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재 선 회장 (전라남도4-H연합회)
육질 좋고 가격도 저렴해 이곳에서 자란 한우를 맛 본 사람은 꼭 한번 다시 찾는다는 고장 전남 장흥. ‘한우’로 유명한 장흥군에서 전라남도4-H연합회 김재선 회장(29·장흥읍 향양리)을 만났다.
지금은 고기 색깔과 마블링 상태만 봐도 한우인지 수입산 쇠고기인지, 같은 한우라도 어느 등급인지 어떤 부위인지 척척 골라낼 수 있을 정도의 ‘전문가’가 됐지만 처음부터 타고난 농사꾼은 아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도시로 나가 직장생활을 하다가 귀향을 하게 된 것. 고된 농사일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겠다는 아버지의 바람과 도시생활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뒤섞여 시작한 도시생활은 채 1년을 버티지 못했다.
한우 생산부터 유통판매까지
4형제 중 둘째인 김 회장이 10년 전 가업을 이어받을 당시만 해도 한우가 30두 남짓할 정도로 장흥 일대에서는 소규모 축산농가에 불과했지만,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으로 현재는 그 수가 다섯 배로 불어났다. “저희 마을에서 이 정도 규모로는 명함도 못 내밉니다. 500두 이상 키우는 농가만 해도 여럿 되거든요”라며 겸손함을 잃지 않는다.
사육두수 150마리 가운데 번식우가 70마리, 비육우가 80마리를 차지하고 있다. 농민들이 부채가 많은 측면도 있지만 자금 회전이 제때 원활하게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김 회장은 비육우를 점차 늘릴 계획이다. 원하는 시기에 소를 판매해 자금 회전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소를 단순히 키우는데서 벗어나 한우 유통판매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유통판매 경력이 5년차에 접어드는 그는 많지는 않지만 부수입을 올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는 소를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자연스럽게 생기기 때문에 더없이 좋다고 한다.
고급육을 생산하기 위한 특별한 비결에 대해 묻자, 우량 송아지를 생산하는데 가장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우량정액으로 수정을 하고, 임신시기에 급여량을 늘려 충분한 영양 공급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좋은 유전자를 지니고 최적의 환경 속에서 자란 개체가 농민의 성실한 보살핌을 받을 때 비로소 소비자에게 인정받는 고급육이 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전량 자체 생산하는 조사료와 볏짚으로 영양분을 공급하고 있으며, 현재 90%인 우량 고급육 생산 비중을 조만간 95%까지 확대하는 것이 과제다.
“우선 규모를 확대하는 게 1차 목표입니다. 150마리를 최소한 300마리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그 후에는 제가 운영하는 매장에서 제가 만든 브랜드를 달아 소비자에게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품질 좋은 한우를 선보이고 싶습니다.”
“4-H는 농업의 미래라고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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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선 회장은 2007년 우수영농회원으로 호주 뉴질랜드 연수를 다녀왔다.> |
한우사육 외에도 김 회장은 8ha 규모의 벼농사를 짓고 있다. 찰벼, 일반벼, 흑미 등을 재배하는데, 모두 자가 노동력을 이용한다. 집에 소유하고 있는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 등 농기계를 모두 다룰 줄 아는 그는 농번기 때 인근 농가의 일손을 도와 부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장흥실업고등학교 졸업 후 선배의 권유로 1999년부터 4-H활동을 시작한 김재선 회장은 군연합회 과제부장, 군연합회장을 거쳐 올해 초 도연합회장에 당선돼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2007년 한국4-H본부에서 주관한 우수 영농4-H회원 해외탐방에 참가해 호주·뉴질랜드를 다녀오며 농업선진국의 영농기술을 습득하고, 국제적 감각을 익히는 기회로 삼았다. 취재에 함께 동행한 장흥군농업기술센터 김호중 지도사는 “2008년 농림수산식품부장관상을 수상하고 다수의 수상경력이 있는 김 회장은 모든 일에 솔선수범하고 앞장서는 모습이 우수4-H회원으로 인정받기에 손색이 없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야영교육 때마다 비가 와서 고생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남는다는 김 회장은 봉화식 준비만큼은 장흥군4-H회원들이 어느 지역에도 뒤지지 않을 거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4-H는 농업의 미래라고 봐야죠. 이곳에서 선배와 후배들을 만나고 같이 어울리면서 4-H는 사람들과의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주었죠. 그리고 그 인연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세상을 더 넓고 크게 살아가는 법을 깨우칠 수 있었습니다.”
농업의 미래를 4-H에서 찾겠다는 김 회장의 다부진 포부처럼 경인년 힘찬 날갯짓을 하는 4-H의 희망찬 미래를 그려본다.
〈정동욱 기자·just11@4-h.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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