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1-01 월간 제739호>
[지도교사이야기] 짧지만 뜻 깊은 세 발자국

오 순 이  경기 화성 동양초등학교

새마을운동 노래가 마을의 아침을 깨우던 때, 도로변 돌멩이에 새겨진 클로버를 스치듯 보았다.
그 네잎 클로버 안에 새겨진 지(智), 덕(德), 노(勞), 체(體)의 4가지 의미를 풀어가기 시작한 건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후이다.
3년 전 본교에 4-H지도교사였던 교장선생님이 부임하면서 행운과 성취를 상징하는 클로버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권유가 시작되었다.
누군가 해야 하는 일, 그 일은 결국 내 몫이 되었다.
‘주어진 업무니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할 수 있을 만큼만 하자’는 마음으로 학교4-H회를 운영하였다.
그러나 강한 생명력으로 토양을 비옥하게 만든다는 클로버의 속성처럼 4-H활동은 참 매력적이었다.
특히 한국4-H본부의‘자연사랑 생명사랑 청소년 농심학교’프로그램은 과학 담당교사이면서 환경에 관심이 많은 내게 더 없이 좋은 운영 프로그램이었다.
웬 횡재인가 싶을 정도로 유익했던 이 프로그램은 아이들에게 단순한 벼의 생태 관찰이 아닌 농심을 배양하고 작은 생물도 소중히 여길 줄 알며 인격을 도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게다가 교장선생님의 벼 사랑으로 한국4-H본부에서 제공하는 벼화분뿐 아니라 사각 고무통에서도 벼가 자라기 시작했다.
교문에서 벼와 함께 등교하는 아이들의 표정에는 생기가 넘쳐났다.
해오름축제 기간에 맞춰 4-H회원들이 텃밭에 심고 가꾼 여러 가지 채소들을 전시하여 우수한 채소 콘테스트를 하였고 내년도 텃밭에 가꿀 채소를 스티커 투표로 진행하였다. 이를 통해 4-H회원 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농업에 대한 관심도 유도하게 되었다.
4-H회 운영의 첫 해는 회원들과 아이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뿌린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는 해가 되었다.
첫 해의 경험을 초석삼아 두 번째 해인 지난해에는 더욱 더 욕심을 냈다.
천혜의 자연을 안고 살면서도 부지불식간에 지나치게 되는 무심함을 일깨워 애향심을 키우고 자연과 함께하는 생태 친화적인 감수성과 공동체 의식을 기르기 위하여 우리 마을의 생태탐사를 시작하였다.
화성환경연합과 MOU를 체결하여 바쁘게 바다로, 숲으로, 하천으로 마을의 생명들을 만나러 다녔다.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
노래 가사처럼 멀리서 필드스코프로 바라보는 생물들의 작은 몸짓과 눈짓에 아이들이 감동하기 시작하였다.
내가 살고 있는 마을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작은 생명의 서식처로서 환경을 이해하여 생명존중의 태도를 기를 수 있었다.
작년에 이어‘자연사랑 생명사랑 청소년 농심학교’를 운영하면서는 벼화분 뿐 아니라 농림수산식품부에서 개발한‘헬프 미 좌충우돌 꾸러기 해결사’교재를 활용하여 농민의 고민을 공유하고, 우리 쌀의 중요성을 알아보며 우리 쌀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생각하였다.
또한 쌀뜨물이 버려지면 수질이 오염되지만 잘 활용하면 환경지킴이가 될 수 있음을 알고 지구인의 자격을 갖추고 지구시민리더로 성장하기 위하여 EM(유용한 미생물)을 탐구하였다.
5~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홍보 캠페인을 벌여 나에서 시작한 환경사랑이 너에게로 확장하게 되었다.
나는 4-H활동에 겨우 세 발자국의 흔적을 남긴 그야말로 왕초보 교사다.
나의 작은 수고로움이 우리 아이들을 스스로 배우고 성장하게 하면서 자신을 사랑할 줄 알고, 지역사회와 우리나라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세계로 뻗어나가는 훌륭한 4-H인으로 자라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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