 건강한 흙으로 덮이고 꽃과 나무가 커간다.
학생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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