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01 월간 제726호>
<시 론> 꿈은 청소년의 큰 재산이다

노 원 호 (동시인ㆍ사단법인 새싹회 이사장)

가을 추수를 끝낸 들녘은 어쩐지 쓸쓸해 보인다. 그러나 내년 봄의 파릇파릇한 생명이 돋아나기를 기다리는 큰 소원이 숨어 있는 듯하다. 지금은 황량하지만 봄 들판을 화려하게 수놓을 큰 희망을 품고 있다는 것은 큰 축복임에 틀림없다.
그렇다. 희망은 꿈을 가진 자 만이 꽃피울 수 있는 특권이다. 꿈틀거리는 생명력도 겨울 들판이 가진 희망에 의해서 피어날 수 있다. 꿈이 없으면 희망도 없다. 지금 우리 청소년들은 어떤 꿈을 가지고 있을까?

희망은 꿈을 가진자의 특권

내가 청소년일 때, 다시 말하면 고등학교 시절, 그때는 한창 새마을운동이 일고 있을 때였다. 그 무렵 나는 마을 4-H 청년 모임에 들어가 맹렬히 활동하고 있었다. 4-H회원들이 아침마다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청소를 하기도 하고, 저녁이면 마을 회관에 모여 ‘마을을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는가?’하고 의논을 하기도 했다. 마을 어귀에 떡 버티고 있는 ‘4-H’라는 큰 글씨만 보아도 마음이 뿌듯하였다. 4-H운동의 기본 정신인 ‘지ㆍ덕ㆍ노ㆍ체’를 우리의 자랑으로 여기면서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나 개인보다 마을 전체를 위하는 일에 항상 애를 썼다. 새마을운동으로 마을길을 넓힐 때는 같이 동참하기도 하고, 저녁에는 마을 어린이들을 모아 놓고 공부를 가르쳐 주기도 했다. 그게 우리에겐 큰 즐거움이자 보람이었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4-H활동

고등학교 2학년 때, 여름방학을 끝내고 개학하는 날, 난데없이 내 이름이 불리었다. 그것도 전교생인 다 모인 개학식장에서. 나는 어리둥절했다. 조회대 앞으로 나가니 여름방학에 봉사활동을 잘 했다고 도지사상을 주었다. 상의 내용인 즉, 여름방학 어느 날 혼자 마을 앞 공터에서 풀을 뽑았는데, 그것을 면사무소 직원이 우연히 발견하고 경상북도 도청으로 상을 상신했다는 것이다. 나는 감쪽같이 모르고 있었다. 아마 4-H운동의 하나로 마을을 위해서 뭔가 한 가지씩 하자고 약속한 게 아닌가 싶다. 새마을운동과 함께 4-H활동도 활발히 전개된 시기였으니까. 그 때 상품으로 받은 ‘새 역사를 위하여’라는 책은 오늘날까지도 나의 소중한 보물이 되어 있다.
농촌에서 태어나 농촌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나는 농촌의 생활을 늘 잊지 못하고 있다. 비록 지금은 농촌을 떠나 살고 있지만, 농촌 사람들이 일구어 놓은 장엄한 일들은 나의 뇌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농촌생활은 마음의 자산

‘겨울 들면서 어머니 손마디는 금이 생긴다. 턱턱 갈라진 살점엔 많은 세월이 머물러 있고, 지난봄에서부터 밭을 일궈 오신 어머니의 한 줌 땀이 메말라 있고, 때때로 갈라진 틈에서 핏방울이라도 보이면 담뱃진을 바르던 우리 어머니, 겨우 내내 손마디와 씨름을 하면서 가난한 고향 하늘을 쓸어내고 있다.’
-졸시 〈어머니 손마디〉 일부

건전한 정신과 건전한 마음으로 우리 청소년들의 마음을 올곧게 붙잡아주던 4-H운동이 예전보다 많이 약화되어 안타까울 때가 많다. 청소년기 때는 혈기가 왕성할 뿐만 아니라, 쇠붙이도 녹여낼 만큼 강한 정신력과 힘을 가지고 있다. 이런 힘과 정신력을 올바르게 펼쳐 나갈 수 있도록 청소년 스스로가 가다듬지 않으면 안 된다. 청소년 때의 꿈과 이상은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큰 재산이다. 그 꿈이 현실로 나타날 때, 비로소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자리매김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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