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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중걸 회장은 포도 생산량의 일부를 미국에도 수출하고 있다. |
백 중 걸 회장 (경상북도4-H본부)
전국 최대 포도 생산지인 경북 영천에서 30년이 넘게 포도농사를 짓고 있는 백중걸 경상북도4-H본부 회장(69·경상북도 영천시 금호읍 신월리)을 수확이 끝난 늦가을 그의 포도밭에서 만났다. 그는 잔잔한 미소로 기자를 맞아주었다.
백회장은 포도농사 1만7500㎡와 수도작 5000㎡를 손수 짓고 있다. 포도농사를 통해 그는 조수익 1억원 이상을 올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포도농사는 소득율이 조수익의 70%에 이를 정도로 높기 때문에 매우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포도농가는 프랑스나 일본처럼 농가형 와이너리로 발전되어야 할 것”이라는 백회장은 “생산의 적정규모화와 친환경·무농약을 통한 생산농산물의 명품화를 한다면 칠레와 유럽 FTA에도 불구하고 포도농가의 전망이 괜찮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포도농가에서 직접 만든 와인도 시음하고, 농가체험도 할 수 있는 농장으로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한다.
4-H정신으로 배우는 삶 실천
4-H정신을 생활화해오고 있는 백회장은 되도록 많은 교육에 참가하여 항상 배우는 삶을 실천코자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포도전문가가 되기 위해 그는 경북대 포도와인 명품화 과정과 경북농민사관학교 지역 와인 명품화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영천시 거봉포도 무핵 연구회 회장으로서 지역 농업인들의 포도재배기술 발전을 이끌고 있다.
1959년 겨울, 당시 16세였던 백회장은 선배의 손에 이끌려 신월리에서 2㎞ 떨어진 삼호리 가로골 마을의 4-H월례회에 참석하면서부터 4-H에 매료되어 평생동안 4-H운동과 함께 하게 됐다. 한국전쟁 이후 피폐해진 농촌에서 당시 4-H활동은 청소년들에게 가난과 무지의 사슬을 끊고 새로운 배움의 길 그리고 도전, 혁신, 발전의 길을 열어주어 마치 목마름을 해소시켜주는 오아시스와 같았다고. 4-H활동에 열정이 피어오른 그는 신월4-H회를 창립하여 초대 회장이 되었다. 당시의 4-H활동은 주로 황무지를 개간하여 밭을 만드는 과제활동과 동네 정자에서 공부방을 만들어 어린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야학을 하였다고 한다. 월례회 때에는 농촌지도소에서 얻은 교재를 활용하여 기초영농기술 과제교육을 했다고 한다.
마을 단위 4-H회장을 시작으로 백회장은 시군, 도 임원을 맡아 더욱 4-H활동에 매진하였다. 그는 1963년에 영천시4-H연합회장을 역임했고, 1964년에는 경상북도4-H연합회 부회장에 당선되었다. 현역 4-H회원 시절을 마친 후에도 백회장은 4-H지도자협의회, 4-H연맹과 후원회에 참여하여 후배 4-H회원들을 도와주는데 앞장서 왔다.
백회장은 지난해부터 경상북도4-H본부 회장을 맡아 경북4-H를 이끌어오고 있다. 타 지역에 비해 청년농업인4-H회원들이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경북이지만 농업·농촌이 위축되어가는 시대적 흐름을 비켜갈 수는 없다고 한다.
경북4-H본부 회장으로서 백회장은 특히 청년4-H회원들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우리 농업농촌의 유일한 후계세대인 청년4-H회원들이 농업에 굳건히 뿌리 내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절대적”이라며 백회장은 “경북 김관용 도지사께서 주창한 2만호 1억 농어가 만들기 프로젝트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우리 청년농업인4-H회원들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영농회원은 농촌의 희망
또한, 지난해 경북4-H본부 임원 간담회에서 백회장은 청년4-H회원 사기진작을 위해 유능한 4-H회원을 1년에 1명씩 선발하여 공무원으로 특채하는 제도를 경북지사에게 건의하기도 했다고 한다.
평생 4-H운동과 함께 살아온데 대하여 자긍심과 긍지를 가지고 있다는 백회장은 현재의 4-H운동에 대해 다소 아쉬움을 드러냈다. 백회장은 “정부에서 4-H를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비록 미국에서 건너온 청소년교육운동이지만 4-H를 통해 1960년대, 70년대 당시 빈곤과 문맹의 족쇄에 묶인 국민들 대다수가 눈을 뜨고 깨우침을 얻어 우리 농업농촌의 발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근대화의 주역이 되었다. 특히 농어촌지역에서 새마을 깃발에 불이 잘 붙을 수 있었던 이유는 학교 교육 때문이 아니라 4-H운동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4-H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그럼에도 우리 지역사회와 우리나라 발전의 기틀을 만들었던 4-H를 1980년대 이후부터 정부에서 너무 손을 놓고 있는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우리 농업과 국가발전을 위해 정부와 4-H가 다시 자세를 가다듬고 마음을 주고 받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여 말했다.
항상 4-H 네잎클로버를 가슴에 새기고 있다는 백회장은 “4-H회원들을 더욱 성장, 발전시킬 수 있도록 정부기관과 민간 4-H지도자들의 도움을 구하고 설득하는 일에 앞장서겠다”며 변함없는 애정으로 경북4-H를 지켜봐달라고 하였다.
〈김병호 기자 bluesky@4-h.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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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간 포도농사를 짓고 있는 경상북도4-H본부 백중걸 회장은 영천시 거봉포도 무핵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
2010년 경상북도 청소년의 달 행사에서 4-H회원들에게 격려사를 하고 있는 백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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