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01 월간 제730호>
[지도교사이야기] 쪽을 기르는 마음 - 청출어람을 바라며

송 문 섭 경기 화성 삼괴고등학교

4-H활동이 다른 청소년단체와의 차별성 중 하나는 과제활동이다.
시·군 센터에서 과제활동자금을 지원해줘서 소신껏 과제활동을 계획하고 추진할 수 있는 것도 4-H지도교사들만의 특권이다.
처음에는 4-H라는 이름만 걸어놓고 한국무용, 가야금합주, 사물놀이, 풍물놀이 등 다양한 활동을 했고 각종 대회에 참여해 수상을 했다. 또 매년 야외교육, 문화답사, 경진대회, 청소년의 달 행사 등 다양한 행사에서 학교와 학생들에게 4-H의 이미지를 높이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활동만으로 지덕노체의 삶을 이뤄 주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자칫 방과후 학교 활동으로 오해받을 소지도 있었고.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다른 분야에서는 시도하기 어려운 ‘노(勞)’를 중심으로 한 활동을 해 보자는 것이었다. 학교공터를 개간하여 학생들과 텃밭 가꾸기를 시도했다.
3월이면 밭을 갈고 씨앗을 뿌려 꽃도 심고, 채소도 재배하고, 싹이 올라오면 잡초와의 전쟁도 시작했다. 검은 비닐을 덮고 구멍을 내어 씨앗을 뿌리면 잡초제거에 손이 덜 가지만 땅도 갑갑해할 것 같고 땅속에 지렁이와 땅강아지도 싫어할 것 같아 호미로 풀을 제거했다.
학생들과 함께 일하면 온몸이 땀에 젖어 수돗가에서 등목을 하거나, 비라도 내리면 모두 운동장으로 나가 맨발로 축구를 하고 단체로 목욕한 후 먹은 자장면은 맛있기보다는 아름다웠던 기억이다.
학생들과 흐드러지게 풍물을 두드리면 비 오듯 뿜어대는 땀줄기도 아름답지만 나에게는 흙을 만지며 얼굴에서 떨어지는 땀방울이 땅속에 번질 때 더욱 정이 간다.
학생들을 데리고 밭에 가서 일만 하니까 1학년들은 4-H활동을 막노동이라 한다. 그러면 2, 3학년이 나서서 4-H의‘지덕노체’에서 ‘노’가 노동, 노작이라는 의미라고 일러주기도 한다.
그렇다. 4-H의 핵심은‘노’라고 생각한다.
4-H의 기본 이념‘지덕노체’에서 ‘지덕체’는‘체덕지’,‘덕지체’등으로 회자되고 있는데‘지덕체’가 조화롭고 완성된 인간형을 이야기하지만 뭔가 결핍됨을 알 수 있다.
그것은‘노’의 결핍이다.‘노’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땀 흘리며 일하고, 체험하며, 실천하고, 봉사하는 것을‘노’라고 말한다.
‘노’속에 ‘지덕체’가 모두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학생들과 함께 가꿔놓은 꽃밭을 바라보면 꽃이 나를 가꿨다는 생각이 든다. 꽃밭을 가꾸는 시간이 우리에게는 자신을 가꾸는 성찰의 시간이었다.
가끔 꽃밭이나 텃밭에서 홀로 조용히 잡초를 제거하곤 하는 학생들이 있다. 가을에는 국화의 곁순을 따주기도 하며 일일이 진딧물 한 마리, 한 마리를 잡아내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그것은 학생들이 받은 스트레스나 남에게 말할 수 없는 트라우마를 스스로 치유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도 가끔 지구 밖으로 일탈하고 싶을 때는 그곳에 가서 치유 받는다.
이러한 생활이 익숙해지니 학생들을 가르칠 때도 내가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나를 가르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에 가득한 눈망울이 선한데 내 어찌 정진하고 정진하지 않을 수 있는가.
‘나의 진정한 스승은 너희들이다!’
올해 과제활동으로는 가야금합주와 천연염색, 토마토와 허브(바질, 로즈마리)를 재배하기로 하였다.
지난주에 대여섯 고랑 갈아놨는데 설렌다.
토마토는 모짜렐라치즈와 바질허브를 넣어 셀러드를 만들 것이고, 로즈마리는 생허브차로 마실 것이며 쪽을 재배하여 천연염색도 해볼 생각이다.
마음은 벌써 쪽빛으로 물들어 학생들과 쪽빛 옷을 입고 방금 딴 생허브차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 있다.
‘청출어람을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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