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01 월간 제727호>
<지도자탐방> “주인의식 갖춘 4-H인으로 우뚝 서자”

한우를 자식처럼 생각하는 노경규 회장은 남원시4-H본부 조직을 정비하고 기금조성을 확대하는 등 4-H운동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다.
노 경 규 회장 (전북 남원시4-H본부)

“연말이 되면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는 말을 많이 듣게 됩니다. 저 역시도 지난해를 뒤돌아 보면 많은 일들이 스쳐 지나가는데, 특히 농업기술센터에서 관리해오던 4-H기금을 남원시4-H본부로 이관한 것이 가장 뜻깊은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농업기술센터 관계관들과 한 가족처럼 지내온 덕분에 서로 신뢰가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했겠죠.”
기자가 찾은 곳은 지리산 둘레길을 따라 남도의 전통문화가 살아 숨쉬는 고장 전라북도 남원시. 이곳에서 남원시4-H본부 노경규 회장(51·대강면 옥택리)을 만났다.

회원 정예화와 조직 재정비 총력

4-H후원회와 연맹으로 나뉘어 있던 4-H조직을 2009년 초 창립총회를 갖고 남원시4-H본부로 통합 개편하면서 초대 회장으로 취임한 노경규 회장이 현재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회원 관리를 명확하게 하고, 조직을 새롭게 재정비하는데 있다. 외형상으로는 본부 결성을 통해 물리적 통합을 이뤘지만 아직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지 못한 탓에 내부적인 조직 정비를 하는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회비를 납부하는 정회원과 그렇지 않은 준회원으로 구분하기로 했다. 그저 행사에 초대받는 ‘손님’으로 대접받기보다는 내가 스스로 참여하고 활동의 주인공으로서 ‘주인의식’을 높이기 위해 회비제를 도입하고 연간 6만원씩 납부하기로 회원들의 마음을 한데 모으기도 했다. 3천여명에 이르는 회원 중에서 500명을 정회원으로 확보하고, 이를 점차 정예화해 나갈 계획이다.
“아직 우리 본부의 독자적인 활동이나 사업은 미미하지만, 올해부터는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공부하는 학생4-H회원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점차 활동영역을 넓혀나갈 계획”이라는 노 회장은 중장기적으로 4-H학습체험교육장을 운영해보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지역의 4-H출신 선·후배들 가운데 한우를 비롯한 축산 농가와 과수 농가 등이 많기 때문에 농업기술센터와 협력해 이들을 과제지도자로 잘 활용한다면 청년농업인들뿐만 아니라 학생4-H회원들이 배울 수 있는 현장체험학습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30여 개의 다양한 교육과정을 수료하면서 교육이 삶에 얼마만큼 큰 영향을 미치는지 교육의 중요성을 실감했다며 ‘교육은 1%의 효과만 얻더라도 반드시 해야 한다’는 그만의 교육철학을 밝히기도 했다.
매년 개최되는 남원·임실·순창 4-H인 한마음대회가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하여 회원들의 단합에 힘쓰는 한편 행사내용을 지역에 널리 홍보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 12월에는 남원시4-H본부 회원들과 함께 한국4-H본부를 방문해 4-H운동 활성화를 위한 현장교육을 실시했다.
1978년 택촌마을4-H회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4-H와 인연을 맺은 노 회장은 대강면4-H회장을 거쳐 1984년 남원군4-H연합회장으로 활동을 이어왔다. 군연합회장으로 있던 당시, 회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대보름 달맞이 행사장을 가던 중 친구와 함께 타고 있던 오토바이가 20미터 낭떠러지로 떨어졌던 기억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에피소드 가운데 하나다. 다행히 두 명 모두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고.

한우농가 자생력 확보 시급

전국의 축산 농가가 구제역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요즘 노경규 회장 역시 이를 비켜가기 힘들다. 그가 키우는 한우는 200두. 번식우와 비육우의 비율이 절반 정도이다. 축산 농가에서는 가축 질병관리와 사료값이 가장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고 그는 말한다. 다행히 인근 지역에서 구제역 의심 증상이 있었는데 음성 판정을 받아 한시름 덜었지만, 전국으로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어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한다. 매년 그칠 줄 모르고 오르는 사료값은 농민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요인이다.
“미국 식육업계에 따르면 2014년 미국산 쇠고기 40만 톤을 우리나라로 수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우리 농민들이 기반시설을 갖추고 자생력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당국과 지자체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합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노 회장의 모습에서 농민 모두가 안고 있는 답답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아버지 때 한우 한두 마리로 시작해 현재 이르기까지 많은 우여곡절도 있었다. 초창기 농업경영인자금 5백여만원을 지원받아 구입한 소가 병들어 죽고, 1987년 태풍 셀마로 인해 축사가 완전히 망가져 손을 쓸 수 없게 됐던 것. 하지만 정부가 지원하는 농업경영회생자금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남원시축협 이사를 맡고 있기도 한 그는 5천만원의 예산을 확보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농민들에게 작은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한다.
한우뿐만 아니라 조경사업을 겸하는 노 회장은 백일홍과 벚나무를 1천주씩 키우고 있는데, 묘목을 구입해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정도 자라면 경관 개선용 가로수로 판매한다.
노경규 회장은 학생, 청년4-H회원들이 주인의식과 소속감을 갖고 4-H운동의 밝은 미래가 되어 달라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정동욱 기자 just11@4-h.or.kr〉

2009년 4월 창립총회를 개최한 남원시4-H본부는 푸른 희망을 안고 새 출발을 다짐했다. 취재에 동행한 남원시농업기술센터 김옥현 지도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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