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01 월간 제726호>
<지도교사이야기> 진정한 재산의 참뜻 일깨워 주는 4-H활동

이 상 현 경기 광주 삼리초등학교

4-H회 활동을 하는 대부분의 선생님들처럼 나의 4-H 첫 발걸음도 별다른 생각 없이 내딛었었다.
1998년 성남에서 교편생활을 시작한 이후 10년 정도 근무를 하다 지금의 경기도 광주에 소재한 삼리초등학교로 전근을 오게 되었다. 전근 온 첫 날, 교감선생님께서 특기가 무엇인지 물어보셨다. 자연스레 풍물이라는 말을 하게 되었고, 그 날부터 학교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풍물4-H회를 조직하게 되었다.
그 이후 지역 및 중앙에서 실시되는 4-H지도교사연수에 참가하면서 4-H활동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아가기 시작했다.
1910년대 초 미국에서 4-H활동이 시작되어 4-H는 머리(Head), 가슴(Heart), 손(Hands), 건강(Health)의 머리글 ‘H’자를 따서 4-H라고 불리며, 청소년들로 하여금‘명석한 머리’,‘따뜻한 가슴’,‘부지런한 손’,‘건강한 몸’을 갖춘 균형 잡힌 온전한 사람, 즉 전인적인 인격교육을 실시하고자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그토록 해 보고 싶어 하던 일을 이렇게 우연히 접하게 된 것이다. 그 계기로 4-H회 활동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지가 벌써 4년째이다.
갖가지 연수를 받으며 느낀 것은 많은 교사들의 4-H회 활동경력이 보통 10년이 넘는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신기했다. 보통 학교의 청소년단체를 지도하는 교사들은 간부교사들 아니면 대개 신입 교사들이 대부분인데 4-H회는 조금 달랐다.
“왜 일까?” 나는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스스로 찾을 수 있었다.
초등학교의 교실에서는 화분을 많이 기른다. 우리 반도 예외는 아니다. 30대 초반만 해도 교실의 화분이 매일같이 죽어나갔다. 물을 안 줘서 죽을 때도 있었고 진딧물 때문에 죽어 버릴 때도 있었다. 그렇게 죽어 나가도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그러다가 30대 후반, 그것도 30대의 마지막 해가 돼서야 말 못하는 식물이 목이 말라서 또 진딧물 때문에 죽어가는 것이 예사롭게 느껴지지가 않았다. 내 마음도 아팠던 것이다. 그 이후로는 열심히 식물을 돌보기 시작했다. 아침마다 잘 있는지 살펴보고 저녁에는 물을 주며 대화(?)도 했다. 4-H지도교사연수의 프로그램 중 대부분은 학습해 보는 활동이 있다. 토피어리를 하고, 숯부작을 하며, 우수 영농4-H회원 농가 또는 선진농업현장을 탐방하는 것이다. 이 활동을 하면서 내가 느낀 것은 교실에서 식물을 돌보는 그 마음이었다. 많은 선생님들이 왜 4-H회를 떠나지 않을까? 내가 느끼는 그 마음을 똑같이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것이 농심(農心)이었던 것이다.
날씨가 추워지는 계절이 다가왔지만 우리 교실에는 반 아이들이 키우는 식물이 가득하다. 아이들이 가져온 식물들이 2, 3개이다 보니 교실에 늘어놓은 식물들만 70개가 되었다. 작은 식물원 같은 느낌이 들었다.
“농심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식물 몇 개 키우고, 풍물놀이하면서 배우는 흥을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어느 곳에 가서 작은 식물들을 소중히 여기는 법을 배울 것이며, 또 우리 민족의 흥겨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인가! 나처럼 나이들어 자연스레 깨달을 때까지 기다리려는가?
우리 삼리초등학교4-H회 아이들은 한평생 간직할 소중한 추억을 이미 한아름 만들어 놓았다.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는 물질적인 재산이 진정한 재산이 아니고, 마음에 담겨진 아름다운 생각들이 가치 있는 재산이라고 여겨진다. 그런 의미에서 4-H회는 올곧은 전인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그래서 나 역시 이 속에서 한 평생 몸담게 될 것을 매일매일 다짐하는 동시에 감사하는 마음을 품고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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