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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1 월간 제725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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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청소년 도시문화체험학습 소감문> 더 멋진 나를 꿈꾸게 한 행복한 시간 |
최 재 호 회원 〈경기 안성두원공업고등학교 2학년〉
10월13일. 오전 수업을 마치고 우리는 ‘도시문화체험학습’을 위해 서울로의 짧은 여행을 떠났다. 진로에 대해 고민도 해야 하고 낯선 사람들과 마주쳐야 하는 과제도 있어 많이 설레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부담감이 컸다.
버스로 이동해 한국4-H본부에 도착했는데 생각보다 시설이 좋았다. 서울에 4-H회원들을 위한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기분이 좋았다. 도착해서 우리는 입교식과 서울 탐방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느라 무척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모두들 머리를 맞대고 열심히 그리고 열정적으로 계획수립에 참여했다. 첫째 날 밤, 영농4-H회원들께서 간식을 준비해 우리를 찾아주셨다. 4-H후배들을 위해 직접 서울까지 찾아와 격려해 주시고 게다가 먹을거리까지 챙겨주시니 너무 감사했다.
서울탐방 이틀째. 이제부터 우리의 도전 과제가 시작된다. 우리는 계획대로 고덕역으로 가서 지하철을 타고 여행을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에겐 지하철이 너무나 생소했다. 약간 긴장이 되긴 했지만 어젯밤 열심히 세웠던 계획표와 서울지도를 손에 꽉 쥐고 힘차게 출발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첫 번째 과제는 고려대에 가서 학생들에게 전공과 졸업 후 진로를 물어보는 것이었다. 낯선 사람에게 다가서고 말을 거는 것은 난감하기만 했다. 하지만 마냥 지체할 수도 없었다. 계획표대로 과제를 수행하며 이동하려면 시간이 부족했다. 우리는 용기를 내야만 했다.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교정에 있는 학생들에게 다가가 인사를 하고 우리의 과제에 대해 설명을 했다. 처음에는 진땀이 날 정도로 말을 걸기가 힘들었지만 점차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질문에 대답해 주는 대학생 형, 누나들도 빵도 나눠주며 친절하게 답변해 주었다. 4-H배지와 G20배지를 교환하기도 하고 러시아어를 전공하는 누나, 법을 공부하는 누나, 졸업 후 연구원이 되겠다는 형도 만나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내게도 인생의 설계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미션은 인사동에 가서 외국인을 만나 인터뷰를 하는 것이었다. 한국에 온 이유와 느낌 등을 질문하는 것인데 갈수록 태산이란 생각이 들었다. 날씨는 덥고 긴장과 두려움, 그리고 영어 울렁증으로 숨이 턱턱 막혀왔다. 인사동에는 한국인인 내가 보기에도 신기한 것이 많았다. 그 와중에 한국인으로 보이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외국인에게 다가갔다. 네덜란드에서 온 요하네스. 관광 차 한국에 왔다며, 우리의 인상이 참 밝고 서울의 인심이 좋아 보인다고 했다. 감사의 표현으로 4-H배지를 선물했더니 “오, 땡큐” 하며 고마워했다. 순간 온 몸에 전율이 느껴지며, 이런 도전정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사회에 나가서도 부끄러움 없이 먼저 다가가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조원들이 힘을 모아 손짓 발짓을 하며 간신히 미션을 수행하고, 북적이는 인사동을 벗어나 광화문을 찾아 떠났다.
광화문에서의 과제는 4-H회와 안성의 특징을 설명하고 사인을 받아오는 것이었다. 광장에 가니 평일인데도 사람이 많았다. 두 번의 경험이 바탕이 된 탓인지 자연스럽게 질문이 나오고, 조원들도 알아서 제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시작한지 10분 만에 과제를 끝낼 수 있었고, 이제 내가 가장 가보고 싶었던 교보문고에 갈 차례가 되었다.
교보문고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우리는 서점의 큰 규모와 판매되고 있는 다양한 상품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책의 숲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안성시농업기술센터에서 지원해주신 돈으로 나도 읽고, 4-H후배들에게 물려줄 책을 한 권 샀다.
마지막 미션지는 서대문 형무소. 도착해서 우리는 다 주눅이 들었다. 미션을 수행하느라 몸도 약간은 지쳐있었고, 그 옛날에 독립투사들이 얼마나 처참하게 돌아가셨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자 몸이 더욱 무거워 지는 것 같았다. 그 중 사형장에 갔을 때는 숙연한 마음이 들며, 나라가 강해야 이런 역사가 남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에 슬픈 마음마저 들었다.
마지막 종착역 동숭아트센터. 나는 내 스스로에게 ‘역시 최재호다.’ 라며 칭찬을 해 주었다. 주어졌던 과제들을 잘 해결해 낸 내 자신이 무척 자랑스러웠다.
이어 ‘쉬어 매드니스’라는 제목의 연극을 감상했다. 배우들과 가까운 곳에서 관람을 하려니 가슴이 몹시 두근거렸다. 장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을 울리고 웃기며 연기하는 모습이 무척 대단해 보였다. 관객이 극을 만들어 간다는 사실이 너무나 흥미진진했다. 나중에 가족, 여자 친구와도 꼭 와보고 싶다.
11시가 넘어 숙소에 도착. 간식을 먹고 너무 피곤했는지 잠에 빠져들었다. 마지막 날이 밝아 아침식사를 하고, 소감문작성과 발표를 하고 학교에 도착했다. 2박3일의 여행 동안 내가 훌쩍 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학교엔 가을이 성큼 다가서 있었다.
나는 이번 체험을 통해 참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지만 그중 최고는 낯선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느끼고 자신감을 얻은 것이다. 몇 년 후, 사회에 나가서 1등이 되기에 앞서 사람들과의 소통을 중시하며, 큰 세상 속에서 하나 되는 내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더 멋진 인간 최재호를 꿈꿀 수 있어 무척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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