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동 진 회장 (충남 서산시4-H연합회)
농촌인구의 감소와 고령화, 비싼 농지와 인건비 등의 제반여건은 한국농업의 미래가 밝다고 말하기 어렵게 한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열정과 전문성으로 농업의 비젼을 열어가는 청년 4-H인이 있어 우리 농업의 내일이 든든하다.
장동진 서산시4-H연합회장(28·충남서산 가을농장 대표)은 9만9000㎡의 논에 쌀농사를 짓는다. 그 중 30%는 흑미를 재배하는데, 흑미를 포함한 대부분의 쌀은 직접 도정해 소포장한 후 ‘흑심품은 흑미(米)’등의 이름으로 인터넷 판매를 하고 있다. 연평균 8000만 원 정도의 순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그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기능성 쌀 생산 외 육묘사업에도 정성을 쏟고 있다. 인력이 부족한 농촌의 현실에서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현재의 상황을 분석해 더 좋은 방안을 찾아가고 있는 장회장은 ‘좋은 것을 더욱 좋게’ 하는 4-H금언을 농업 현장에서 직접 실천해 가고 있다.
4-H를 통해 청년농업인으로 정착
장동진 회장은 지난 2005년 4-H를 처음 만났다. 그는 “4-H활동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얻었으며, 4-H가 지역에서 청년농업인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가장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서산농업고등학교와 한국농수산대학을 졸업한 준비된 농업인이었지만 지역에서 청년농업인으로 정착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고. 농촌의 고령화로 인해 주변에서 마음 나눌 친구를 만나기가 쉽지 않았던 것도 한 이유였다. 물론 지역의 어르신들이 스승처럼 선배처럼 따뜻한 정을 주셨지만 같은 정서를 공유할 또래친구가 없는 생활에 외로움이 느껴졌다. 그러나 4-H활동을 통해 자신처럼 농업에 종사하는 영농회원들을 만나게 되었고 회원들과 마음을 나누고 정보를 교류하며 농업에 품은 꿈을 더욱 굳건히 할 수 있었다. “하루에 서너 통씩 통화해요. 여자친구보다 회원들과 통화를 더 많이 하는 것 같아요”라며 웃는 장회장은 친구이자 동지로 힘이 돼주는 회원들이 큰 자산이라고 말한다.
올해 충청남도에서 시행한 ‘4-H회원 영농정착 지원사업’도 장동진 회장에게 큰 힘이 됐다. 그는 자부담 50%를 포함한 1억2000만 원의 사업비로 2106㎡의 벼 육묘장을 신축했다. “아직 영농기반이 미약한 젊은 농업인이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는 터전이 돼주죠.”라며 미래농업의 희망을 사람에서 찾는 농촌지도기관과 4-H본부에 감사함을 전한다. 특히, 늘 곁에서 스승처럼 형처럼 함께하는 서산시농업기술센터 송진희 지도사의 노고에 고마움을 느끼지만 표현을 잘 못한다며 쑥스럽게 웃는다.
태풍피해 복구에 앞장 서 구슬땀 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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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진 회장과 늘 함께하는 부친 장상순 씨(왼쪽)와 서산시농업기술센터 송진희 지도사(오른쪽) |
농번기 추수철, 콤바인 작업이 한창인 장회장의 논도 무심한 나그네의 눈에는 황금물결이 풍요로운 가을들녘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난 9월 휩쓸고 간 태풍 곤파스의 상처는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는 수확량이 전년대비 50%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그나마 피해가 적은 편이라고 한다. 본인도 태풍피해를 입었지만 더 큰 피해를 입은 농민들을 염려하며 장동진 회장을 비롯한 서산시4-H연합회 회원들은 태풍 피해지역 농가를 찾아 복구 작업에 발 벗고 나서 주위를 훈훈하게 했다. 피해를 입은 과수원과 인삼밭을 복구하고, 붕괴된 비닐하우스를 철거하고 쓰러진 묘목을 세우는 등 영농회원과 학생회원들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구슬땀을 흘리며 봉사활동을 펼쳤다.
올해는 힘든 일도 많고 좋은 일도 많은 한해라는 장회장. 그는 이달 20일 초등학교 동창인 여자친구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다. 태풍으로 힘들었지만, 육묘장도 신축했고 결혼까지 하니 그에게 올 한해는 결코 잊지 못할 시간임에 틀림없다.
장동진 회장의 꿈은 한국의 미래농업을 개척하는 최고의 농업인이 되는 것이다. 그 꿈을 가슴에 품기까지 시련도 있었다. 중학교 때까지 태권도 선수로 운동을 했던 그는 부상으로 운동을 포기해야 했다. 목표를 잃고 방황하던 그를 잡아 준 것은 농업의 가능성을 믿고 진로를 권유한 아버지의 확신이었다. 마음을 잡지 못하는 시련기를 겪었지만 이제는 그가 판매하는 쌀에 ‘농업은 과학입니다’라고 쓰인 안내문을 넣을 만큼 농업의 가능성을 믿는 청년 농업인이 되었다.
정부는 지난 7월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농·공·상 융합형 중소기업 육성 전략을 확정했다. 농림수산식품산업을 정보기술(IT)·생명공학기술(BT)·나노기술(NT) 등 일류기술과 접목시켜 2·3차 산업과 연계해 신성장 먹을거리 산업으로 키워가겠다는 것이 핵심내용이다. 농업은 단순히 먹을거리만을 생산하는 차원을 넘어 새로운 지식과 기술, 경영기법 등을 적용해 생산은 물론 가공, 유통 등을 끊임없이 혁신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2차, 3차 산업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장동진 회장과 같이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갈 농업의 핵심인재들이 4-H를 통해 지역에서 성장해 가고 있다.
이것이 대한민국 미래농업에서 희망의 빛을 보는 이유다.
〈이은영 기자 eylee@4-h.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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