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2-01 월간 제728호>
<지도자탐방> 영농회원과 선배들 끈끈하게 잇는 역할 자처

충북4-H본부 노성준 회원은 4-H활동을 하면서 매사에 부지런히 임하는 삶의 자세를 배웠다고 한다.
노 성 준 회원 (충청북도4-H본부)

이번 겨울은 유난히 눈이 많이 온다. 덕분에 겨울 내내 눈쌓인 풍광을 볼 수 있다. 눈송이가 다소곳하게 내려앉던 날 충북4-H본부 노성준(59·괴산군 청천면 도원리) 회원을 만났다. 한파로 인해 꽁꽁 언 냇물을 녹여버릴 것 같은 따뜻한 미소를 지니고 있었다.
노 회원은 청천면의 토박이로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지역사회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이 고장의 자랑거리를 묻자 기다렸다는 듯이 단숨에 쏟아냈다. “여기만큼 물 좋은 곳이 없어요. 오죽하면 ‘무릉도원(武陵桃源)’에서 따와서 ‘도원리’라고 부르겠어요. 물이 좋으니까 식물도 잘 자라고 그러니 먹을 것도 풍부하고 사람 살기에는 딱이죠.” 실제로 인근 화양계곡은 여름철이면 전국에서 소문을 듣고 찾아온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고.

4-H활동으로 근면을 배워

괴산군4-H연합회장 출신으로 4-H활동을 하면서 매사에 부지런히 임하는 것이 몸에 배었다는 노 회원은 지난해 제22회 충청북도 농촌지도자대상을 수상했다. 25년간의 공무원 생활을 접고, 농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지 이제 겨우 9년차인 늦깎이 농민으로서 큰 영광이 아닐 수 없었다.
기간은 비록 짧았지만 그간 거둔 성과는 어떤 베테랑 농민 못지 않다. 실제 재배면적 12만1748㎡ 규모의 농장에서 절임배추, 대학찰옥수수, 고추, 콩, 호박고구마 등을 통해 연간 4억3000만원 정도의 조수입을 올리고 있다. 전문농업경영인으로서 과학영농기술을 보급하는 일에도 앞장서 노성준 회원이 경영하는 도원농원(http:// ksgochu.co.kr)에 현장견학을 오는 인원이 연간 100여명에 달한다.
2002년 충북대학교 최고경영자과정(농업)을 수료했고, 2009년 친환경농산물인증(무농약)을 취득하였으며 특히 대학찰옥수수는 전국 최초로 친환경농산물인증을 취득하였다. 뿐만 아니라 도원농원 홈페이지를 통해 도시소비자를 초청하여 친환경농산물 체험활동을 실시해 연 200여명 이상을 고구마캐기, 고추따기, 배추절이기 체험에 참여하게 했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다.
현재 개인고객만 4000여명 확보하고 있는 노 회원은 무엇보다 소비자와의 신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작년에 때 아닌 한파로 배추 가격이 치솟았으나 고객들로부터 선주문을 받아 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배추 한 박스 당 5000원씩, 약 6000만원의 손해를 감수하고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손해도 마다하지 않는 노 회원을 아는 소비자들 중 일부는 원래 주문했던 가격보다 더 많은 돈을 보내오기도 했다고.

영농회원 아끼는 마음 각별해

70년대 한국의 농촌에 4-H운동의 붐이 일었을 때 자연스럽게 4-H운동에 참여하게 된 노 회원은 74년 청천면4-H연합회장, 75∼77년 괴산군4-H연합회장을 거쳐 76∼77년 충청북도4-H연합회장을 역임했다. 괴산군4-H연합회장 시절 만난 부인 연규순(54)씨도 괴산군4-H연합회 여부회장 출신이다.
괴산군4-H연합회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요즘 같은 겨울철 농한기에 마을마다 돌아다니며 4-H구락부를 조직하고, 우수회원사례를 발굴해서 면단위 회의에서 발표 및 소개했던 일이다. 회원들을 아끼는 마음이 각별했던 그는 80년에 수해가 났을 때 산월초등학교에서 열린 충청북도4-H연합회 야영대회 당시 비가 오는 와중에도 회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떡을 전달하러 갔었는데, 새벽에 돌아오는 길에 오토바이가 논바닥으로 굴러서 고생을 했지만 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다고 한다.
취재에 동행한 최동복 충북4-H본부 회장은 “노 회원이 4-H연합회장 출신이어서 그런지 지역에서 후계 영농인들을 잘 이끌어주고 있다. 농사를 잘 지어놓아도 판로를 개척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젊은 4-H회원들을 고객과 연결해 주며 도움을 주고 있다”며 4-H지도자로서 지역사회의 귀감이 된다고 했다. 함께 자리한 임선화 충북4-H본부 간사 역시 “영농회원들을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와서 챙기시는 분”이라며 거들었다.
취재를 마무리 하며 과거 연합회장으로서 후배4-H회원들에게 해 주고 싶은 한 마디를 부탁했다.
“농업이 괜찮아요. 웬만한 직장에 다니는 것보다 낫다니까요. 내가, 우리 가족이 먹는 농산물을 생산한다는 생각으로 임하면 소비자가 가장 먼저 알아차릴 것입니다. 그리고 영농회원들이 조금 성과가 나면 농사일은 뒷전으로 하고 성과발표나 강의를 다니는 경우가 있는데, 오늘 할일을 내일로 미루면 한 해 농사를 다 망칠 수도 있어요. 조금 성과가 났다고 자만하지 말고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며 내일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해요.”
돌아오는 봄부터는 옥수수를 쪄서 진공·냉동포장을 해서 판매하기 위한 냉온저장고를 갖추고, 멸균기, 진공포장기를 마련해 사계절 내내 대학찰옥수수를 공급하기 위한 준비에 고심하고 있다는 노 회원. 이번 기회를 통해 익힌 노하우 역시 머지 않아 영농회원들에게 전수되리라. 노성준 회원과 같이 영농4-H회원들과 4-H선배들 사이에 가교역할을 하는 지도자가 더욱 늘어나기를 기대한다.
〈김민진 기자 sookook@4-h.or.kr〉

사계절 내내 대학찰옥수수를 공급하기 위한 시설을 최동복 충북4-H본부회장에게 설명하고 있는 노성준 회원. 괴산군4-H연합회장으로 활동할 당시 만난 부인 연규순씨도 4-H연합회 여부회장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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