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01 격주간 제709호>
<지도자탐방> 4-H정신으로 실패 극복…후배들 돕는게 보답의 길

<한가위 지나고 바로 수확할 논에서 벼의 여믐 상태를 점검하고 있고 유영철 사무국장.>
유 영 철 사무국장 (충청남도4-H본부)

삽교천 제방에서 넓고 넓은 들녘을 바라보며 ‘나도 한번 저 넓은 뜰을 갖고 싶다’며 한없이 눈물을 흘린지 15년. 그동안의 꿈을 현실로 탈바꿈 시킨 4-H지도자가 있어 주위의 귀감이 되는 것은 물론 4-H이념의 실천이 얼마나 훌륭한가를 증명해 주고 있다.
이 귀감의 주인공은 충청남도4-H본부 유영철 사무국장(49·서산시 부석면 가사리 171)으로 벼농사 79만2000㎡와 밭농사 9만9000㎡를 경영하여 연간 3억원의 조수익을 올리고 있다.
“20년전 충남4-H연합회장을 마치고 500만원의 영농후계자 자금을 받아 지중온열비닐하우스 2310㎡를 짓고 백합농사를 시작했습니다.”, “지식도 없었고 흐름도 모르고 오로지 열정만으로 시작한 화훼농사였습니다”라고 그 때를 회상하며 들려주는 유영철 국장. “종근 값은 비싸고 수출 길은 막히고, 따라서 국내 소비는 포화상태가 되니 감당할 수가 없었습니다.”, “2차로 1000만원 대출받아 죽기를 각오하고 노력했지만 모두 물거품이 되고 5년만에 2억원의 빚만 남더군요”라고 어렵게 들려준다.

빚지고 피해 다니며 삽교천서 수없이 울어

“이제 그때 움막집 짓고 살던 곳. 하우스 주변이 모두 나의 땅이 되었어요.”, “빚지고 피해 다니며 삽교천에서 들녘을 바라보며 수없이 울었습니다. 보증을 서준 분들께 지금도 미안해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유 국장은 “도전과 개척의 4-H정신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라고 들려준다.
유 국장은 논농사와 함께 기계 작업용 육묘사업도 함께 한다. 육묘장만 6600㎡로 묘판 15만개를 4단계에 걸쳐 생산해 낸다. 2만5000판은 직접 활용하고 나머지는 인근 농가에 판당 3000원씩 판매하고 있다. 밭에는 대파위주의 돌려짓기를 하고 있다. 무, 고구마, 생강, 감자와 함께. 또 79만2000㎡ 정도의 논을 위탁받아 모내기를 해주고 있다.

30㎝ 블록 위에서도 회장 당선소감 못해

<앞으로 멋진 정원을 꾸미기 위해 심은 황금소나무의 생육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한가위를 기해 판매할 이른벼를 수확한 1만9800㎡의 논은 오는 11월 양파를 심기위해 깨끗이 정리해 놓고 있다. 육묘하우스에는 양파 묘가 파랗게 자라고 있다. 묘판만도 어마어마한 넓이다.
오래도록 서산시농업경영인연합회 총무와 부회장을 역임하다 지난해 3년 임기의 회장을 맡은 유 국장은 1981년 마을의 가전4-H회장에 당선됐고 5년 후인 1986년 부석면4-H연합회 회장에 올랐다. 이어 1989년 서산시4-H연합회장과 다음해 충청남도4-H연합회 회장, 한국4-H중앙연합회 감사를 역임했다. 마을단위에서 도 단위까지 올바르게 활동을 한 것이다.
“81년 마을4-H회 회장에 당선되고 인사를 해야 되는데 숫기가 없어 도저히 못하겠더군요. 30㎝ 높이의 블록이 그렇게 높은 줄은 꿈에도 몰랐지요.”, “대중 앞에 설 수 있는 담력은 바로 4-H활동에서 얻은 것입니다”라며 “4-H가 바로 나의 스승”이라고 말한다.
서산시4-H본부의 사무국장을 4년간 마치고 현재는 감사로 활약하고 있는 유 국장은 지난 2007년부터 충남4-H본부 사무국장을 맡아 본부의 살림을 꾸려가고 있다.
“돈도 벌만큼 벌었으니 이제 공인이 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넌지시 묻자, 펄쩍 뛴다. “최근 정치를 하면 이웃을 잃게 되는 것을 자주 봅니다”라고 말한다.
“4-H 후배들을 도와주는 것이 나를 키워 준 조직에 보답하는 길이라 믿고 그쪽으로 정진할겁니다”라고 말하는 유 국장은 “후배들이 구걸하지 않고 멋진 행사를 치르도록 하는 것이 1차 목표”라고 들려준다.
중학교 2·3학년인 아들들에게 학교4-H회 활동을 권하며 뒤에서 돕고 있는 유 국장은 우선 큰아들로부터 한국농업대학에 진학하기로 약속을 받아냈다며 좋아하고 있었다.
‘한국농업의 미래는 4-H회원들의 손에 달렸다’고 진단하는 유 국장은 “전 국민적으로 농촌인재 육성에 힘을 기울여야 나라가 살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지원도 성공할 때까지 지원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 하자’란 좌우명으로 50여생을 살아 온 유 국장은 앞으로 논농사와 밭농사를 50 : 50으로 하며, 특히 양파농사로 농업의 진면목을 보여 줄 생각이라며 결의에 찬 모습을 보여 주었다.
 〈김창환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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