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01 월간 제734호>
[영농현장] 4-H활동 기반으로 전문농업인의 꿈 일궈

박 광 춘 회장 (충북 영동군4-H연합회)

물 맑고 공기 좋은 청청자연 덕분에 ‘과일의 성지’로 인정받는 충청북도 영동군에서 복숭아 전정을 하며 수확 전 관리에 땀 흘리고 있는 영동군4-H연합회 박광춘 회장(충북 영동군 학산면 범화리)을 만났다. 농업에 전문적인 지식이 없었던 자신이 4-H와 농업기술센터 덕분에 자리를 잘 잡을 수 있었다며 겸손하게 말문을 열었다.

유통단계 최소화에 힘써

박 회장은 복숭아 6000㎡, 포도 2300㎡ 규모의 농장을 아내와 함께 꾸려가고 있다. 농작물의 판로는 유통과정을 줄이고자 대부분 직거래에 의존한다. 누님이 서울 홍제동에 살고 있고, 박 회장도 과거에 그 동네에 살면서 이웃과 관계를 비교적 잘 맺었던 것이 이제는 재산이 됐고, 둘도 없는 우수 고객이 됐다. 이 동네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서 서대문구, 은평구 쪽에도 복숭아와 포도를 출하하고 있고, 최근에는 홍은2동과는 자매결연을 맺어 판로를 늘려가고 있다. 과일의 당도가 가장 높을 때 수확, 바로 소비자의 손에 배달하며 스스로 농산물의 품질을 최고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 판로 확보의 밑거름이 됐다고.
과수뿐만 아니라 박광춘 회장은 한우도 17두 사육하고 있다.
“2004년 유럽 여행 도중에 스위스의 한 농가를 방문했었는데, 그때 축산업에 대한 강한 인상을 받았어요. 그때는 다른 일을 하려고 준비 중에 있었지만, 언젠가 한우를 한 번 키워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꿔 봤죠.”
지금은 규모가 그리 크지 않지만 올해 축사를 신축하고 사육두수를 증가해 50두까지 늘릴 계획이다. 앞으로 소도 직거래 방식으로 유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자 하는 것이 그의 꿈이다. 아직까지 여타 농작물에 비해서 한우의 유통단계는 복잡해 직거래에 애로사항이 있다고 한다.
박광춘 회장이 농업에 뛰어든 것은 2008년 겨울. 3년이 채 안 됐다. 사실 박 회장은 한국항공대학교에서 항공우주기계학을 공부했고, 영국에 유학 가서 수학하며 공학도로서의 꿈을 키워 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2008년 겨울 아버지가 뇌경색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면서부터 농장 일에 뛰어 들게 됐다. 세 명의 누나와 여동생이 있는 시쳇말로 딸 부잣집이었기 때문에 자신이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야 했던 것이다. 아내와는 6년간 연애하고 재작년에 결혼했는데 자신의 상황을 이해해 주고 농업의 가능성을 봐 준 것이 지금 생각해도 참 고맙다고.

주위에 행운을 끼치는 활동할 것

지난 4월에 있었던 영동군4-H연합회장 이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통해 회장으로서 포부를 밝히고 있는 박광춘 회장.
박 회장이 가장 인상 깊었던 4-H활동은 2009년 완도에서 2박3일 동안 학생4-H회원들과 함께 야영교육을 했던 것이라고 한다. 함께 4-H서약을 하고, 4-H노래를 부르며, 지·덕·노·체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통해 내성적이었던 학생들이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느낀 바가 컸다. 4-H활동의 참맛을 알게 됐다고나 할까.
아버지께서 쓰러지셔서 일단, 가업을 잇기로 하고 집에 들어 왔으나 농업에 대한 뚜렷한 지식을 가진 것이 아니라 눈앞이 막막했다고 회고하는 박 회장. 그러면서 찾아 간 곳이 영동군농업기술센터(소장 최광중)였다. 농업기술센터에 가서 상담을 받고 여러 가지 정보도 얻고, 기술교육도 받는 가운데 센터에 근무하는 친구를 통해서 4-H회 가입을 권유 받았다. 2008년 그렇게 시작해서 인연을 맺게 된 4-H였는데, 지금은 연합회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고 했다.
현재 영동군에는 20명의 4-H연합회원들과 1000여명의 학생4-H회원들이 작지만 알차게 활동하고 있다. 연합회원들은 매달 첫째 주 월요일에 월례회를 갖고 4-H활성화 방안과 농업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는데, 올해는 회원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연초부터 꾸준히 노력한 끝에 신규회원이 5명이나 늘었다고.
영동군에는 4-H활동했던 선배들의 모임인 ‘4-H사동회’가 있는데 선배 회원들과 연합회원들과 정기적인 만남을 계획하고 있다. 선후배 4-H회원들이 멘토-멘티의 관계를 맺어 농업과 삶에 대해 조언도 구하고, 영동군4-H회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주력해 나가야할 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듣고 방법을 모색할 예정이다.
또한 가을이 되면 배추를 심고 수확해서 김장김치를 담아 겨울이 유난히 춥고 긴 이웃들과 나누고 있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추진할 계획이다.
끝으로 4-H회원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는 부탁에 “저보다 훨씬 열심히 활동하는 회원들도 많은데, 부족한 사람이 회장이 됐다”며 “지금처럼 단합된 모습으로 서로를 끌어안으며 네잎클로버의 꽃말인 행운을 주위에 끼치는 4-H회원들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늦게 시작한 농업과 4-H활동인 만큼 매사에 열정적인 모습을 보며 우리 농촌과 4-H에서 박 회장과 같은 이야기를 가진 사람이 더욱 늘어나기를 기대한다.
 〈김민진 기자 sookook@4-h.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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