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01 월간 제738호>
[청소년 체험 활동기] 색다른 수학여행의 멋 느껴

백 영 주 회원 <대구 가창중학교 2학년>

손꼽아 기다리던 수학여행을 4-H활동을 하러 간다고 하니 별로 달갑지 않았다.
왠지 모르게 힘들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수학여행은 모든 걱정을 잠시 접어두고 마음껏 놀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수학여행지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경주, 설악산이나 제주도가 아닌 서울이라는 선생님의 말에 매우 당혹스러웠다.
그렇게 불평불만과 함께 달려온 수학여행.
나는 짜증과 약간의 설렘을 안고 드디어 수학여행지인 서울의 한국4-H회관에 도착하게 된 것이다.
체험활동 중 나의 기억에 가장 남았던 것은 2일차에 서울시내의 유명한 유적지와 대학교를 돌며 시민들에게 직접 물어 보며 과제활동을 하는 것이었다.
과제활동에 앞서 1일차 저녁에 장장 3시간 동안 조원들끼리 머리를 맞대어 서울시 지도를 펼쳐놓고 사전계획을 수립하는 시간이 있었다.
처음에는 조원들 모두가 우왕좌왕하며 갈피를 잡지 못했다.
코스를 이동하려면 어디에서 어떻게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지 등 너무나 많은 궁금증이 생겼다.
하지만 조원들 스스로‘지금부터 우리는 한가족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우리가 갈 코스와 그에 따른 각각의 미션을 머리와 손으로 그려 본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
드디어 이튿날 아침이 밝았다.
선생님의 도움 없이 조원들 스스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도시인 서울을 탐방하는 것이라 설레는 마음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걱정이 더 앞섰다.
먼저 성균관대학교를 방문했을 때, 단순히 관광의 목적으로 방문 했을 때와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미션을 제 시간에 수행해야 한다는 마음에 조급해 하기도 하고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다가 가서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어려워 다가가지 못하는 우리를 보고 선뜻 손을 내밀어 주시는 분들도 계셨다.
물론 바쁘다며 그냥 지나쳐 버리는 사람들,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청계광장에서 사인을 받아오는 미션은 외국인들에게 말을 거는 것 보다 오히려 더 어려웠다.
경찰아저씨, 수위아저씨, 놀러온 학생들, 꼬마 아이들, 연인들 등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우리를 고운 시선으로 봐주시는 사람들은 드물었다.
내가 살고 있는 대구에서도 이런 활동을 해보지 않았는데 낯선 서울에서 이런 활동으로 인해 무시당하고 너무 힘이 들어 포기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래도 조원 친구들의 협조와 성실함 덕분인지 약속시간 보다 훨씬 빨리 끝내고 쉬는 시간을 마련 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낯선 사람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 수 있는 친화력을 일깨워 주고 싶었던 활동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저녁에 본 연극‘빨래’는 정말 잊혀 지지가 않는, 아니 잊을 수가 없는 연극이었다.
‘캣츠’나‘오페라의 유령’처럼 스케일이 크고 웅장한 뮤지컬은 아니었지만 우리 일상과 밀접해 있다는 생각이 들어 오히려 더 정감가고 재미있었던 것 같다.
3일간 내가 꿈꾸고 바라던 수학여행이 아니라 실망 아닌 실망도 했고, 힘들기도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을 구석구석 알아가는 재미와 함께 선생님께 의지하지 않고 우리끼리 주도적으로 활동을 해냈다는 뿌듯함이 더욱 컸었다.
이런 소중한 기회를 통해 짧았지만 많은 경험을 했다.
이번 수학여행은 나의 학창시절의 어느 수학여행보다도 길이길이 기억될 것 같은 생각이 들며, 나중에라도 아주 나중에라도 기회가 닿는다면 한 번 더 체험해보고 싶은 뜻 깊은 시간이었다.
끝으로 나에게 세상을 다양하게 볼 수 있도록 값진 기회를 준 한국4-H본부 선생님들에게도 감사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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