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1-01 월간 제739호>
[시 론] 농업의 미래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배 종 하 (한국농수산대학 총장)

한·미FTA로 온 나라가 홍역을 앓고 있다. 협상할 때부터 엄청난 세간의 주목을 받았고 협상 체결 후에는 4년이 넘는 세월 동안 비준도 못한 말 많고 탈 많은 협상이었다. 국회에서 비준하는 과정에도 본질은 가려진 채 여야의 정치적 흥정에 휘말려 소모적인 논쟁만 계속하다가 결국 보기 좋지 않은 모습으로 비준이 처리되었다. 이렇게 온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킨 통상협상은 지금까지 없었다. 왜 이렇게 한·미FTA는 시끄러운가? 무엇보다도 초강대국인 미국과 한 협상이기도 하고 지난 반세기 우리 역사 속에 미국은 정치, 외교, 경제 등 모든 면에서 우리와 가장 밀접했던 국가였다. 그로 인해 한미 관계를 보는 다양한 시각이 우리 사회 속에 공존하는 상황 속에서 한·미FTA는 ‘뜨거운 감자’였던 것이다.
해외시장을 적극 개척하여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으로 지난 50년 동안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성장을 해온 우리나라로서는 FTA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많은 전문가들은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음과 양이 있는 법이라 FTA가 국가 전체에는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준다 할지라도 농업은 늘 개방의 파고에 영향을 받아왔다. 최종협상결과에는 쌀을 예외로 하였고 분유, 감자, 꿀, 감귤 등 일부 민감품목은 FTA를 하더라도 관세를 유지하도록 했지만 미국에서 수입되는 농산물은 길게 보면 관세가 없어진다.
권위 있는 연구결과에 의하면 한·미FTA가 발효될 경우 농·어업생산액은 15년 동안 약 12조7천억원, 연평균 8500억원 정도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분야별로는 축산물과 과실류에 피해가 제일 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미FTA와 관련해 정부는 고심 끝에 10년간 22조원을 지원한다는 계획 아래 시설현대화, 브랜드 육성, 신용보증제도 개선, 면세유 확대, 세제 지원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으며 국회에서 여야는 피해보전직불금 확대, 밭농업직불제와 수산직불제 신설, 축산발전기금 추가 조성, 수리시설 확충 등 추가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우리 농업인들의 마음가짐이다. 우리 농업에 개방의 물결이 다가오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후반이다. 힘들고 어려울 때도 있지만 개방은 우리 농업을 강하게 만들고 발전시키기도 한다. 개방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인 지금 개방을 겁낼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지혜를 터득해야 한다.
2012년 새해 흑룡의 해가 밝았다. 우리 농업을 볼 때 개방의 속도가 빨랐던 분야가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규모화에 성공하여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선진화하고 있으며 반면에 가장 보호받은 품목은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의 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
새해엔 무슨 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먹거리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를 보면 식량수요가 늘고 기후변화로 생산에 차질을 빚어 곡물가격이 오르면서 식량안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잘 사는 국가들은 안전하고 품질 좋은 농산물에 대한 수요가 점점 늘고 있다. 또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삶의 질에 대한 관심, 웰빙과 건강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농촌의 삶이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을 받고 있다. 주위를 되돌아보면 힘들고 어려운 일들도 있지만 이처럼 군데군데 밝은 빛들이 비치고 있다.
농업의 미래를 꿈꾸는 젊은이들이여, 우리의 미래는 확실치 않고 가끔은 지금 가는 이 길이 맞는 길인지 회의가 생길 때가 있겠지만 그건 어디를 가나 누구나 다 겪는 일 아니겠는가? 한 눈 팔지 않고 꾸준히 처음처럼 한 길로 간다면 10년 후, 20년 후 여러분은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농업인으로 우뚝 설 것이며 누구 못지 않게 보람있는 삶임을 자부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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