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15 격주간 제706호>
<영농현장> “양질의 야생화·다양한 유통망으로 승부할 것”

고 기 현 부회장  (부산광역시4-H연합회)

“애착이 특별히 더 가고, 더 안 가는 꽃은 없습니다. 모든 꽃 하나 하나가 저에겐 소중합니다.”
영화 ‘해운대’의 흥행으로 더욱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 제1의 항구도시 부산에서 야생화와 함께 꿈을 키워가고 있는 고기현 부산광역시4-H연합회 부회장(27·기장군 장안읍)을 만났다.
딱 벌어진 어깨와 검게 그을린 고 부회장의 외모와 야생화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지만, 7동의 하우스(총 2310㎡)에서 관리하고 있는 30여종의 야생화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는 모습에서 야생화에 대한 애착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수도작 4만9500㎡ 농사도 함께

현재 고 부회장은 거미줄바위솔, 제비꽃, 풍로초, 마삭줄, 다육식물 외 여러 종류의 야생화와 물칸나, 열대온대수련 등의 수생식물을 키우고 있다. 또한 베고니아, 꽃양배추와 같은 도로 조경용 초화 재배와 부모님과 함께 4만9500㎡의 수도작 농사도 함께 짓고 있다.
고 부회장의 야생화와 수생식물들은 부산화훼공판장에서 경매를 통해 판매되고 있으며, 야생화 도매점에도 공급하고 있다. 초화의 경우에는 시청, 읍사무소, 군청 등 관공서에 지속적으로 납품해 그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수도작은 우렁이농법으로 농사를 지어 농협으로 전부 수매 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얻게 되는 한 해 조수익은 약 8000만원 정도.
“야생화나 꽃배추 모두 생장조절을 잘 해줘야 상품가치가 있다”며 “식물의 습성에 따라 물 관리를 잘 해줘야 하고 습도 조절도 매우 중요하다”고 귀띔하는 고 부회장. 어린 나이이지만 기장군 야생화 작목반 총무로 봉사하면서 선배들에게 기술적 조언을 구하며 더 좋은 품질의 야생화를 키워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적당히 성장한 야생화는 대부분 출하되었고, 야생화 증식을 위한 포트와 파릇파릇한 싹을 틔우고 있는 야생화들이 길게 정렬되어 있었다. 또 가을 출하에 맞춰 소국도 하우스 한 동에 준비하고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부친과 산에 올라가서 난 군락지를 발견했는데, 난에서 나는 향기가 너무나 좋고 그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이후로 방과 후에 난을 캐러 다닐 정도로 꽃을 좋아하게 됐죠. 이 때 저는 원예분야로 진로를 결정해 진학하게 됐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에 진로 결정

중학교 졸업 후 부산 동래원예고등학교에 입학, 2002년에는 한국농업대학 화훼과로 진학, 전공으로 호접란을 선택해 본격적으로 원예공부를 시작하게 된다. 그러던 중 야생화 농원에서 한 달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야생화의 매력에 심취하게 돼 전공 작목을 야생화로 변경, 야생화를 시작으로 수생식물 등 다양한 식물을 접하게 됐다.
고 부회장은 한국농업대학 졸업 후 받은 창업자금으로 2005년 9월 야생화 재배 하우스 7동을 직접 제작하며 원예농을 준비했다. 그리고 수익의 대부분을 시설에 재투자하면서 혼자서도 많은 야생화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해 지금에 이르게 됐다.
고 부회장을 4-H로 이끌어준 것도 바로 꽃이다. 장안중학교에 입학한 고 부회장은 4-H회에 가입할 생각이 없었지만, 당시 학교4-H회가 과제활동으로 국화 재배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꽃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자연스럽게 4-H회에 가입해 활동을 시작했다. 동래원예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학교4-H회 회장을 역임하며 경진대회, 야영교육 등 각종 4-H행사에 참가해 리더십을 함양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넓혀나갔다.
“4-H활동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니 저절로 사교성도 좋아지고 리더십도 생기게 됐다”는 고 부회장은 “젊은 영농인들이 농촌에 정착할 수 있는 기회와 동기를 제공해줄 수 있는 4-H가 돼야 앞으로 더욱 성장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쇼핑몰로 유통망 확대

<고기현 부회장이 정성들여 가꾸고 있는 야생화들.>
고 부회장은 앞으로 옥션 등 인터넷쇼핑몰을 통해 유통망을 늘려갈 것이라고 했다. 야생화 사진 작업 등은 모두 마무리가 된 상태. 택배 및 야생화를 포장할 박스제작만 마치면 바로 쇼핑몰에 고 부회장의 야생화를 소개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현재 하우스가 있는 곳이 개발지역으로 선정돼 하우스를 현재 규모보다 좀 더 작은 크기로 옮겨 효율적으로 야생화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했다.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과 매력을 지닌 야생화처럼 어려운 농업 현실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색깔을 지켜나가는 고기현 부회장의 힘찬 발걸음이 우리 농업의 큰 디딤돌이 되길 소망한다.
 〈오상록 기자 evergreenoh@4-h.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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