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01 월간 제725호>
<청소년 체험활동 소감문> 건강한 정신을 살찌워 준 지리산 탐방기
백 경 하 회원〈경기 수원제일중학교 2학년〉

지난 9월 18일 밤 11시 20분 지리산으로 가기 위해 수원역에서 구례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열차 안은 늦은 밤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무료한 기차 안에서 지루함을 느끼던 나는 이내 잠이 들었고, 눈을 뜨니 구례에 도착했다. 시계를 보니 새벽 3시경이었다.
평소 수면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나는 비몽사몽간의 상태로 아버지, 동생들과 함께 지리산으로 가는 버스를 서둘러 탔다.
우리는 급히 서둘렀다고 생각했는데도 이미 버스는 만원이어서 1시간 가량 소요되는 탑승시간 내내 버스에서 선채로 몸을 맡겼다. 도로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평소 멀미를 잘 하지 않는 나도 속이 거북할 정도였다.
5시에 버스에 내리니 지리산종주 등정의 첫 관문인 성산재였다. 말 그대로 캄캄한 암흑이었다. 헤드랜턴을 켜지 않으면 내 발밑조차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래서 헤드랜턴을 켜고 등산을 시작하니 길이 잘 다듬어져서 이게 산인가 싶을 정도로 평평하고 완만했다. 그 길 위에는 캄캄한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처럼 형형색색의 랜턴을 밝히며 등산하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웠다.
그렇게 한참을 걷자 해가 뜨려는지 흐린 하늘색으로 하늘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그곳은 바로 노고단 고개였다. 우리는 배낭을 다시 점검하고 길을 걷기 시작해 임걸령이라는 첫 고개에서 가볍게 김밥으로 끼니를 해결한 후 본격적인 산행을 감행했다. 이날의 산행목표는 벽소령대피소까지로 약 10시간 이상의 등산을 필요로 하며 난이도와 체력적으로 힘이 드는 곳이라는 아버지의 말씀에 부담이 많이 되었다. 그러나 삼도봉 까지는 뒷산 오르듯 쉽게 올라갔다. 삼도봉 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전라남도, 전라북도, 경상남도의 세 개도가 교차되기 때문이란다.
삼도봉을 지나 토끼봉에서 명선봉 까지는 정말로 힘든 구간이었다. 급경사인 만큼 올라가는 속도도 느리고 휴식도 잦아졌다. 하지만, 우리는 몸과 마음을 튼튼히 한다는 일념 하에 힘을 내기 시작했다.
명선봉의 다음 코스는 연하천대피소와 벽령소대피소이었는데, 길이 완만한데다가 등반이 어느 정도 숙련이 되어서인지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해서 등반 제1일차의 일정이 마무리 되었다.
등반 제2일차인 9월 20일 우리는 벽소령대피소에서 6시에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산행을 시작했고 오늘의 등반경로는 장터목대피소까지이다. 확실히 어제와는 다르게 오르막길이 없어 한결 수월한 산행이 되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다시 산행을 시작한 우리는, 촛대봉까지는 약간의 경사길로 이뤄져 있어 두 세 번의 휴식이 필요로 했다.
촛대봉에 다다르자 산허리를 감싼 운무와 시원한 바람이 지금까지의 힘든 산행을 말끔하게 털어버리는 듯 했다. 대다수의 어른들이 이런 기분을 맛보려고 등산을 하는구나 라고 생각하게 됐다.
등반 마지막 날인 9월 21일 새벽 4시 30분, 천왕봉 일출을 보기 위해 잠에서 깨어났다. 주위사람 모두 일출을 보기 위해 산행할 채비를 하고 있었다. 우리도 준비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짙은 안개와 싸늘한 바람이 몸에 와 닿는 순간 섬뜩한 전율을 느낄 수 있었다.
둘째 동생과 내가 한조가 되고 아버지와 셋째 동생이 한조가 되어 출발했는데 짙은 어둠에 설상가상으로 안개까지 자욱해서 헤드랜턴을 비춰도 발밑 밖에 보이지 않는 악조건이었다. 동생은 헤드랜턴 조차 없어 그야말로 엉금엉금 기어가다 다른 일행들 틈에 끼어 간신히 천왕봉에 올라갈 정도였다.
천왕봉 정상은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로 무척 붐볐고 찬바람은 짙은 안개와 함께 온 몸을 감쌌다. 태양이 산 정상을 향해 방긋 웃고 있었지만 자욱한 안개 때문에 일출의 장관을 맛볼 수 없는 아쉬운 순간이었다.
나쁜 기상환경으로 인해, 우리는 정상에 설치된 표지석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서둘러 하산했다.
아버지가 기획한 이번 지리산종주 산행을 통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힘든 고개를 오를 때면 부자지간에 서로를 이끌어 주고, 보잘 것 없는 음식을 대하면서도 감사하게 먹었던 순간들, 그리고 산행하면서 아버지와 동생과 주고받은 소중한 대화들.
이 모든 것들이 잊히지 않아, 다가오는 겨울방학 때의 한라산 등정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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