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01 월간 제733호>
[학교 4-H 탐방] “텃밭을 일구며 마음도 함께 일군다”

울산광역시 두광중학교

<김영현 교장>
“4-H활동을 비롯해 다양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권장하고 난 후 올에 들어서는 폭행과 같은 사건이 한 건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자기주도적으로 하고 싶은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학교 분위기가 매우 좋아졌습니다.”(김영현 교장)

점심시간 이용해 활동 펼쳐

우리나라 대부분의 중고등학교 점심시간은 40분 정도. 하지만 울산 두광중학교(교장 김영현)의 점심시간은 90분으로 타학교와는 다른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이 식사하는 시간 20분을 제외하고 나머지 70분은 학생 스스로가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이렇게 학생들의 활동시간이 확보되면서부터 특히 두광중4-H회(회장 백지영, 지도교사 이태우)는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2009년 이태우 지도교사가 두광중학교로 전근해오면서 시골아이들에게 단체활동을 통해 사회경험을 많이 쌓게 해주고 싶어서 당시 함께 근무하던 체육교사와 회원들의 환경을 고려한 동아리 활동을 찾던 중 4-H활동을 알게 되어 두광중학교에 4-H회를 조직하게 됐다.
두광중4-H회가 가장 중점을 두고 활동하는 부분은 바로 텃밭을 일구며 농산물을 수확하는 노작활동이다. 하지만 텃밭이라고 하기에는 그 규모가 상당하다. 학교 운동장 울타리를 따라 회원들이 가꾸고 있는 텃밭의 크기는 모두 합해서 약 900㎡. 90㎡으로 시작한 텃밭이 2년 사이에 회원들이 직접 운동장의 땅을 고르며 돌을 치우고, 밭에 고랑을 내고, 모종을 직접 심으면서 10배의 크기로 늘어난 것. 이렇게 일군 땅에서 회원들은 양파, 마늘, 감자, 호박, 고추, 옥수수, 밀, 야콘 등 갖가지 채소를 직접 기르고 수확하며 농심을 키워가고 있다.
두광중4-H회 회원들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요일별로 조를 짜서 텃밭을 관리하고 있다. 농업용수로에서 물을 길어 올리는 회원, 물 조리개로 텃밭에 물을 주는 회원, 잡초를 제거하는 회원 등 각자에게 맡겨진 역할에 따라 활동을 펼친다. 회원들과 인터뷰를 하는 중간에도 3~4명의 회원이 텃밭이 마르지 않도록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물을 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자신이 재배한 양파를 수확한 후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두광중4-H회원들과 이태우 지도교사. 요일별로 조를 선정해 점심시간마다 텃밭에 물을 주는 등 회원들이 직접 관리하고 있다.

회원 스스로 과제활동 참여

텃밭에 똥거름을 주는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권상순 회원은 “4-H활동을 하기 전에는 식물을 많이 밟고 다녔는데, 이제는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고 식물을 밟지 않는다”고 했다. “텃밭을 가꾸며 농부의 마음, 특히 어머니의 손에 난 상처를 이해하게 됐다”는 백지영 회원, “자연은 받은 것을 그대로 정직하게 돌려준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정하예린 회원, “삽질을 하면서 욱하는 마음을 가라앉히게 됐다”는 장지훈 회원 등 활동하며 느꼈던 것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회원들이 스스로 참여하며 느낀 것들이기에 더욱 소중히 그들의 가슴에 새겨져 있는 듯 했다.
이렇게 점심시간을 이용해 활동을 마친 회원들은 매일 활동일지를 작성해 이 지도교사에게 제출한다. “잘하든 못하든 자신이 실제로 경험한 것을 기록하고, 작물을 기르다가 실패한 것이 있다면 성공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실제적인 과제활동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렇게 작성한 활동일지는 내부결재를 통해 학교장에게까지 보고된다.
회원들이 수확한 농산물은 회원들끼리 나눠먹기도 하지만 학교 전교생을 위한 간식과 급식 반찬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식사를 하면서 자신이 수확한 농산물을 학생들과 나눠먹으면서 나눔과 배려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두광중4-H회의 활동이 힘들지만 중간에 탈퇴하는 회원 없이 점점 회원이 증가하고 있다고.
이 지도교사는 회원들과 밀사리를 했던 것과 호박떡 구워먹었던 것이 가슴에 남는다고 했다. “밀을 심고 나서 아이들과 밀사리를 해서 먹었는데, 아이들이 맛있다고 하는 거에요. 요즘 아이들 입맛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이 후에 밀사리를 여러 번 했습니다. 그리고 작년 뒤뜰야영을 실시할 때 설익은 호박을 회원들이 따와서 할 수 없이 호박떡을 만들어 먹었는데 너무 맛있게 먹더라고요. 얼마 전에는 쑥갓을 아이들과 튀겨 먹었어요.” 회원들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두광중4-H활동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이 외에도 교과서에 나온 바다의 생태계를 관찰하는 바다체험과 계곡체험, 산행, 노인요양기관, 장애인수용시설 봉사활동 등의 야외활동과 모형집 만들기, 음식 만들기, 뒤뜰야영과 같은 교내 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4-H활동 통해 인생 배웠으면

“저는 좋은 비료를 써서 농작물이 크게 잘 열리는 성공하는 농업 대신에 실패하는 농업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4-H활동을 하면서 ‘힘들어서 못하겠다’라는 말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농사 짓는 것이 힘든 것을 알아야 부모님의 노고를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회원들이 농사짓는 것은 잘 지으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활동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그것을 해쳐나가는 법과 인생을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이태우 지도교사의 바람처럼 두광중학교4-H회 모든 회원들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시련을 통해 더욱 크게 성장하는 4-H인이 되길 기대해본다.
 〈오상록 기자  evergreenoh@hanmail.net

두광중학교4-H회의 힘찬 미래를 향해 점프!

텃밭 가꾸기 외에도 노인요양기관을 방문해 어르신들의 말벗이 되어드리는 두광중학교4-H회.

목록
 

간단의견
이전기사   [제주중앙중학교4-H회] 환경정화 봉사활동 발대식 가져
다음기사   지역사회 이끌어갈 청년4-H리더 역할 모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