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이우중고등학교
이우중고등학교(교장 정광필)의 교과목에는 ‘농사수업’이 들어있다. 그렇다고 이 학교가 농업계학교는 절대 아니다. 학생들이 여러 작물을 가꾸고 돌보는 가운데 머리가 아니라 몸과 마음으로 생태적 삶의 의미를 깨닫고 있다. 바로 4-H가 지향하고 있는 농업·환경·생명을 사랑하는 심성을 노작을 통해 기르고 있는 것이다.
이우학교는 중학생 180명, 고등학생 240명이 재학하고 있다. 지난 2003년 ‘아이들에게 정상적인 청소년기’를 돌려주기 위해 경기 성남시 분당구 도원동에 터를 잡았다. ‘공부’가 아닌 ‘배움’을 강조하고 교과서가 아니라 삶속에서 생생하게 살아 있는 지식을 배우고 있다. 학생선발과정도 학생들의 자기소개서와 학생 및 학부모 면접을 통해 이뤄진다. 이런 학교의 교육이념과 4-H의 교육철학이 일맥상통해 자연스럽게 4-H활동프로그램이 학생들의 노작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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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학교4-H회는 전교생이 즐겁게 참여하는 정교하게 꾸며진 농심프로그램으로 인성을 함양하고 있다. |
등교길 입구에 있는 텃밭. 회원들이 직접 농작물을 기른다. |
농심프로그램 전교생 참여
이우학교의 농심프로그램에는 전교생이 참여하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4-H회가 있다. 현재 4-H회원은 중학교 30명(지도교사 백남희), 고등학교 20명(지도교사 김진원)이 활동한다. “4-H회가 주도적으로 4-H활동을 이끌고 있지만 전교생이 4-H준회원”이라는 백남희 교사의 말처럼 수업시간에 4-H의 이념, 역사, 그동안의 성과, 지금의 활동 등에 대해 배운다.
이우학교가 지금처럼 체계적으로 농심활동을 한 것은 지난 2004년 4-H회가 조직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면서부터였다.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노작프로그램이 정교하게 꾸며져 있지 않았다. 학생들의 인성을 기르는데 도움이 될만한 활동을 찾던 백 지도교사는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농업박람회와 4-H중앙경진대회장을 찾게 되었다. 거기서 4-H활동 홍보관에 전시된 회원들의 작품을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 함께 갔던 학생들도 신선한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김창환 한국4-H본부 교육홍보국장의 설명과 안내를 받아 성남시4-H지도교사협의회에 가입해 본격적인 4-H활동에 나섰다.
이우학교 농심프로그램은 농촌진흥청에서 펴낸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 수업지도안 우수사례 모음집’에도 실려 있는데 학생들이 즐겁게 참여하면서 우리 먹거리의 소중함과 땀 한 방울의 귀중함, 나아가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체득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새싹과 함께 자라는 내 마음’을 제목으로 한 이 프로그램은 ‘우리 밥상에 올라온 GMO농산물’을 시작으로 ‘농사 절기력’, ‘흙 속에서 이런 일이’, ‘밭 만들기’, ‘우리친구 습지, 논 이야기’ 등 17개 과정으로 되어 있다. 학생들은 또 ‘맨 흙보다 똥 있는 게 좋지’라는 글 모음집도 냈는데, 시와 산문을 통해 농사를 짓거나 자연과 함께하면서 느낀 진솔한 마음을 적고 있다.
“학생들이 농사수업을 일이라 생각하지 않고 재밌고 즐거운 일이라 생각하도록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지도하고 있다”는 백 지도교사는 농작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되면 알아서 잡초도 뽑고 벌레도 잡아준다고 한다. 논밭에 물을 대는 일도 시키면 절대로 안 하지만 스스로 필요하다고 여기면 도랑에서 파이프를 논에 연결하고 다시 자기 밭으로 물길을 낸다고 한다.
이우학교는 경기도 혁신학교로서 노작을 통한 인성프로그램을 전국에 확산시키고 있다. 이 학교의 인성프로그램을 직접 보기 위해 매년 2000명이 넘는 인사들이 방문한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경기도농림진흥재단과 경기도교육청이 지원하는 학교농장조성사업에서 최우수상을 받았고 경기도자연학습선도교로 지정돼 있다.
이러한 농심활동을 앞장서 이끌고 있는 4-H회원들은 텃밭을 가꾸고 과일나무를 돌보는 일 이외에도 수확물을 친구들과 가족들, 이웃에 나누면서 보람을 느낀다. 학교에서는 2000㎡의 논을 경작하고 있는데 벼를 심고 가꾸고 수확하는 과정에 모두 참여한다. 여기서 생산된 쌀로 떡을 만들어 전교생이 떡국을 먹는 행사도 펼치고 인근 경로당과 동사무소와 나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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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내기를 하고 있는 4-H회원들. |
교정 안에 간이 논을 만들어 벼를 키우고 있다. |
학부모4-H회·4-H표지석 계획
벼재배 활동은 텃밭과 교정에도 작은 논을 만들어 경작하고 있으며, 4-H출신이자 이 마을의 이장인 고길섭씨가 모의 종류와 재배과정에 대한 교육을 비롯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이런 경험이 바탕이 돼 매년 갖고 있는 성남시 학생4-H회원들의 모내기에서도 이우4-H회원들이 두드러진 활약을 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성남시학교4-H회에서 무주군 다문화가정 자녀 20명을 초청한 서울문화탐방활동에 참여한 회원들은 많은 교훈을 얻었다고 한다. 또 이 과정에서 힘써준 박정철 전 한국4-H지도교협의회장과 백수근 한국4-H지도교사협의회 부회장의 도움에도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이우중학교4-H회는 2008년에 열린 전국학생4-H과제발표대회의 개인 및 단체 특기과제발표에서 인상적인 댄스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백남희 지도교사는 올해 학부모4-H회 결성도 추진하겠다고 한다. 80㎡여의 텃밭을 학부모들에게 3.3㎡씩 분양하고 있는데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 이들을 대상으로 학부모4-H회를 운영할 계획이다. 또 학교 입구 텃밭에 4-H표지석을 세워 4-H를 자연스럽게 홍보하고 4-H정신을 계승하겠다고 한다.
입시경쟁으로 살벌한 교육현실에서 농심프로그램으로 진정한 사람농사를 짓고 있는 이우학교와 이 학교의 4-H활동이 전국으로 확산돼 우리 청소년들이 4-H이념과 정신으로 참된 교육을 받을 날을 기대해 본다. 〈조두현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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