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01 월간 제734호>
[시 론] 어린이들에게 더 많은 농촌체험기회를!

전 병 호 (시인·경기 안성 보개초등학교장)

올해도 어린이들을 인솔하고 여주 서화마을로 농촌체험활동을 다녀왔다. 여주 인터체인지를 나와 신륵사 옆으로 난 한적한 길을 따라 한참 달려가니 서화마을이 나왔다. 서화 마을은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정보화 마을이기도 하다.
마을 입구에서 한 바퀴 둘러보니 낮은 산들이 아늑하게 넓은 들을 감싸고 있다. 전형적인 농촌 마을의 모습이다.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생태마을’이라는 소개가 빈 말이 아님을 알겠다.
그날도 비가 오락가락했다. 장마가 아직 안 끝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린이들은 기뻐서 어쩔 줄 모른다. 바로 어제 학기말 학업성취도 평가가 끝난 것이다. 시험이 끝났다는 해방감과 농촌마을로 체험활동 간다는 즐거운 기분으로 달려왔으니 어찌 마음이 들뜨지 않겠는가. 하지만 날씨는 아쉽게도 우리를 도와주지 않았다. 비가 계속 내렸다. 그래서 처음 계획했던 감자 캐기와 미꾸라지 잡기 체험을 할 수 없었다. 그 대신 천연염색, 새끼 꼬기 등 체험을 했다. 하얀 천에 무늬 지는 천연 염료의 우아한 빛깔! 어린이들이 신기한 얼굴로 환호했다. 마을 어르신의 가르침에 따라 배우는 새끼 꼬기도 인상 깊었다. 달걀 꾸러미도 만들었다.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전통 생활양식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나도 어르신 선생님의 가르침에 따라 짚으로 달걀꾸러미를 만들어보니 어릴 적 추억이 새록새록 살아났다.
하루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갔기 때문이다. 어린이들도 많이 아쉬워하는 눈치다. 무엇보다도 마을 어른들의 훈훈한 인심이 인상적이었다. 럭비공 같은 어린이들을 마치 친손자처럼 친절하게 대해주시고 웃음으로 포옹해주시는 마을 어른들에게서 고향 같은 편안함을 느꼈다. 그 때문일까. 어린이들은 장난을 치다가도 어른들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열심히 따라 배운다. 이번 농촌마을 체험이 장차 어린이들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어린이들에게 더 많은 농촌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면 좋겠다. 학교와 농촌 마을이 자매결연을 맺어도 좋을 것이다. 그래서 어린이들이 농촌을 더 폭넓게 이해하게 해주어야 한다. 또 농촌 체험을 체계적으로 했으면 좋겠다. 예를 들면 어린이들에게 감자 캐기만 가르칠 것이 아니다. 봄에 감자 심는 체험도 중요하다. 그래서 감자는 다른 사람이 가꾼 것을 캐기만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심고 가꾸어야 수확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어야 한다. 중간에 와서 밭에 무성한 풀을 뽑아도 좋을 것이다. 언뜻 생각하면 이런 과정이 별일 아닌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평생 어린이를 가르쳐온 나에게는 상당히 중요한 덕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어린이들에게 흙의 정직함을 가르치는 일이다. 즉, 땀 흘려 심고 가꾸어야 알찬 수확을 거둘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함으로써 어린이들의 인격 형성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어린이들에게 할 수 있다면 산 체험의 기회를 많이 주어야 한다. 농촌 체험 활동은 그에 대한 훌륭한 대안이다. 농촌 체험을 통해 어린이들이 배우는 것은 농작물 가꾸기뿐이 아니다. 자연의 소중함도 함께 배운다. 도시에서 쉽게 맛볼 수 없는 훈훈한 인심도 어린이들에게는 새로운 소중한 경험이다. 또 어른 공경하는 마음도 기르게 된다. 어른은 단순히 나이가 많기 때문이 아니라 폭넓은 지혜와 따뜻한 사랑을 베풀어주시는 분이기 때문에 존경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알게 해주어야 한다. 이번 체험활동에서 마을 어르신도 어린이들이 모르는 많은 것을 가르쳐주시는 선생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것이 소중한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농촌 체험활동이 내실 있게 이루어질 때 어린이들은 농촌을 더 사랑하게 될 것이다. 그럼으로써 장차 농촌 인구도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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