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1-01 월간 제739호>
[4-H 지도 현장] 4-H인이 되어가며…

<안 정 재 지도사>
농업·농촌을 책으로만 알던 내가 발령이 나고 처음 맡은 4-H업무가 벌써 꽉 찬 두해 째가 되어간다.
처음에는 그저 책에서만 보던 조직이 실제로도 존재하고 있고, 그 회원들이 활동을 한다는 사실에 신기했다.
갖가지 과제활동과 청소년의 달 행사, 그리고 야영교육을 치르면서는 이런 활동을 하면 보수를 받는 것이냐고 임원들에게 물었던 기억도 난다.
지금 생각하면 헛웃음이 나는 기억이지만 그때는 도무지 보수도 받지 않고, 이렇게 힘든 일을 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난 2년간 회원들의 열성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4-H인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
4-H의 힘이란 것이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백번을 말로 해도 한번의 행동이 미치는 영향이 더 크고 강렬한 것이다.
이런 4-H인들의 진가가 가장 발휘될 때는 야영교육인 것 같다. 대구광역시4-H연합회는 매년 여름방학쯤에 2박3일간 야영을 간다.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예전처럼 텐트를 치고 밥을 지어먹던 야영에서 수련원을 빌려 숙식을 해결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하는 교육으로 변화가 있었지만, 어려운 상황이 닥칠수록 더욱 힘을 모아 해결해 내려는 4-H인들의 의지만큼은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올해엔 영덕군에 위치한 칠보산청소년수련원으로 야영을 갔었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태풍으로 학생들이 가장 기대했던 해양패들링이 취소되는 등 일정에 차질이 생기게 되었다.
더구나 비는 오지 않는데 바람만 많이 불어 해양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없다는 사실을 학생회원들은 잘 이해하지 못했다.
몇몇 학생들은 위험해도 괜찮으니 그냥 프로그램을 진행해달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학생들에게 직접 보여주는 것이 이해를 구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방법인 것 같아 파도가 치는 바닷가에 회원들을 모두 데리고 갔었다.
수련원 안에서는 잘 느끼지 못한 바람의 강도를 몸도 제대로 가눌 수 없을 정도인 바닷가에서 실감한 회원들은 그 때의 상황을 수용해 주었고, 대체된 프로그램에 순순히 응해 주었다.
그 때 회원 한명이 “열심히 준비하신 프로그램을 할 수 없게 되어 속상하시죠?”, “저희보다 선생님이 제일 많이 속상하신 거 알아요”라고 건넨 한 마디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던 내게 그 어떤 말로도 설명하기 힘든 위안이 되었다.
그 한마디로 교육을 만들기 위해 준비했던 시간의 고단함도 2박3일간을 정신없이 뛰어다니던 피로함도 잊혀졌고, 생각 없이 일로만 대했던 업무가 보람으로 다가왔다.
처음 4-H업무를 맡게 되었을 때 수백 명의 회원 중 몇 명만이라도 변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얼마나 큰 보람이냐고 전임자분이 조언해주었을 때 이해하지 못했던 말이 그때서야 이해가 되었다.
회원들 때문에 내가 변화하고 있고, 4-H에 애정과 자긍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하여 부족한 지도자이지만 진심으로 노력하는 모습에 회원들도 믿고 지금까지 잘 따라와 주고 있다.
피테르 브뤼헐의 ‘장님을 이끄는 장님’이라는 명화가 있다.
성경에 나오는 ‘장님이 장님을 이끈다면, 모두 구렁에 빠지게 될 것이다’라는 구절에 근거한 그림으로 앞에 있는 소경부터 구덩이에 빠지는 이 그림은 앞선 사람의 인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준다.
이 명화에서처럼 장님들을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없는 몽매한 지도자가 되지 않도록 앞으로 나는 더욱 노력하고, 진정을 다해 볼 생각이다.
 〈대구광역시농업기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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