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01 월간 제724호>
<2010 4-H 국제교환훈련 소감문> The Coolest Summer In My Life

정 해 윤  회원 (명지대학교 영어영문학과)

 2010년 여름, 졸업을 앞둔 마지막 방학을 과연 어떻게 해야 가장 뜻 깊게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기적같이 찾아온 IFYE의 기회는 나에게 정말 ‘Coolest Summer’를 선물해주었다. 여기서 의미하는 ‘Cool’은 이중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여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침저녁으로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날씨로 인한 ‘시원한’이란 뜻과 내 인생에 있어 ‘멋진’여름 이었음을 뜻한다. 
 6월 24일 4시 비행기로 인천을 떠나 벤쿠버를 경유하여 캘거리에 도착했는데도 15시간이 느린 캐나다는 여전히 6월 24일 3시였다. 시간이 마치 거꾸로 돌아가는 느낌이라 신기하면서도 하루 빨리 시차에 적응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캐나다의 여름은 한국의 뜨거운 여름과는 달리 햇빛은 강했지만 그늘로 가면 금새 서늘한, 말로만 듣던 건조한 여름이었다.
 캐나다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넓은 땅을 가진 나라인데, 쉽게 비교하자면 내가 머문 Alberta주가 대한민국 전체 면적의 6배나 될 만큼 엄청나게 넓다. 그래서 차가 없으면 살 수가 없고, 그 덕에 14살 때부터 운전이 가능하다. Alberta주는 소고기와 카놀라(Canola : 서양 유채의 한 종류)산업이 발달해 도로를 지나다 보면 한쪽에는 샛노랗게 물든 카놀라를, 다른 한쪽에는 여유롭게 풀밭을 거닐고 있는 소를 쉽게 볼 수 있다.
 내가 머문 호스트가정을 섭외하고 캠프를 주최한 Alberta4-H회는 ‘Learn to Do by Doing’이란 모토로 1917년에 설립된 캐나다에서 가장 큰 규모의 4-H회로, 8000명이 넘는 회원과 420개의 다양한 클럽 내에 2400명의 자원봉사자로 구성되어있다. Alberta4-H회는 가족 전 구성원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제공하며, 청소년들은 40개가 넘는 각기 다른 프로젝트에 참가할 수 있다. 18세 이상이 된 성인은 리더십과정을 훈련 받은 후에 자원봉사자로서 다양한 활동 및 캠프를 진행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 받게 된다.
 먼저 4-H클럽은 9세부터 20세 이하 최소 8명의 인원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이들은 40개가 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선택할 수 있는데, 이는 단순히 농축산업과 관련된 것만으로 국한되어 있지 않다. 가축, 애완동물 키우기부터 시작해서 리더십, 여행, 컴퓨터, 사진촬영, 사업구상 등 실생활과 관련되어 있는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자신들만의 프로젝트를 재구성할 수도 있다. 마치 중고등학교 시절 CA활동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난 모든 4-H회원들은 한 가지 이상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자신의 프로젝트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이 강했다. 그래서인지 만난 대부분의 회원들이 “한국에는 어떠한 프로젝트가 있고, 너는 어떤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느냐?”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했다. 하지만 몇몇 회원들은 프로젝트를 통해 용돈을 벌 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계속해서 4-H를 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Beef Contest에서 자신이 기르는 소가 1등을 하면 꽤 많은 상금을 받을 수 있기에, 별로 흥미가 없더라도 자신의 용돈벌이를 위해 프로젝트에 참가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는 소수에 불과했으며, 대부분의 4-H회원들은 자신의 프로젝트에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처럼 우리 한국4-H활동도 보다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통해 4-H회를 활성화시킨다면 자신이 속한 4-H회에 대한 소속감과 자부심이 더 강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캐나다에 머무는 두 달 동안 다섯 호스트 가정과 두 번의 캠프에 참가하면서 그들의 삶에 동화되려고 많이 노력했다. 그래서일까, 처음에는 낯설고 많이 다르다고 느껴졌던 그들의 사상과 문화가 한 달이 지난 후엔 한국인과 너무도 비슷하다고 느껴져 캐나다가 마치 한국인 것처럼  마냥 편해지기까지 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두 달간의 삶. 사실 한국인 대표로 홀로 두 달을 타국에서 보내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남들은 마지막 대학시절의 방학에 취업준비는 하지 않고 어딜 가느냐고 만류했지만 내가 캐나다에서 보낸 두 달은 취업준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값지고 소중하다. 때로 외롭고 서러울 때 초심을 잃지 않으려 애쓰며 내 자신을 다독였던 순간,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에 침착하게 해결하려 했던 순간, 한국인 대표라는 생각에 늘 웃음을 띠고 한국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노력하던 나날들, 7시간 넘게 로키마운틴을 하이킹하며 내 자신과 싸우던 시간. 그 순간들을 통해 내가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는지, 얼마나 내 스스로에게 자랑스러운 존재인지를 배울 수 있었다. 캐나다에 있으면서 그 누구도 아닌 ‘내 자신’과 보내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나를 객관적으로 돌아보며, 앞으로 나의 인생의 방향을 계획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캐나다에 있으면서 겪은 일들이 너무나 많아 일일이 다 열거하기 어렵지만, 내게 있어서 가장 성숙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니었나 싶다. 어학연수, 유학을 통해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색다르고 값진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한국4-H본부와 Alberta4-H회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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