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정 기 회원 〈경남 의령고등학교 1학년〉
지난 12월13일 의령에서 버스를 타고 설레는 마음으로 서울에 있는 한국4-H회관에 도착했다.
먼저 짐을 풀려고 숙소로 들어갔는데, 예상외로 깨끗하고 정리정돈이 잘 된 숙소를 보고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다.
우리 의령의 41명 4-H회원들은 간단한 오리엔테이션과 나의 장래에 도움이 되는 짧은 강연을 들은 뒤, 둘째 날 탐방할 도시문화체험학습 코스를 조별로 계획 수립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하철 노선도가 포함되어 있는 서울시 지도를 펼쳐 이동코스별로 출발시각과 도착시각을 계산하고 그 코스에 따른 과제명을 확인해서 도화지에 그려 보는 시간이었는데, 2시간 남짓한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흥미진진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첫날밤을 보낸 뒤 둘째 날이 밝았다. 지난밤엔 조장으로서 잘해야 된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몇 번이나 잠을 설쳤다.
내가 속한 ‘스팀’조는 아침 9시에 4-H회관을 출발해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서울역사박물관과 교보문고, 성균관대학교에서 코스별 과제학습활동을 수행하고 연극관람장소인 대학로에 저녁 7시 도착하는 것으로 계획을 잡았다.
먼저 첫 번째 코스인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을 찾았는데, 정말 여러 지역의 농수산물품들이 많았다. 하지만, 우리가 시장을 찾아 갔을 때 수박·단감 등의 의령을 대표하는 농특산물들을 찾지 못해서 첫 번째 미션을 실패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그 다음 코스는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서울역사박물관.
옛 서울시민들의 생활상을 들여다 볼 수 있었던 아주 유익한 코스였다. 길을 헤매며 어렵게 찾아갔지만 나름 그 보람을 느낄 수 있었던 곳이었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어제 저녁 조별 사전계획 수립시간에 그토록 강조했던 포스트 장소인지라 정해진 시각에 담당선생님께 과제 확인을 받는 게 매우 신경이 쓰인 곳이었지만, 우리 조는 단합된 힘을 발휘하여 제대로 탐방학습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동양 최대의 서점이라 불리는 교보문고를 찾아 베스트셀러 1위부터 10위까지 조사한 후, 그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책을 읽고 줄거리를 요약하는 과제를 수행했다.
베스트셀러가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는 서가에서 평상시 읽고 싶었던 ‘생각 버리기 연습’이라는 책을 골랐다. 쓸데없고 부정적인 생각은 우리를 혼란스럽게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 이 책을 보고 앞으로 더욱 긍정적인 삶을 살아가야 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태어나서 교보문고를 처음 가 봤는데 어마어마한 규모와 수 만 가지의 책들을 보고 탄성이 절로 나왔다.
우리 조의 다음 목적지는 혜화역에 있는 성균관대학교로 가는 것. 그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지하철 4호선을 타야 되는데, 이상하게 1호선을 타는 바람에 수원으로 가 버렸다. 아무 것도 모르는 우리는 성균관대학교 수원캠퍼스를 찾아가게 된 것이다.
오! 마이 갓!. 우린 추위 속에서 무슨 생각을 하면서 돌아다녔는지 모를 정도로 고생을 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진짜 좋은 추억을 한 것 같다.
하지만 우리 때문에 연극도 못보고 있을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앞서 저녁식사도 거르고 다시 수원에서 혜화역으로 달려갔다. 오히려 아이들은 화를 내지 않고 수고했다면서 걱정해주었다. 참으로 고마웠다.
가까스로 도착한 대학로 공연장에서 ‘애자’라는 연극을 관람하게 되었다. 연극의 줄거리는 부모님에 대한 효도를 그린 것이었다. ‘혹시 내가 저 주인공처럼 똑같은 삶을 산다면 암에 걸린 부모님을 돌봐드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떠올리며, 평소 부모님께 잘 해 드리지 못한 점들에 대해 후회가 들었다.
그렇게 연극을 보고 난 후 숙소로 이동해서 2박3일간의 도시문화체험학습에 대해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다.
비록 몸은 힘들고 피곤한 학습이었지만 여기 오기 전까지는 확실하지 않았던 나의 꿈을 설정할 수 있었고, 그 꿈을 향해 도전정신을 가지고 뛰어가야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게 된 아주 보람된 시간이었던 것 같아 다음에도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참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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