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기 훈 (농림수산식품부 식량산업과장)
지난 10월 16일 서울대공원에서는 이색 시상식이 열렸다. 이름하여 ‘벼화분재배 콘테스트’가 그것으로, 유치원생부터 초· 중· 고 청소년,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상식을 가졌다.
‘벼화분재배 콘테스트’는 농심함양활동을 비롯한 다양한 과제활동으로 청소년들을 올곧게 육성하고 있는 한국4-H본부가 주관하고 우리 농림수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을 비롯한 관련단체의 후원으로 실시됐다. 또 벼화분 보급 등을 위해 한국마사회 특별적립금을 지원받았다. 모두 1만1000여개의 화분이 배부되었고 이 가운데 우수작품 400여점이 출품돼 140여점을 시상하고 격려했다.
벼재배로 농업·농촌 소중함 일깨워
필자는 정부의 식량산업분야 담당자로서 시상식에 참석해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을 대신해 벼화분을 가장 잘 기른 4명을 시상했다. 아울러 각계각층의 국민들이 기른 벼화분을 둘러보고 이들이 작성한 과제기록장을 살펴보면서 벼화분재배가 도시청소년들의 인성함양에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일반인들에게는 과거 농촌생활과 고향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등 이 작은 행사가 국민들의 정서함양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한자로 쌀 미(米)자는 농부가 벼를 심고 추수하기까지 88번의 손길이 가야 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벼화분재배는 집이나 학교에서 화분에 볍씨를 심고 싹이 나고 자라서 꽃이 피고 벼알이 열리고 익기까지의 과정을 체험해 보는 것이다. 또 그 과정을 과제장에 사진, 그림과 함께 기록하기도 한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이 아기자기하게 기록한 과제장을 보면 벼의 생육과정에 대한 참신한 생각들이 담겨 있어 참 기특하고 대견스러웠다.
이 별난 행사는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벼화분을 개발해 관내 유치원과 학교 등에 보급해 일정부분 성과를 거두었으며, 올해부터 민간운동 차원으로 전국으로 확대하기 위해 한국4-H본부에서 주관하고 있다.
도시민 농심함양프로그램으로 정착 기대
도시지역 청소년들은 벼를 보고 쌀나무라고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런데 벼화분재배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벼의 생육과정을 직접 체험하면서 우리가 매일 먹는 쌀의 소중함을 느끼고 농업인들의 노고를 다시 한 번 생각하면서 농업·농촌과 생명을 사랑하는 심성을 기르게 된다.
올해 벼화분재배 참가자들은 지난 5월 말과 6월 초에 벼를 심어 5~6개월 동안 벼를 키웠다. 우리가 먹는 농작물은 하루아침에 뚝딱 식탁에 올라오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참가자들은 느꼈으리라. 뿐만 아니라 일조량과 병충해 등 외부의 환경에도 잘 대처해야 된다는 점도 배웠으리라. 어느 참가자는 똑같이 두 개의 화분에 벼를 키웠는데도 햇빛이 조금 더 드는 앞쪽의 화분과 조금 덜한 뒤쪽 화분에도 차이가 있더라는 말을 관계자에게 전해 들었다.
이처럼 이 체험행사의 긍정적인 면을 짚어보면서 이것이 단지 벼화분을 재배하는데 그치지 않고 좀 더 체계적으로 추진돼 효과를 높여줄 것을 관계자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주관단체에서는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농업교육적인 부분을 보완해 농심함양프로그램을 준비한다고 하니 다행스런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별것 아닌 듯 보이는 벼화분재배 행사가 도시민들의 농심체험 과제활동으로 대대적으로 전개돼 우리 농업과 농촌 그리고 우리 쌀을 비롯한 농작물에 대한 관심을 크게 높이고 생명을 존중하는 정서를 함양하는데 더욱 기여할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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