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선 휴 경기 포천 이동초등학교
2004년 이동초등학교에 부임한 나는 청소년단체인 컵스카우트 지도자로 2년간 활동을 했다. 그 후 다른 학교에서 잠시 근무하고 2008년에 다시 이 학교로 왔을 때는 청소년단체를 바라보는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초등학교의 경우 청소년단체로서조직되려면 20명 이상이 되어야 등록이 가능하다. 포천지역의 경우 32개교 중 20개교가 6학급 이하이고, 13개교가 100명 미만이며, 나머지 7개교 또한 150명 미만이다.
전교생을 100명으로 가정하면 대략 한 학급당 3분의 1은 참가해야 단체설립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소규모 학교에서 청소년단체의 운영은 결국 지도교사의 헌신과 사명감을 바탕으로 하는데, 여타 청소년단체의 일반적인 프로그램 운영을 답습하게 되면 경제적 문제와 더불어 학급 내 조성되는 위화감까지 안고 가야하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소규모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선호에 따른 다양한 청소년단체를 만들기조차 힘들다. 무엇보다 극소수의 청소년단체를 제외하면 청소년단체에서 운영되는 연간 프로그램은 농촌지역 학부모님들께 경제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유로 이 학교에 두 번째 부임했을 때 학교측으로부터 다른 청소년단체의 담당을 제의 받았지만 소박하지만 강한 신념을 가지고 학교4-H회를 창설하게 된 것이다.
4-H를 통해 학생 누구나 부담 없이 참여하고, 학교 교육과정과 어느 정도 연계될 수 있으며, 생명존중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했다. 내가 살고 있는 고장에서의 아름다운 기억을 갖게 한다면 더욱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다.
농촌에 있지만 우리 학교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수업이 끝나면 학원이나 방과후학교에 참여하는 등 도시지역의 학생이나 별 다를 바 없이 바쁘게 지낸다.
게다가 농촌학교 어린이들이니 농업인의 자녀가 많고, 자연 곁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환경 소양이 높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농업인의 자녀는 우리 반 어린이들 중에는 한 명도 없는 실정이다.
학교 전체적으로도 대략 30%이하이며, 곤충이나 개구리라도 손에 올려놓으려고 하면 뒷걸음질 치는 아이들이 많다. 일반 도시인들이 생각하기에는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농업인이 많지 않은 농촌의 현실, 아름다운 환경 속에서 생활하지만 그곳의 생명력을 느끼고 가슴에 담을 시간과 기회가 부족한 것이 이 곳 어린이들의 생활상인 것이다.
학교4-H회는 다른 청소년단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4-H라는 이름아래 모인 각각의 학교4-H회 활동을 정리할라치면 혹자에 따라서는 산만하다고 하고, 느슨하다고도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이 기분 나쁘게 들리지 않는 이유는 학교4-H회만의 독특한 특성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여타 청소년단체들은 전국적으로 비슷한 연간운영계획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 지역적, 지도자적 특성의 차가 크지 않은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학교4-H회는 지역, 학교, 학생과 지도자의 특성을 반영한 과제 중심 활동을 하기 때문에 지역간, 학교간의 다양성이 클 수밖에 없다. 또 그래야만 4-H정신에 부합된다고 생각된다.
지역마다, 학교마다, 지도교사마다 독특한 내음과 모습을 가지고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각 단위 학교4-H회는 1년생 풀, 다년생 풀, 작은 키나무들, 큰 키나무들이 서로 조화롭게 사는 숲을 닮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따라서 다른 청소년단체보다 농촌현실에 가장 적합한 청소년단체의 모델을 꼽으라면 바로 학교4-H회가 아닌가 정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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